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New’는 보이는데 ‘Deal’은 글쎄?
’한국판 뉴딜‘, ’New’는 보이는데 ‘Deal’은 글쎄?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7.15 16:27
  • 수정 2020.07.20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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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디지털 뉴딜’+‘그린 뉴딜’+‘고용사회안전망’
160조 원 투자·190만 개 일자리 창출, ‘추격형 경제’→‘선도형 경제’
일자리 질적 수준, 사라질 일자리 등에 대한 구체 대책 강구 필요
이해 당사자 참여, 민주적 토론, 사회적 합의 정신 살릴 방법도

14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일자리 정책의 나침반이 될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설명 자리였다. ‘국민보고대회’라고 이름 붙었다. 곧 이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무엇이고, 조금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한국판 뉴딜’은 ‘경제위기’가 심화돼 ‘장기 고착화’로 들어설 수 있다는 예견된 미래의 걱정에서 시작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저성장·양극화로 발생하는 경제위기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충격이 더해져 성장 수준이 더 떨어지고, 양극화 수준도 더 심화되는 이중적 위기에 봉착했다.

이중적 위기를 풀지 못하면 장기 불황의 늪에서 나오지 못한다는 진단에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두터운 ‘고용사회안전망’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해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부양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14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조 연설에 나섰다. ⓒ 청와대
14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조 연설에 나섰다. ⓒ 청와대

버티고 일어서서
신속히 개혁하고 달려가라

‘한국판 뉴딜’은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을 벤치마킹했다. 당시 미국은 3R(Relief·Recovery·Reform)이라는 경로를 통해 경기를 회복하고 경제 체질을 바꿨다. 한국판 뉴딜도 3R 경로와 상응하는 3가지 경로가 있다. ‘버티기’→‘일어서기’→‘개혁’이다.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버티기와 일어서기에 이어 신속한 개혁을 통한 달려 나가기’이다.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버티기’→‘일어서기’→‘개혁’이라는 경로에 ‘고용사회안전망’,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은 구체적인 기조와 방법인 셈이다.

디지털, 그린, 고용사회안전망이 핵심이 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에 3가지의 중요성이 다시 부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의 일상화가 진행되고 디지털 전환이라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시기가 단축됨에 따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중점이 됐다. 여기에 코로나19의 근본적 이유로 기후 위기가 꼽히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경제 혁신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자는 측면에서 그린 뉴딜이 또 하나의 중점적 축으로 추가됐다. 또한 코로나19발 경제위기 심화가 취약계층에게 더 크게 다가가고 있는 현재 상황은 사회안전망 확충을 화두로 만들었다.

14일 발표한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버티기’는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디지털·그린 경제로 구조 전환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어서기’는 디지털·그린 경제 인프라 구축 및 집중 투자로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정상 성장 경로에 들어서는 것이다. ‘개혁’은 디지털·그린 경제 전환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탄소중립 사회를 한 축으로 하고, 전국민고용보험과 상병수당 및 직업훈련을 통해 고용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다른 한 축으로 구성된다.

2025년까지 160조 원 규모,
190만 개 일자리 창출

2025년까지 정부 직접 투자 114조 원에 민간 및 지방정부의 투자를 합한 총 160조 원 규모의 대규모 경제 부양 및 경제 체질 개선 정책이다. 창출 일자리 규모는 190만 개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올해에는 국비 4.8조 원을 포함한 총 6.3조 원을 3차 추경 예산으로 투자해 ‘한국판 뉴딜’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어 2022년까지는 누적 국비 49조 원을 포함한 총 누적사업비 67.7조 원을 투자해 8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로드맵이다.

한국판 뉴딜은 10대 시그니처 사업을 포함한 9개 역점분야 28개 프로젝트로 이뤄졌다. 10대 시그니처 사업은 ▲데이터 댐 ▲인공지능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산단 등이다.

디지털 뉴딜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 데이터 구축·개방·활용 ▲1·2·3차 전 산업으로 5G·AI 융합 확산 등이다.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은 ▲1·2·3차 전 산업으로 5G·AI 융합 확산 ▲ 5G·AI 기반 지능형 정부 등이다. 10대 시그니처 사업 중 데이터 댐과 인공지능 정부 사업과 연관이 있다.

그린 뉴딜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 등이다.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은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 및 공정한 전환 지원 등이다. 10대 시그니처 사업 중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그린 리모델링 ▲SOC 디지털화 등이 연관돼 있다.

