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임금삭감" 조정훈 의원에 "공무원 삶 살펴본 적 있나?"
"공무원 임금삭감" 조정훈 의원에 "공무원 삶 살펴본 적 있나?"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8.25 17:36
  • 수정 2020.08.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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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발상"
공노총 "민간부문 임금삭감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소지 있어"
3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공무원 노조가 벌인 코로나19 관련 공무원노동자의 안전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3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공무원 노조가 벌인 코로나19 관련 공무원노동자의 안전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의 임금 삭감으로 2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조정훈 의원에게 공무원 노조들이 강도 높은 비판과 사과를 요구했다.

조정훈 시대전환당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경제 위기에도) 국회와 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 정치권은 월급이 1도 줄지 않았다"며 "공무원들의 9~12월 4개월간 20%의 임금 삭감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본인과 의원실 직원도 월급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4일 CBS 라디오에 출현해 2차 재난금 지원 재정 마련을 위해서 공무원의 임금 삭감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대 공무원 노조는 각각 25일 성명에서 정치인의 "공무원 임금 삭감" 발언을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은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자'고 주장한 조정훈 의원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이에 부화뇌동하여 동조하는 위정자들의 망동을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은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수해복구 등으로 현장에서 살인적인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헌신과 노고를 외면하는 처사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생활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임금 삭감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110만 공무원 중 대부분인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노동자가 한 달 월급으로 어떻게 가족을 부양하고, 얼마나 힘들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 살펴본 적이 있느냐"며 "(정치인들이) 입신양명을 위해 공무원 등골 빼기에 혈안이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노총은 "공무원의 노동은 곧 공공재를 통해 국가를 지탱한다는 것에 그 취지가 담겨있다"며 "공무원 임금삭감은 공무원 노동의 가치, 재난상황의 국가의 역할을 무시하는 동시에 민간부문 노동자들에게도 임금삭감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무원에 대한 ‘고통분담 강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1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과정에서 국가공무원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발적 임금 반납과 성금 모금 등이 있었다. 당시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고위 공무원의 임금 반납이 하위 공무원의 임금 반납 강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공무원들의 임금 반납에 대해서 명백히 반대한다"고 했다. 자율적인 참여라고 하지만, 위계가 뚜렷한 공직사회에서 상부의 눈치를 보느라 소득이 낮은 하위직도 반강제적으로 임금 반납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에 따르면 경북지역에서는 '코로나19 고통분담' 명목으로 강제 모금을 추진하기도 했다.

공무원 임금 삭감이 합리적이지 않은 재정 대책이란 지적도 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소득수준이 낮은 하위직 공무원의 비중이 크다"면서 "(개별 기업, 건물주, 주식 투자자 등 코로나19에도)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나 회사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조금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공무원 급여 감축보다는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정훈 의원 측은 "공무원 개별 임금을 일률적으로 20% 삭감하자는 게 아니라 공공부문 전체 총액의 20% 삭감을 얘기한 것"이라며 "공직 사회 모두가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하위직도 일정 부분은 부담이 필요하다는 견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