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시작, 핵심은 처우개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시작, 핵심은 처우개선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7.10 09:59
  • 수정 2020.07.10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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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노동자를 위한 내부 성장경로 마련
실질적 처우개선 위해 인건비 인상률 이원화해야

[특별좌담 전문] 공공노련 회원조합 연속 좌담회 ❶ SOC부문 공기업 노조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이 일단락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인 갈등으로 번졌다.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 관련 기사를 비롯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다루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며, 지난 6월 23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이 청원은 6월 28일 오후 3시 30분 기준, 25만 8,598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반대여론이 급부상했지만, 지난 2월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른 전환 실적을 보면, 2019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17만 4,000여 명에 이른다. 2020년까지 정부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계획한 20만 5,000여 명 중 85%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완결이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로 이름을 바꾼 이들이 겪었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나가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참여와혁신>은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박해철, 이하 공공노련)과 함께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노력과 그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할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공공노련 회원조합 임금복지담당자 연속 좌담회를 진행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SOC(사회간접자본)부문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과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의 임금·복지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이번 좌담은 비대면 좌담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종천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임금복지실장, 장원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사무처장. ⓒ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최정수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임금복지국장, 홍철호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희망국장. ⓒ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정종천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임금복지실장, 장원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사무처장. ⓒ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최정수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임금복지국장, 홍철호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희망국장. ⓒ 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정규직 전환, 얼마나 했나?

장원일(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사무처장) LH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업무직 노동자로 부르는데, 올해 6월을 기준으로 LH 전체 직원은 9,683명이다. 그중 2,359명이 업무직 노동자다. 전체 노동자 중 24.4%가 업무직 노동자인 셈이다.

정종천(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임금복지실장) 현재까지 LH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율은 79.3%로 집계됐다. LH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3,754명 중 2,976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최정수(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임금복지국장) K-water의 경우,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실무직 노동자라고 부른다. K-water의 실무직 노동자는 올해 6월 기준으로 827명인데 청원경찰 243명이 포함돼있다. 전체 노동자는 5,200여 명으로 16% 정도가 실무직 노동자다. K-water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전체 비정규직 1,63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홍철호(한국수자원공사노동조합 희망국장) 1,630명 중 827명의 기존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실무직’이라는 이름으로 전원 직접고용했다. 파견직 노동자 803명은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구체적으로 시설관리, 운전, 미화, 일반경비, 홍보, 취사 등의 직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정종천(LH노조 임금복지실장) LH 역시 직접고용과 자회사 전환 방식을 병행해서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다. 현재 1,754명의 노동자가 업무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접고용된 상태고 시설관리, 미화, 경비·안내, 취사, 콜센터의 직무를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도 1,222명이다.

장원일(LH노조 사무처장)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조합원의 반대는 없었다. 그렇지만 정규직 전환 인원이 워낙 많으니까 사업 재조정이나 부채 과다로 인한 구조조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있었다. 또 사내근로복지기금 등 복지 축소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집행부에서 전국 지역본부를 순회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정부와 노동계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협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불안과 오해를 줄여나갔다.

다만,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가운데 일부가 고용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오해한 측면은 있었다. 그래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점을 설명했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근로조건과 성장경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강조한 점은 자회사와 모회사인 LH는 운명공동체라는 점이다. ‘자회사 역시 공공기관’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요청하면서 그분들의 오해 역시 함께 줄여나갔다.

실제로 청소노동자나 시설직 노동자는 LH가 직접고용하면 정년이 만 60세까지인데,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65세까지 정년연장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최정수(수공노조 임금복지국장) K-water 역시 기존 정규직 조합원의 반대는 없었다.

출발선에 선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현재,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노동조합

최정수(수공노조 임금복지국장) K-water는 다양한 직무를 6개 등급으로 구분해 급여를 설계했다. 가장 많은 인원이 C등급 직무를 수행하고 있고 기본 연봉은 올해 최저시급인 8,590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실무직 평균 연봉은 3,606만 4,000원 정도다. 복지의 경우,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정종천(LH노조 임금복지실장) LH의 업무직 노동자의 직무는 18개로 설계됐다. 직무가 다양하다 보니 급여 수준 역시 다양하다. 업무직 대부분이 주거복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급여로 2020년 최저시급인 8,590원보다 조금 높은 9,150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업무직 평균 연봉은 3,088만 4,000원 수준으로 1군 공기업 중 최하위다. LH 역시 업무직 노동자에게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기준의 복지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홍철호(수공노조 희망국장) K-water에는 실무직 노동자가 정규직 직급인 운영직 7급으로 채용될 수 있는 내부임용 제도가 있다. 작년에는 35명이 내부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매년 조금씩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최정수(수공노조 임금복지국장) 지금이 내부임용 시즌이다. 매년 5월~7월 사이에 내부임용이 진행된다. 내부임용은 실무직 및 특수직 노동자 중 근속년수가 2년 이상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서류심사와 필기시험,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근무성적과 가감점 등을 평가해 상위 성적순으로 채용한다.