고용사회안전망 구축과 사람투자(=직업훈련 등)에서도 일자리가 창출된다. ▲미래적응형 직업훈련 체계 개편 ▲고용시장 신규진입 및 전환 지원 사업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

‘한국판 뉴딜’, 혁신성장과 포용성장,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한국판 뉴딜’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핵심 축인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의 변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었다. 더불어 또 하나의 약속이었던 포용성장은 사회 양극화를 줄이고(사회안정망 및 교육훈련 강화 등)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임금주도성장론으로 하위 계층의 주머니 사정을 여유롭게 해 구매력을 진작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한국판 뉴딜’에서도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데, 혁신성장은 디지털과 그린이다. 포용성장은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와 맞닿아있다. 다만 좀 더 빠르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디지털·그린 경제 체제를 구축해 선도 국가가 되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기조연설에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수차례 강조했다.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청와대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청와대

‘한국판 뉴딜’의 우려 지점들,
참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여가 돼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 경제와 일자리 정책의 나침반이 된 ‘한국판 뉴딜’은 청사진이 마냥 푸르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우선적으로 대규모 재정 투자에 관한 우려이다. 2025년까지 총 160조 원 규모 중 정부의 직접 투자 규모가 114조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흔히 말하는 '정부의 빚' 이야기이다. 또 다른 측에서는 정부의 부채 상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반대 입장을 내기도 한다. IMF의 셰계경제전망 6월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GDP 대비 적자 비율은 –3.6으로 조사국 중 제일 낮다. 세계 평균 GDP 대비 적자 비율은 –13.9, G20 평균은 –15.4 등이다. 일본과 유럽 등 –10 이하인 곳은 없다. 호주가 –8.6으로 한 자릿수 대이다. 결국 나라 빚 문제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기 때문에 재정확대가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문제는 ‘한국판 뉴딜’로 창출될 일자리의 수준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세부 발제를 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재정 투자 규모와 창출 일자리 수를 강조했다.

160조 원 규모, 190만 개 일자리. 물론 일자리의 절대적인 숫자를 통한 고용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자리인지, 그 일자리의 고용형태는 어떠한지, 일자리의 처우 및 환경은 어떠한지도 중요하다. 창출될 일자리의 질적 수준에 대한 언급은 대략적인 수준으로도 없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로 창출될 일자리의 질적 수준에 대한 고민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나 현재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일자리 수준에 대한 노동계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실제 일할 사람들에게 믿음을 줘 정책의 현장 조응도를 높일 필요성도 있다.

또한 디지털 뉴딜을 통해 플랫폼 노동 유형이 더 확산될 높은 가능성이 감지된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강구하는 것은 ‘한국판 뉴딜’로 창출될 일자리의 질적 수준과도 연관돼 있다.

다른 우려 지점은 디지털 뉴딜의 결과로 사라질 일자리에 대한 설명과 대책이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디지털 뉴딜 추진은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것, 소위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한다는 의미다. 기술의 진보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기술로 인해 대체되는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와 직업교육훈련 강화 등을 한국판 뉴딜의 토대로 삼겠다는 기조가 있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은 전국민고용보험과 상병수당 도입에 좀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직을 위한 직업교육훈련 및 취업 알선 정책에도 구체성이 요구된다.

‘한국판 뉴딜’은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점에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노동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경제, 산업, 노동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 때문에, ‘딜(Deal)’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딜’은 정책 결정과 사회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 민주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돌파하고자 펼쳤던 미국의 ‘뉴딜’ 정책 역시 그러했다. 당시 이해 당사자들의 조정으로 새로운 산업과 관련 사업이 발전했고,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바뀌었으며, 새로운 노동 정책, 복지 정책이 나왔다.

이번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도 이해 당사자인 노·사·민·정·당이 참석했다. 참석이 참여로 바뀔지는 앞으로의 과정에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월 1~2회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로 했다. 그 공간에 얼마나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지 관건이다.

그 지점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의 제안은 흥미롭다.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1부를 마치고 2부에서는 노·사·민·정·당이 모여 비공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자리에서 김동명 위원장은 “향후 정례화 될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와 다양한 지원체계의 운영에 있어, 한국노총을 비롯한 각 경제주체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산별노조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모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소통하며 위기극복을 위해 지혜를 모을 수 있는 ‘대통령과 한국노총의 정례적 대화’ 자리 마련을 정중히 요청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