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재도약을 꿈꾸는 신천연합병원
코로나19 시대, 재도약을 꿈꾸는 신천연합병원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0.11 00:00
  • 수정 2020.10.11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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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의학’ 지향한 신천연합병원… 36년 간 시흥북부 공공의료 한 축

코로나19로 ‘반토막’ 경영위기… 발전기금 모금으로 타개

[리포트] 시흥주민의 벗, 신천연합병원을 도와줘!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신천은 시흥시의 구시가지인 신천동과 대야동을 가르는 작은 강이다. 강어귀에 위치한 신천연합병원은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1970년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아리 ‘사회의학연구회’(이하 사의연)의 일원이었던 양요환, 안영태, 고경심이 ‘지역사회 실천’을 위해 만든 병원이다.
1970년대 서울에서는 ‘불도저’ 같은 개발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개발예정지가 보금자리였던 빈민들은 서울 바깥으로 쫓겨나갔다. 그렇게 밀려난 철거민의 도시 중 하나가 바로 시흥이다. 시흥은 ‘철거민의 대부’ 제정구 선생과 ‘빈민운동의 대부’ 정일우 신부가 ‘복음자리 운동’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신천연합병원도 마찬가지다. 신천연합병원은 의료소외지역이었던 시흥에 “지역에 양심적이고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겠다”는 설립취지를 가지고 탄생했다. 의원급으로 시작한 신천연합병원은 시흥지역의 발전에 발맞춰 133병상의 중소병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초 갑작스레 불어 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연합병원은 개원 이래 유래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신천연합병원의 위기는 곧 시흥의 위기다. 취약계층이 유달리 많은 시흥북부에 응급실을 가진 종합병원은 신천연합병원 한 곳뿐이다. 시흥 의료공공성의 한축이 흔들리고 있다. 신천연합병원은 발전기금 모금을 통해 이 위기를 발돋움 하는 기회로 바꾸려 하고 있다.

 

코로나19 패닉에 멈춰버린 신천연합병원

코로나19가 한국사회에서 다소 낯설었던 2020년 2월 9일. 시흥시 안에서도 아주 한적한 동네인 매화동에서 한국의 스물다섯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당시 신천연합병원은 민간중소병원임에도 선뜻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에 자원했다. 그 바탕에는 공공성을 지향하고자하는 병원의 설립 이념이 있었다. 하지만 25번째 확진자가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에 다녀갔다는 문자메시지가 전국에 퍼지자 신천연합병원은 유래 없는 경영 위기를 맞았다. 외래환자 수가 반토막 났고, 입원환자도 부랴부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11월 신천연합병원 건물 내에 카페를 차린 시흥 주민 A씨(47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 동네에서는 응급실 갖추고 있는 병원이 연합병원 밖에 없거든요. 사실 시흥시 인구에 비해서 병원은 협소하긴 하죠.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도 25번째 확진자가 여기서 선별진료를 받았다고 하니까. 우리 커피숍이 바로 옆이라서 확 느끼거든요. 입원환자나 내원환자들이 많이 줄었어요. 우리 매출이 10분의 1 토막 났으니까요. 6개월 전에 어떤 환자가 8인실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8인실 혼자 쓰면서 ‘독실이야!’라고요. 씁쓸했죠.”

3~4월 이후 우리사회는 코로나19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아직도 신천연합병원에는 코로나19의 확산 추이에 따라 환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백재중 신천연합병원 병원장은 “아직도 완전히 원래로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다. 계속 일정 수준 이하에 맴돌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백재중 신천연합병원 병원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타격을 많이 받죠. 요즘 또 코로나19 확진자가 확 늘었잖아요? 저희 선별진료소에서도 환자가 거의 매일 발생하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시흥시에서 보내는 문자메시지에는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다녀갔다고 떠요. 굳이 신천연합병원이라고 안 써도 되잖아요? 하하하. 꼭 써가지고요. 한 번 그러고 나면 환자들이 쭉 떨어지고, 입원한 환자도 빠져나가요. 타격이 꽤 크거든요? 정부에서 보상을 해준다고 하지만 진짜 그거는 쥐꼬리만 하죠. 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노동강도는 강해졌는데 매출은 떨어지니까. 급여가 나오네 마네 하는 상황에 오는 거죠.”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 또한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별진료소 운영을 위해 병원인력이 차출되면서 기존 업무도 훨씬 과중해졌다. 선별진료소 운영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인원을 추가로 고용하기에는 병원의 매출 타격이 컸다. 박선용 보건의료노조 신천연합병원지부 지부장은 현재 병원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새로운 업무로 인력을 투입하다보면 기존 업무에 있는 분도 힘들어지죠. 대외적으로 한국이 코로나19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간호사 선생님들은 번아웃될 지경에 있어요. 그러다보니 퇴사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의무감과 책임감 때문에 어떻게든 하고 있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나가겠다고 해요. 더 심각한 거는 저희가 한 달 벌어서 한 달 사는 민간중소병원이고, 악착같이 돈을 벌겠다는 곳도 아니니까 버티기가 더 쉽지 않은 거예요. 고용불안, 임금체불도 마음 한 켠에 걱정하고 있어요."

