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 근무, 교대 근무제의 온전한 정착을 위해”
“주 40시간 근무, 교대 근무제의 온전한 정착을 위해”
  • 승인 200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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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노조 오 현 수 위원장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의 공간 고속도로. 산을 깎는 위험한 공사와 수많은 차량들이 지나다니며 남긴 흔적들을 치우고 안전을 유지하는 역할이 한국도로공사노조 조합원들의 몫이다.
조그만 낙하물도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순찰하고 정리하는 이들의 생활은 항상 죽음의 사선을 넘나드는 일상이다. 단위 사업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위령탑이 세워져 있는 곳. 경기도 이천에 있는 위령탑에는 현재 127명의 순직 직원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이곳 죽음의 고속도로를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일군 사람이 있다. 지난 2002년에 취임한 한국도로공사노동조합 오현수 위원장(공공건설연맹 위원장 역임)이다.

 


 “예전에 동갑 나이의 산업재해 사망 조합원 조문을 갔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부인과 아이들까지 내 가족과 나이가 똑같은 거예요. 영정 안에 있는 사람이 나인 것만 같아서….”


오 위원장은 2002년 하반기에 취임한 후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부터 시작했다. “문제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해결 방안이 있다”는 믿음으로 노동조합이 나서 현장 조사와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수집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대책을 아무리 수립해봤자 말짱 도로묵이다. 현장의 문제는 현장의 조합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개선 방향도 이들의 경험과 고민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오 위원장은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취합하고, 대책을 고민했다. 먼저 선배들의 안전에 대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교육과 안전 장비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노사가 함께 도로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사고 다발 구간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2002년에도 12명의 사망사고를 냈던 고속도로는 이제 평화로운 일터로 변모했다. 2003년과 올해 한 건의 사망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임금, 후생복지가 좋으면 뭐 합니까. 살아 있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요?”

 

노동조합과 리더의 권위는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오 위원장의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상과 고민은 그간 가져왔던 노동조합 기득권의 포기에서 시작됐다. 오 위원장은 취임 후 위원장에게 주어지던 차량과 전속 기사, 강연비 등 모든 예우를 없앴다. 직접 운전을 하거나 간부들과 함께 현장을 돌아다니는게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이런 변화에 대해 “제가 고민했던 노동운동의 모습을 찾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언론의 시선에 부담스러워 했다.
“리더는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앞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천하는 리더, 노동조합의 작은 혁신을 일구는 오 위원장이 생각하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현실은 어떤 것일까?

 

공공 부문 노사관계 혁신 필요하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18번으로 외쳐대는 것이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인데, 공공기업이 자꾸 효율성만 따지는 관치경영으로 가는 게 문제고 이는 정부가 공공성을 포기하는 처사입니다.”


특히 공공부문에 시장 문제를 접목시키는 것은 수익률 창출만 신경 쓰게 만들고 결국 수요자와 갈등이 생긴다는 우려이다.


“공공의 영역인 고속도로를 민간 중심으로 건설한다는 발상이 이미 실패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과도한 통행료로 국민들의 불만이 가득한 신공항고속도로와 통행료 부담으로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로 우회하는 바람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각 기관에 경영평가, 예산지침 등을 통해 이중, 삼중으로 규제를 함으로써 공기업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규제와 간섭은 공기업 노사간에 자율적인 논의를 제약함으로써 결국 파행적인 노사관계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로 대화에 나서야 하며 정부기관의 노사관계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오 위원장의 생각이다.

 

약속 지키는 노동운동가로 남고 싶어
정부의 경영, 인사 간섭과 예산지침 등 자율성 침해에 대해 노동계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한국노총 공공 3연맹의 통합이 이뤄졌다.
오 위원장은 “통합 연맹은 공공 부문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는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공공 부문은 정부기관을 비롯해 국가기간산업 및 공익과 직결되는 부문을 망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 부문의 노사관계는 전체 노사관계와 국민경제, 국민생활 안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공공 부문 노동자 수는 전체 취업자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어 공공 부문 노사관계가 국가 전체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변수의 하나”라는 것.


정부로부터 예산, 인원 등 거의 모든 부문을 관리받기에 공공부문 노조 위원장은 만능 엔터테이너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끔 이건 기관장이 해야 하는 일인데 왜 내가 이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몇 년간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이에 따른 심리적 중압감과 현실적 장벽으로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단다.
하지만 약속은 지키는 노동운동가로 남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오 위원장은 “당선된 후 공약사항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 점검해 가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주40시간 근무제, 교대 근무제 등의 온전한 정착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공공 부문 노동운동에 항상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의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