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평균 임금 3,989원··· 50년 전 ‘시다’는 오늘의 ‘어시’가 되었다
시간당 평균 임금 3,989원··· 50년 전 ‘시다’는 오늘의 ‘어시’가 되었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8.19 16:11
  • 수정 2020.08.19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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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 고발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라’ 외치는 현실이 답답하다”
8월 19일 열린 14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 청년유니온과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자가 참여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50년이 지났습니다. 이 다리에는 여전히 억울한 청년 노동자들이 서있고,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화형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가면을 쓴 패션업계 어시스턴트들이 전태일다리에 섰다. 8월 19일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14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는 청년유니온과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자(이하 패션어시 노동자)들이 참여해 패션업계의 노동실태를 고발했다. 패션어시 노동자는 스타일리스트에게 고용돼 사무실과 대행사를 오가며 옷을 운반하는 업무를 주로 한다.

지난 7월 6일 발표된 청년유니온의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4%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종은 주로 20대 초중반 여성이 가장 많이 일하며, 4대 보험에 모두 가입돼 있는 경우는 5.1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6.61%는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청년유니온은 응답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3,989원으로 계산했다. 월 평균 임금으로는 97만원 정도다. 

마라(가명) 패션어시 노동자는 “2020년 대한민국의 패션업계는 꿈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청년들을 가장 밑바닥에 두고 착취하고 있다. 경악스러운 갑질과 임금 체불에도 해당 실장을 고발하면 좁은 업계 내에 빠르게 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다시금 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오늘도 숨죽여 버티고 있다”며 “나의 꿈은 어엿한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것이고, 더 나은 업계를 위해서 비정상적인 관행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청년유니온과 패션어시 노동자들은 패션어시노동조합을 준비 중에 있다. 방장(가명) 패션어시 노동자는 “(전태일이) 개선하려 노력했던 패션업계의 환경, 준법을 요구하며 불태웠던 근로기준법 모두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한 청년의 죽음이 무색하리만큼 패션업계의 근로기준법은 명목상의 법에 지나지 않다”며 “우리만이 우리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 우리의 가치는 시급 3,000원으로 만족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8월 19일 열린 14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자들이 '노동착취의 대물림을 잘라내자'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이들은 ‘노동착취의 대물림을 잘라내자’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동착취가 쓰여 있는 모형물을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전태일은) 시다들에게 온 정성을 다 쏟았고, 제도를 바꾸려고 애를 썼다. 그 날의 시다가 오늘 패션어시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오늘 이분들의 호소를 들으며 우리 시대가 얼마나 노동을 중시하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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