장원일(LH노조 사무처장) LH 역시 업무직 노동자가 6급 정규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시험이 있다. 매년 연말 시행하는 승진시험을 통해 신입사원의 약 10% 내외로 승진자를 선발한다. 지금은 자격요건이 근속년수 5년에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통해 평가하지만, 자격 요건을 완화하려고 한다. 현행 근속년수 5년을 3년으로 낮추고 자격증이나 학위, 어학성적 등 자기개발항목을 추가로 반영할 예정이다. 또 시험은 현행 NCS가 아닌 공사 사규로 대체하려고 한다.

정종천(LH노조 임금복지실장) 승진시험을 만들게 된 계기가 바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다. 대규모의 정규직 전환으로 유능한 업무직 노동자가 많이 채용됐다. 업무직 노동자 역시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수요가 발생하게 됐다. 이를 현실화한 것이 승진시험이다.

최정수(수공노조 임금복지국장) K-water도 비슷하다.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 노동자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정년 보장 외에 별다른 게 없었다. 승진이 없어서 이직률이 높아졌다. 실무직 노동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사내 기여도를 반영하는 내부임용제도를 만들었다. 노사 간에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은 있었지만, 실무직 노동자의 성장경로를 확보한다는 방향성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홍철호(수공노조 희망국장) 2019년이 되면서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 사측이 거기에 부담을 느끼고 기본급에 상여금을 100%로 삽입하는 경우가 생겼다. 기본급 저하가 발생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며 환원을 요구했다. 그런데 환원액이 너무 커서 임단협을 통해 순차적으로 환원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올해부터 환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는 실무직 노동자의 사번을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하게 개정하고 호칭도 개선했다.

정종천(LH노조 임금복지실장) 사실 업무직 노동자의 연봉은 직무급제를 바탕으로 설계돼있다. 또 기본 연봉 인상을 위해서는 정부인상률을 준수해야 하는데, 정부인상률을 준수하면 급여 인상 여력이 낮다는 한계가 발생한다. 노동조합에서는 이게 문제라고 봐서 근속기준을 반영, 가산급을 신설했다. 직무급 연봉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또 실질적인 급여인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범위 직무급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내일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만들 수 있다

정종천(LH노조 임금복지실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노사정 간의 긴밀한 사전협의 하에 나온 정책은 아니다. 공공기관마다 각각의 특수성이 있고, 각 기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특성도 다양하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기준을 정하다 보니까 현장에서 오히려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노동조합과 미리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모색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고 본다.

장원일(LH노조 사무처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이다.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 중요한 화두가 아닌가. 그런데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에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외하면 정책적인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당시에는 기관별 자체 재원을 활용하고 정규직 전환 이후에는 인건비 편성 시 예산편성지침 상 총인건비 인상률을 준수해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LH를 비롯한 모든 기관이 총액인건비 재원 범위 내에서 처우 개선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업무직 노동자의 처우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가 어렵다.

자회사의 경우, 자회사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모회사의 직접적인 추가 재정지원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부담 최소화를 이유로 기존 용역비 외에 추가적인 지원을 사실상 금지했다. 자회사가 안정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정종천(LH노조 임금복지실장) 정규직 전환 정책의 중요 화두가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기 때문에 업무직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정부에서 제시하는 인건비 예산으로는 실질적으로 업무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순환근무 도입같이 업무직 노동자의 처우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발생하다 보니 조직 구성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부분은 공공부문 노사가 자체적으로 갈등을 조정해나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도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규직 전환 정책은 필연적으로 재정적 부담이 수반된다. 여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고 자연스레 공공기관 자체 예산이나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서 정규직 전환자의 인건비 인상률을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인건비 인상률과 이원화해 추가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최정수(수공노조 임금복지국장) 재원은 정말 늘 문제다. K-water 역시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실무직 노동자 사이의 노노 갈등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무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있다. 적극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정종천 실장 말처럼 인건비 인상률을 이원화해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임금을 추가로 인상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홍철호(수공노조 희망국장) 정부가 정원 반영이나 예산 등의 제약을 풀어야 현실적인 처우개선이 가능하다. 기관별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장원일(LH노조 사무처장) 정부가 정원이나 예산 등에서의 제약을 한시적으로라도 푸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 정원과 예산이 묶여있어서 무기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적극적인 처우개선이 어렵다. 앞서 말했다시피, LH 업무직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1군 공기업 최하위다. 공기업 무기계약직 노동자 간의 기본급 차이 역시 줄여야 한다. 사실 LH는 자체예산으로 업무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이 가능하다. 이런 기관은 예외적으로 정원이나 예산의 자율성을 허용해줘야 한다.

정종천(LH노조 임금복지실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2년마다 일터가 바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한 고용을 안정시키는 형태로 개선하는 것을 최초 목적으로 했다. 이제 고용이 안정됐으니까 처우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이다. 그 일환으로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시급을 1만 원 이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이는 사회불평등 해소와 사회안전망 구축은 물론 국가 경제성장률에 기여할 방안이라고 본다.

홍철호(수공노조 희망국장) 급여 현실화는 정말 필요하다. 동일임금 동일노동은 기본이다. 정부가 내실 있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허울뿐인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실질적인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