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시행 코 앞인데… 이번에도 ‘유령’된 경찰청주무관
자치경찰제 시행 코 앞인데… 이번에도 ‘유령’된 경찰청주무관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9.01 18:32
  • 수정 2020.09.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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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책임주체와 예산수립주체 이원화로 앞날 알 수 없는 처지
김영배 의원실은 “공무직과 관련 없는 법” 설명
8월 27일, 경찰청주무관노조와 경찰청 자치기획계 및 인사계 기획계 및 인사계 간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치경찰제 관련 입법에 따른 경찰청주무관의 고용불안 및 임금 격차 발생 우려에 대해 논의했다. ⓒ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
8월 27일, 경찰청주무관노조와 경찰청 자치기획계 및 인사계 기획계 및 인사계 간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치경찰제 관련 입법에 따른 경찰청주무관의 고용불안 및 임금 격차 발생 우려에 대해 논의했다. ⓒ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

8월 4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입법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자치경찰제 도입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 과정에서 경찰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위원장 정지한, 이하 노조)은 “자치경찰제 관련 법률안에 따르면 자치경찰 사무 예산의 수립주체는 시·도지사로 변경되지만, 고용책임주체는 여전히 경찰청에 남는다”며 “고용책임주체와 예산수립주체의 이원화로 정원 변동, 지역 간 임금격차와 함께 심한 경우 해고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영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경찰사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이원화해 자치경찰사무를 제외한 경찰의 업무는 국가경찰이, 관할 지역의 생활안전, 교통, 경비, 수사, 여성·청소년 보호 등의 업무는 자치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단, 자치경찰 역시 국가직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다. 국가경찰의 경우, 시·도경찰청장이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자치경찰은 시·도경찰청장이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에는 경찰공무원의 사무 구분과 인사 등만 규정됐을 뿐, 경찰청에서 함께 일하는 경찰청 공무직의 사무, 인사 등의 규정은 전무하다. 노조는 경찰공무원 인사 규정을 준용해 중앙행정기관인 경찰청 소속으로 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책임주체는 경찰청이 맡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는 자치경찰의 예산의 경우,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시·도지사가 수립하도록 규정했다. 물론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 제34조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이관받은 사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인력, 장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했으나, 공무직 인건비는 사업비 내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해당 법안 제34조가 규정한 재정적 지원에 공무직 인건비가 포함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노조는 “시·도지사 성향이나 각 지역별 예산 규모에 따라 사업이 축소될 경우, 사업비가 줄어듦에 따라 축소된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직의 인건비 역시 축소돼 해고의 위협까지 느낄 수 있다”며 “또 이 과정에서 같은 일을 하는 공무직이 지역에 따라 다른 임금을 받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예견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무직 정원 및 인건비 예산 수립 권한 경찰청에 부여 ▲공무직 인건비 항목 신설을 통한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장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8월 27일, 경찰청 자치기획계 및 인사계와 노조의 간담회에서도 노조는 해당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서는 “노조의 우려를 잘 이해한다”며 “9월 초에 예정된 운영위원회 이후에 노조와 자세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김영배 의원실에서는 “법에는 공무직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공무직은 현행 운영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며 “예산은 자치경찰위원회 관련 예산만 넘어가는 것으로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예산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이며, 자치경찰위원회 관련 예산 역시 최초 몇 년간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된다”고 설명했다. 추후 공무직과의 입법 간담회 진행 여부를 묻자, “이 법은 공무직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따로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