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산정임금제, 기본임금과 수당 등 무시 일정액 지급계약
포괄산정임금제, 기본임금과 수당 등 무시 일정액 지급계약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8.10.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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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임금계산에서 벗어난 예외적 형태
근로계약법 위반은 허용 안 돼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포괄산정임금제는 법원 판례를 통해 정립된 개념으로,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연장근로 등에 대한 제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계약이다. 이는 미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시간외·휴일·야간근로수당 등 제수당을 계산해 지급하는 원칙적인 임금계약에 대한 예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대판 1983.9.13, 82다카49).

1. 포괄산정임금제 적용 대상

대법원은 포괄산정임금제도와 관련된 근로계약은 ①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해, ②근로자의 승낙하에 매월 일정액을 제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③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업무의 성질’은 염전회사 직원과 건설공사 현장근로자처럼 작업과 휴식의 반복성과 변동성으로 인해 실제로 근무했는지의 여부와 그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때(대판 1991.4.23, 89다카32118), 화물운송운전자, 관광버스ㆍ택시ㆍ시외버스 운전자처럼 사업장 밖에서의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실제 근로시간 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때(대판 1982.12.28, 다3120), 아파트 경비, 보일러공 등 감시적ㆍ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서울고법 1978.6.22, 77나1540), 격일제 근로, 교대제 근로, 연장ㆍ야간근로 등이 당연히 예상되어 있는 근로의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포괄산정임금제가 반드시 업무성질에 적합한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연장근로수당을 고정급화한 경우처럼 근로시간의 측정이 가능하더라도 계산상의 편의와 근무의욕 고취를 이유로도 적용할 수 있다(대판 1990.11.27, 89다카15939).

2. ‘근로자의 동의’ 필요 유무

포괄산정임금제가 유효하기 위해선 근로자의 사전승낙, 명시적 근로계약, 묵시적 동의, 승낙의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 등 어느 하나에 해당돼야 한다. 판례(서울민사지법 1971.10.13, 71가합1663)는 월급이 매월 얼마씩이라고 말했을 뿐, 그 가운데에 제반수당을 미리 포함시켰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임금내역표상 제시된 임금을 계약서에 기재시 서로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아무런 기준도 없이 각종 수당을 포함하는 것으로 분류해 일방적으로 기재한 것은 근로자가 사회적·경제적 약자로 무지한 점을 이용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말한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입사할 당시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격일제 근무를 하되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이를 포괄해 월정액을 임금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수년간 이의없이 임금을 수령한 사실(대판 1984.1.24, 83도2068)이 있다면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묵시적 합의 인정). 그리고 1일 12시간씩 근무한 것에 대해 한꺼번에 임금을 지급하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급여명세서상의 시간외·야간수당 등이 1일 12시간씩 기준으로 산출된 사실(서울고법 1984.1.23, 83나1810)의 경우엔 근로자의 승낙이 있었던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

3. 포괄산정임금이 실제 근로 시간보다 적은 경우 차액 지급 여부

포괄산정임금이 실제 근로한 시간보다 적은 경우 그 차액을 지급할 것인가는 포괄산정임금제의 도입이 ‘업무의 성질’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계산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 업무의 성격상 실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워 당사자 합의로 포괄산정임금제를 도입한 경우라면 포괄산정한 임금이 실제 근무한 시간에 대한 임금보다 적더라도 사용자는 차액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대판 1997.4.25, 95다4056). 그러나 계산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경우라면 대상 근로자가 실제로 계산한 근로시간에 따라 산정된 금액이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이 금액의 합계가 이미 지급된 일정액의 합계액보다 많다면 근로자는 그 차액의 지급을 요청할 수 있다(근기 01254-13076, 1987.8.13).

4.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한도 초과 허용 여부

포괄산정임금제의 도입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실제 근로한 근로시간수와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하더라도 근로시간 등 법정근로조건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일정액으로 지급되는 금액이 1주 단위로 볼 때 12시간 분의 연장근로 및 가산수당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하거나 실제로 1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 하는 경우엔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

예를 들어,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감시ㆍ단속적 근로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있더라도 1주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 한도를 초과할 수 없다. 격일제 근로로 1일 24시간을 계속 근로하는 경우엔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하게 돼 법 위반이 된다. 물론 이 경우 주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할 수 있는 특례적용사업장(근로기준법 제59조)이나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의 적용이 제외되는 대상(근로기준법 제63조, 예를 들어,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감시ㆍ단속적 근로)은 법위반이 되지 않는다.

5. 포괄산정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수당

앞의 예에서 본 것처럼 연장근로 임금과 그 가산수당, 야간근로 가산수당이 포괄산정임금제도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휴일근로수당과 휴가 미사용 대한 보상을 일률적으로 포괄산정임금제에 포함시키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

주휴수당이나 연ㆍ월차휴가수당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간을 일 했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당사자 사이에 미리 그러한 소정기간의 근로를 전제로 해 주휴수당이나 연ㆍ월차휴가수당을 일당임금이나 매월 일정액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지 않다(대판 91다 30828, 1992.2.28).

그리고 포괄임금제란 각종 수당의 지급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연ㆍ월차휴가권의 행사 여부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포괄임금제가 근로자의 연ㆍ월차휴가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판 92다 33398, 1993.5.27).

시외버스여객운송사업과 운전기사와의 관계에서 기본임금에 주휴수당을 합산한 임금협정이 근무형태 및 시간의 특수성에 비춰 불이익하지 않다면 무효라 할 수 없다(1990.11.27, 대법 90다카 6934). 임금은 근로계약에 의해 통상임금이 결정되고 이에 따른 제수당을 계산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자와의 합의에 의해 기본임금과 제수당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리 합산 지급했다면, 그 금액이 실제 근로에 대한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계산한 금액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는 한 별도의 연장ㆍ야간ㆍ휴일 및 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임금 68207-586, 1993.9.16).

연차휴가에 있어서 미사용휴가에 대한 수당을 포괄산정으로 처리하는 경우, 이는 근로자의 휴가사용권을 사전에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므로(근기 68207-1844, 2000.6.16), 실무에서는 연차휴가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서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포괄산정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대판 1998.3.24, 96다24699).

6. 포괄산정임금에 퇴직금 포함 여부

퇴직금은 근로자의 퇴직이라는 근로관계 종료를 요건으로 해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포괄산정임금제에 포함될 수 없다. 매일 지급받는 일당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했다고 해도 그것은 법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할 것이다(대판 96다 24699, 1998.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