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3법 입법이 민주노총의 진정한 사회적 역할"
"전태일 3법 입법이 민주노총의 진정한 사회적 역할"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9.02 17:50
  • 수정 2020.09.02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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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전태일3법 입법 발의 운동, 전 국민 문제이자 민주노총이라서 할 수 있는 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둘러싼 이른바 ‘민주노총 사태’가 집행부 사퇴로 마무리된 뒤 7월 27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민주노총에는 우려의 시선이 쏠렸다. 코로나19로 투쟁하기 어려운 상황, 정부의 민주노총 패싱 가능성 등 여러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민주노총 비대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흘렀다. “한 달이 일 년 같았다”는 김재하(59·사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그간 민주노총을 위기로 규정하고 쏟아진 우려를 비롯해 전태일3법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의 투쟁 기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향후 계획,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 관리 등에 대해 물었다.

김재하 비대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밖에선 민주노총이 위기라고 보지만 능히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며 “비대위 기간 동안 전태일3법 입법 발의 운동을 통해 민주노총의 진정한 사회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실에서 진행됐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민주노총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민주노총

“조합원 힘 느낀 한 달···
민주노총 ‘위기’ 아냐“

- 7월 27일 비대위 출범 후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간 소회 먼저 묻고 싶다.

한 달이 일 년 같았다. 비대위 출범 후 사무총국에 결원이 10여 명 생겼다. 공백을 채우며 다시 체계를 잡아나가야 했다. 동시에 8.15 노동자대회와 전태일3법 입법 추진 준비 등 제법 바쁜 일정이 이어졌다. 바쁜 한 달을 지내면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린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을 모으는 전통이 있다. 그 전통이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민주노총 결성, 100만 제1노총으로 이어졌다.

8.15 노동자대회 땐 제한한 인원의 두 배인 1,900여 명이 모였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방식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지만 광화문집회로 인한 우려가 커지자 조합원 99%가 자발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지도부가 결정하고 지침을 내리면 이렇게 움직이는 조직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까? 국민동의청원제도를 통한 전태일3법 입법 운동도 현장 조합원들이 움직여 빠른 속도로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조합원들의 뜻이 있으니 비대위가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 민주노총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 적은 많았지만, 비대위원장을 지역본부장이 맡은 일은 처음이다. 보통은 규모가 큰 산별노조 대표자가 해오지 않았나?

보통 그랬지만 규약이 그렇진 않다. 규모가 큰 산별노조는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인한 생존권 사수 투쟁으로 위원장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민주노총도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사업을 위해서는 비대위를 빨리 꾸려 조직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었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별로 없어 16개 지역본부장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내가 중앙집행위원회(중집) 위원 다수의 추천으로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 민주노총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겪으며, 민주노총 안팎에서 민주노총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현재를 어떻게 진단하나?

‘위기’라기보다는 ‘혁신과제’들이 드러난 과정이라고 본다. 노사정 합의를 둘러싼 이른바 ‘민주노총 사태’가 안 생겼으면 좋았겠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민주노총은 다양한 생각을 하는 조합원들의 결집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부문과 사적영역, 생산직과 사무직,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 등 처지와 조건에 따라서 여러 입장이 있는 만큼 조직 내에서 떠오른 쟁점을 둘러싼 토론과 논쟁은 늘 있다. 물론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드러날 수는 있다.

그래서 현상적으로는 위기라고 생각 안 한다. 밖에선 위기로 보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조건과 탄압도 이겨내고 100만 조직이 된 민주노총은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역사적으로 정권과 자본은 노동운동에 다양한 대응을 한다. 포섭, 배제, 분할, 탄압 등이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총단결하고 투쟁하는 것, 이 길밖에 없다.

-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노총의 ‘혁신과제’는 뭔가?

민주노총의 혁신과제를 공식 단위에서 정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 의견을 말하긴 조심스럽다. 다만 민주노총의 운동 방향, 활동 방식, 교섭과 투쟁 등 다양한 영역의 과제를 정립해야 하는데 향후 조직적 토론을 통해서 해나가야 할 일이다.

과제가 도출되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경로를 밟아 함께 해야 할지도 남은 문제다. 이 모든 걸 비대위 과정에서 풀기는 어렵다. 이는 다음 집행부의 몫인 만큼 비대위는 징검다리 역할 정도를 하려 한다. 민주노총의 혁신과제 도출 관련 기획이나 사업은 진행할 계획이지만, 비대위 기간에 주요 화두가 되진 않을 거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민주노총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민주노총

“전태일3법 발의 운동,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

- 민주노총 비대위는 하반기 과제로 전태일3법 쟁취와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고용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 조직적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전태일3법은 국민동의청원제도를 통해 입법운동에 나설 것을 밝혔는데, 전태일3법의 취지와 그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올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열사가 남긴 유지(遺旨)는 크게 세 가지다. 분신 항거하며 외쳤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와 어머니 이소선 여사에게 남겼던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다.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어떤가?

