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임금 인상률 0.9% 결정..."노·정 합의 휴짓조각 만들어"
공무원 임금 인상률 0.9% 결정..."노·정 합의 휴짓조각 만들어"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9.01 18:29
  • 수정 2020.09.0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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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조 "기재부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임금교섭기구 설치해야"
5월 18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기재부 갑질 폭거 규탄' 공동기자회견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5월 18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기재부 갑질 폭거 규탄' 공동기자회견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공무원임금 인상률을 0.9%로 결정하자 공무원 노동조합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공무원 보수위원회'에서 노정이 합의한 2021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 1.3~1.5%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공무원 노조는 "정부가 노·정 합의를 앞장서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며 "기재부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임금교섭기구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공무원 보수위원회는 노동조합과 사용자인 정부, 민간에서 각각 추천한 위원을 포함해 15인으로 구성된 공무원 임금 교섭기구다. 노사민 위원들이 합의해서 내년도 공무원 임금인상률 권고안을 내면, 예산 결정권을 가진 기재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 심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공무원 임금 인상안은 국회에서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기재부의 결정으로 내년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보수위원회는 6월 23일부터 총 5차례 회의를 거쳐 2021년 공무원 임금을 1.3~1.5% 구간에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5%)을 감안한 절충안이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보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일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서 "공공부문 고통분담 차원에서 예년수준(20년 2.8%)보다 낮은 0.9% 인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폭우에 따른 추경으로 공무원 보수위원회의 권고안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정한 인상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보수위원회에 참여한 4개 공무원 노조는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공무원 임금교섭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인사처가 관장하는 보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로 승격해서 기재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공무원 보수위원회에 참여한 정부 부처는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교육부, 경찰청 등이다.

4개 공무원 노조는 "정부는 어렵사리 마련한 '노정 합의'를 무시하고 오늘 국무회의를 열어 2021년 공무원 임금을 0.9% 인상으로 결정했다"며 "교섭 아닌 교섭이 정부의 노사정책이라면 더 이상의 교섭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기대와 희망도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은 "대통령은 코로나19로 공무원이 고생한다고 얘기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보다 낮게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책정해 현장 공무원이 느끼는 박탈감이 크다"며 "코로나19와 선거, 폭우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업무를 소화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도 "임금 및 단체교섭의 역할을 하는 보수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한 것에 대해 보수위원회 노조 위원 전원이 공동성명을 결의한 것"이라면서 "공공부문을 비롯해 민간부문에까지 파급력이 큰 공무원 노조와의 합의사항을 정부가 앞장서서 어긴 것은 비단 기획재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방기한 청와대도 책임이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