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에 ‘의사파업’ … ‘불법의료’ 강요받는 PA 간호사는?
의대정원 확대에 ‘의사파업’ … ‘불법의료’ 강요받는 PA 간호사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8.06 18:58
  • 수정 2020.08.0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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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정원 연 400명 확대 … 대전협·의협 7일, 14일 각각 파업 예고
보건의료노조, “간호사 불법의료 내몰려” … “의사인력 부족 문제 공론화 필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는 6일 오전 10시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진행된 ‘보건의료현장 불법의료 실태 고발 보건의료노조 긴급 기자간담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계획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의사단체들이 ‘파업 카드’를 꺼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불법의료를 강요받고, 환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는 6일 오전 10시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보건의료현장 불법의료 실태 고발 보건의료노조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의사증원에 ‘파업 카드’ 꺼낸 의사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8월 2일 대의원대회에서 7일 7시부터 8일 7시까지 24시간 동안 필수유지업무(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에서 수련받고 있는 전공의를 포함하는 파업을 의결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도 8월 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독단적인 의료 4대악 철폐를 위한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12일까지 정부의 답변이 없으면 14일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3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7일부터 14일까지 수업과 실습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및 경복궁 앞에서 의대생들이 진행한 1인 시위. ⓒ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전문의와 전공의는 물론 의대생까지 ‘파업’에 동참한 격이다. 의사 파업은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진료 도입 시도 이후 6년만이다.

이번 의사 파업의 결정적인 계기는 정부의 의사인력 확대와 공공의대설립 계획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 23일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현 의대정원을 2022년부터 2032년간 3,458명으로 400명 확대해 10년 동안 의사 4,000명을 추가 양성한다는 계획과 더불어 지역의사제 등 공공의대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의협은 1일 긴급기자회견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의사증원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 ▲비대면 진료 ▲한방 첩약 급여화를 ‘4대악’이라고 규정했다.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 계획은 의사 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상승과 인구 감소, 의학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졸속 정책”이라면서, “막대한 세금을 들여 또 하나의 거대한 비효율을 만들고 불공정의 산실이 될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의사인력 부족의 산증인 ‘PA간호사’

반면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바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 간호사’ 문제다. PA 간호사는 진료보조인력이라고 불리며 대형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특히 전공의 수급이 불안정한 전문의과에 다수 포진해 있다.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PA 간호사를 인정하고 있어 PA 간호사의 면허 관리나 의사와의 업무분장이 명확하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법은 PA 간호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PA 간호사는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PA 간호사는 만연한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과별 배치를 살펴보면 외과, 내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에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병원 내 전공의 인력난의 정도와 비례한다”고 밝혔다.

PA 간호사는 ▲환자 수술부위나 상처부위를 봉합하는 대리수술 ▲의사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처방하는 대리처방 ▲진료기록지·진단서·사망진단서·협진의료서·검사의뢰서·시술동의서 등 작성 ▲공휴일이나 휴일, 명절 등 의사 부재 시 업무 대행 ▲당직 근무 대행 등 광범위하게 의사 업무를 맡고 있다.

이러한 PA 간호사의 규모는 전국 약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7년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만 897명의 PA 간호사가 있었다. 2019년 보건의료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29개 병원에 총 971명의 PA 간호사가 있었고, 15개 대형병원의 경우 병원 당 50.8명의 PA 간호사가 근무했다.

더욱이 지난 2017년 전공의의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현장에서 PA 간호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전공의 노동시간 감소에 대응하는 의사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도 사실 의사 파업에 책임이 있다. 전공의들도 의사인력 부족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전공의법이 제정됐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었고 보건의료인력법도 마찬가지다. 현재 의사 파업을 불러온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PA 간호사 문제 … 사회적 공론화 필요해

“중심정맥관이라고 심장으로 연결되는 관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입원하는 환자의 경우 주사바늘을 3일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고 퇴원할 때는 중심정맥관을 빼야 합니다. 그런데 포지션(자세)을 고려하지 않으면 폐색전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간호사가 포지션을 고려치 않고 주사바늘을 빼서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아이가 폐색전증이 생겨서 사망에 이르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상태가 좋아져 퇴원을 앞두고 있었는데…….”
-기자회견에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A씨의 불법의료 실태증언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부족으로 발생하는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해 환자의 안전과 관련한 주요 업무가 진료보조인력에게 전가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진료보조인력은 전문적 교육이나 자격조건이 없는 상태에서 의사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의료법상 권한이 없는 무면허 의료행위, 즉 불법의료행위로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가 PA 간호사 실태를 증언했다. 증언에 나선 간호사들은 불법의료행위로 인한 형사 처벌을 우려해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실태를 증언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그러나 PA 간호사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PA 간호사의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의료기관에 있지만 막상 처벌은 개별 간호사가 떠맡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의사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처럼 PA 간호사 양성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와 PA 간호사 간) 업무범위를 구분한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의사수가 부족해 개별 의료기관에서 획기적인 대안을 찾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PA 간호사를 양성화 하자는 주장보다 현 시점에서 고려해야 하는 건 불법의료행위들이 얼마나 많이 만연해 있고, 그것이 어디서부터 기인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어느 정도로 얼마만큼 일어나는 지 밝혀야 해결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PA 간호사 문제를 드러내기까지 굉장히 많이 망설였다. 문제를 제기했을 때 간호사들이 형사처벌이나 면허정지까지 되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의사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의료기관 현장에서 어떤 문제 발생하고 있고, 환자의 건강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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