근로기준법이 지켜질까? 아니다. 여전히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580만 명이다. 여기에 초단시간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1,000만 명에 달한다. 노동조합법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대부분 사람들은 노동조합을 누구나 만들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조합 조직률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합쳐 11%밖에 안 된다. 이렇게 조직률이 낮아서야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또한 여전히 노동자들은 기계처럼 일하며 한 해 2,500명이 일터에서 죽는다. 생계를 위해 일하다 생명을 잃는 이들의 숫자가 이렇게 많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지연된 50년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안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 ▲모든 노동자에게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 3개 입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전태일3법은 전 국민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 명쯤 되는데 그중 절반인 2,500만이 노동자니까. 당연히 시민사회, 정당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사실 민주노총 조합원 다수는 노동조합이 있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나서는 이유는 조직력과 단결력이 높은 100만 조직이 아니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태일3법 입법 운동이야말로 민주노총의 진정한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찮다. 민주노총 8.15 기자회견에 대한 공세도 거셌다.

두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하나는 언론의 보도처럼 민주노총은 그날 광장에 모이지 않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했다는 거다. 우선 민주노총은 집회를 하지 않았다. 처음엔 관계당국과 협의해 안국역 사거리에서 집회를 하기로 했다. 방역거리 유지를 위해 배치할 의자, 마스크와 페이스실드를 준비했는데 이틀 전에 집회를 하면 안 된다는 관계당국의 연락이 왔다.

그래서 대회 장소와 형식을 바꿨다.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목소리를 내고, 나머지 참석자들은 종각역 사거리 인근 4곳으로 흩어져 인도에서 현수막을 든 채 거리를 유지하며 선전전을 했다. 당시 경찰과 질병관리본부(질본)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후 광화문집회가 문제가 돼서 후속 조치에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질본에서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검사대상으로 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조직적 판단하에 자발적으로 검사에 임한 것이다. 참석자 중 99%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 중 한 분이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민주노총 기자회견과 관계없을 가능성이 높다. 질본에서도 해당 조합원이 집회와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공식 역학검사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 그날 민주노총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야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자가 먹고 사는 문제, 생존권 요구만 갖고 살 수 있나? 노동자의 삶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이 영향을 준다. 물론 생존권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 또한 정치적 영역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노동자이자,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도 활동하고 투쟁해야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라 주권을 이야기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 아닌가.

민주노총은 빼앗긴 주권을 찾은 8.15 광복절에 민족의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남북합의 이행,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이야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도 하고, 백두산도 가고 했던 게 다 어디 갔나? 그리고 지금 한미워킹그룹을 두고 제2의 조선총독부 아니냐는 말도 많다.

자주와 평화는 노동자의 삶과 직결된다. 천문학적인 주한미군 주둔비, 군사 무기 구입비 등은 우리가 낸 세금인데 복지로 쓰면 얼마나 좋겠나. 부산에서도 8부두 미군 세균무기 부대가 있다. 위험천만한 것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성주 사드 배치 등 예를 들자면 너무 많다. 과연 한국을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코로나19 뒤에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8월 15일을 맞아 자주와 평화, 통일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나선 거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민주노총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민주노총

코로나19 상황 투쟁?
“뜻이 있으면 길 있어”

- 당장 방역도 문제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고용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어떻게 돌파할 생각인가?

지금 위기는 여러 전문가가 이야기하듯 경제 구조 위기에 코로나19 위기가 겹쳐 그 고통이 더 가중되고 있다. 양극화 해소, 사회 시스템 개편 등 장기적 대책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고, 현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절벽에 몰린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당연히 중요하다. 고용유지지원금 대상 확대,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제도 도입, 상병수당 시행 등이 필요하다. 민주노총도 창조적인 방식을 모색해봐야 하는데 기본은 발로 뛰고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총이 가진 조합원의 힘과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해야지 다른 묘수가 없다.

- 민주노총 비대위에서는 ‘투쟁’을 강조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총파업·대규모 집회 등 투쟁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총의 사업과 요구를 실천하기 위한 투쟁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해나갈지 고민이 클 것 같다. 

투쟁 방식이 문제인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본다. 집회를 못 했던 몇십 년 전에도 다 활동했다. 지금은 우리가 중앙위원회를 화상으로 열고, SNS 홍보 등 온라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처럼 방역기준을 지키면서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 현장에서 창조적 방식이 많이 나온다. 그걸 지도부가 잘 모아서 하면 된다. 일대일 만남은 되기 때문에 더 발로 뛰어야 할 필요도 있고. 그러다 코로나19가 잡혀 집회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그때 집회하면 되는 거다.
 

“정부의 민주노총 패싱, 잘못 돼
대화 채널 닫아놓은 적 없어“

- 민주노총에서 지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최종 부결되면서 “앞으로 노사정 관계에서 민주노총이 ‘배제’되는 것 아니냐”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노정 채널이 닫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노사정 합의를 반대했던 쪽에서도 산업이나 업종 단위의 노정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민주노총 입장에서도 정부에 ‘패싱’당하는 상황은 막아야 할 텐데?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인 이상 투쟁뿐 아니라 대화와 교섭도 한다. 결과는 합의서로 나오는 거다. 민주노총은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노고로 제1노총이 됐다. 정부와 자본의 마음에 들어서 1노총, 마음에 안 들면 2노총이 아니란 뜻이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민주노총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패싱하는 건 옳지 않다. 또한 우리의 주체적인 판단이 늘 반정부 투쟁도 아니고. 민주노총이 각종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적극 참석해 우리의 주장을 할 것이다. 우리는 채널을 닫아놓은 적이 없다.

- 민주노총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1노총이 됐다. 하지만 지난 노사정 합의 부결을 거치면서 민주노총이 지위에 걸맞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노총이 제1노총으로서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은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인해 생존권 위기에 빠진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단위사업장, 산별노조마다 이해가 다르고 사회적 인식, 내부 역량 부족, 환경, 법제도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적 역할을 못 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여러 언론이나 정부, 자본이 말하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들어가서 노사정대화 잘하라는 거 아닐까? 물론 노사정 합의 관련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민주노총이 말 그대로 내셔널 센터,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두고 따져봤을 때 충분하지 못하다는 대의원 대다수의 판단이었던 거다.

- 사업 과제는 아니지만, 지난 민주노총 사태는 100만 조직인 민주노총 지도부의 ‘지도력 강화’라는 과제도 남긴 것 같다. 지난 사태 당시 노사정 합의 반대파에서도 지금의 민주노총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도력 강화를 말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도력이란 지도부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힘을 모으고 사업과 투쟁을 잘하는 것이다. 지도부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도부가 전 조합원들 지향과 요구를 반영해 정책을 만들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 다음에 힘을 모아 투쟁, 대화, 교섭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목표에 다가가야 한다. 이런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 지도부는 지위에 맞게 제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내가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아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역할을 제대로 해야 지도력이 생기는 거다. 조합원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하고.

-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은 뭔가?

당면한 비상시기를 잘 수습하고, 전태일3법 쟁취 운동과 직선제 사업 등을 올해 제대로 해내는 거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현장에 발을 디디려 노력해야 하고. 시간 날 때마다 현장에 가보려 하는데 만만치는 않다. 민주노총의 지혜와 힘은 조합원에서 나온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 지도력 강화를 물어본 이유는, 민주노총 사태 당시 전 집행부가 상대적으로 지도력이 약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노총 조합원은 지도부의 결정과 지침을 존중하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기풍이 확고하다. 총연맹, 산별,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굉장히 높다. 김명환 전 위원장 개인, 김재하 개인이라서 존중하는 게 아니다. 이런 조건과 앞서 말한 지도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말할 수 있지만, 전 집행부의 지도력이 어땠다고 평가하긴 곤란하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민주노총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민주노총

“직선제 준비 최선 다할 것···
정치사업은 비대위에서 결론 내기 어려워“

- 비대위의 또 다른 과제로는 다음 집행부를 선출하기 위한 직선제 준비도 있다.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노동조합에서 지도부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지도부 선출은 조직에서 큰 농사 중 하나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100만의 조합원이 우리 자체의 힘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민주노총의 자부심이다. 비대위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선거를 잘 조직해 차기 지도부가 선출될 수 있도록 제반 사무업무, 진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선거는 단순한 투표행위가 아닌 민주노총의 주인으로서 적극적 실천 방식 중 하나다. 조합원들이 ‘내가 지도부’라는 마음을 갖고 선거에 주체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고, 3기 직선제도 무탈하게 이뤄질 거다.

-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부산진 무소속 출마 이력이 있더라. 민주노총에서 정치 세력화, 정치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업인데.

현실적으로 짧은 비대위 기간 정치사업에서 큰 성과나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거다. 정치위원회를 정상대로 소집해 민주노총의 정치사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해 봐야 한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노동자정치, 진보정치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을 거다.  

-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다. 조금 이른 이야기지만, 이번 비대위 임기를 마친 후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년 6월이 정년이다. 올해 민주노총 비대위원장과 부산본부장 임기를 동시에 마치고 나면 정년이 6개월 남는다. 일단은 부산기관차 승무사무소 기관사로 복귀해야 한다. 정년 이후로는 어떤 식으로든 운동을 이어나가지 않을까. 민주노총에서 간부한 사람의 의무이기도 하겠고. 운동은 쌓여야 사회가 변한다.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할 일이 없겠나?(웃음) 지역, 방식 등은 아직 고민해보지 않았다. 내가 필요한 곳에서 하려는데, 오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