쉽지 않은 회복세
발전기금 모금으로 타개

박선용 지부장은 어려운 사정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뜻 나섰다가 도리어 위기를 맞은 전국의 민간중소병원에게 정부가 적절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성을 지향한 ‘선의’가 피해가 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민간중소병원한테 시중은행을 통해 5억 원을 저금리로 대출을 해줬어요.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비용 9억 3,000만 원을 선지급 받았어요. 원래 7월부터 1억 5,000만 원씩 갚아야 하는데 3개월 연장해서 10월부터 상환 기간이에요. 그런데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잖아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면 특히 민간중소병원에는 시한폭탄일 수밖에 없어요. 갚을 능력도 안 되는 채무 때문에 임금이 체불 되면 악순환의 악순환이에요. 의료진이 하나 둘 떠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박선용 보건의료노조 신천연합병원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박홍렬 신천연합병원 홍보팀장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발길을 끊은 환자를 다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는 중이다. 박홍렬 팀장은 “코로나19로 환자가 급감한 이후 ‘코로나19에 안전한 병원’을 모토로 홍보에 나섰다”면서, “하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코로나19와 병원이 계속 엮이니 별로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8월 1일 백재중 병원장이 새로 부임하고 난 이후 신천연합병원은 발전기금 모금사업을 새로운 타개책으로 선정했다. 신천연합병원이 초기부터 안정기, 이후 병원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직원들과 지역주민의 헌신과 노고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지금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를 거는 방법이었다. 백재중 병원장은 이를 ‘신천연합병원의 정체성’을 다시 찾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저희 병원에는 역사적 태생이 있어요. 사회의학연구회 분들이 ‘왜 이 지역에 이 병원을 만들었을까’하는 거죠. 그분들이 이 병원을 설립하면서 생각했던 게 있잖아요? 설립 이념이 제대로 이어져 오는지, 실현되고 있는지 한 번씩 계속 검증할 필요가 있어요. 시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설립이념 자체는 그대로 가니까요.”

발전기금 모금에는 노사가 따로 없었다. 백재중 병원장은 “이번에 발전기금 모금하면서 보니 병원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입사 3년차인 박인정 신천연합병원 의료사회복지사는 “처음에는 솔직히 다들 안 낼 줄 알았다. 또래 직원 사이에서는 이직 고민도 하고 퇴직금도 못 받을까봐 불안해했다”면서, “그런데 정말 많이 모였다. 흔쾌히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월급의 반을 뚝 떼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옆에서 볼 때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마을건강센터’
시흥시의 소통창구

마을건강센터는 백재중 병원장이 부임한 이후 신설된 부서다. 기존에 신천연합병원이 수행하던 취약계층 및 지역사회 의료지원 업무를 한 데 모아서 ‘마을건강센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발전기금의 주된 용처이기도 하다.

박인정 의료사회복지사는 “다른 병원처럼 ‘사회사업팀’이라고 하면 어려운 사람들이 돈 없으니 병원비 달라고 하는 뉘앙스가 있다”면서 “원장님이 그냥 편하게 아무나 열어보고 들어 올 수 있는 창구가 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마을건강센터’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마을건강센터의 주요 업무는 특히 시흥의 의료소외계층을 발굴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박인정 의료사회복지사는 ‘기억에 남는 환자를 한 명만 소개해 달라’는 기자에 질문에 “의료비 지원을 받는 분들이 대부분 우여곡절이 많은 경우가 많다”면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인터뷰 중인 박인정 의료사회복지사.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최근에 있었던 어린이 환자가 기억나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계속 결석을 하는 거예요. 학교에서 집에 방문을 했더니 아이가 컴퓨터만 하고 있었죠. 아이가 취약계층이었는데, 아버님 소득이 (수급자 기준에서) 1~2만 원 높아서 한부모 가정 지원을 못 받았던 거죠. 아버님은 12시간씩 일을 하고요. 1차 기관에서는 영양실조-아동학대-방임이라고 판정했어요. 그 이후 기관에서 저희 병원으로 오게 된 건데. 사실 아이와 부모를 분리해야 맞아요. 그런데 아버님이 너무 아이를 사랑하시는 거예요. 방법을 모르다보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 피자만 사주고 12시간씩 집을 비웠던 거죠. 아이의 치아가 다 상해서 음식물을 섭취하기가 어려운 상태였어요. 말랑말랑한 거만 삼키니까 장염도 왔고요.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고 영양교육이랑 식사후원, 의료비 지원에 초점을 맞췄어요. 지금도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죠.”

시흥과 함께하는 신천연합병원

서울에서 밀려난 빈민의 도시였던 시흥은 현재 당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 들어선 으리으리한 아파트가 보이는 한편, 시흥의 탄생을 함께 했을 것 같은 오래된 주택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시흥은 지금도 천천히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양심적이고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겠다”는 신천연합병원의 설립 이념은 변함이 없다. 이는 그 뜻을 이어나가고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공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흥지역 중학교 학생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박인정 의료사회복지사는 2년 간 군포에서 시흥으로 출퇴근하다가 약 1년 전부터 시흥에 정착했다. “앞으로 결혼을 해도 시흥에서 쭉 살 것”이라고 말하는 박인정 의료사회복지사처럼 신천연합병원에는 시흥에 터를 잡은 직원들이 유독 많다. 입사 12년차 박홍렬 팀장도 입사 이후 시흥에 정책했으며, 입사 15년차 박선용 지부장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신천연합병원을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박선용 지부장은 “신천연합병원은 주인이 없는 병원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모두 주인이기도 하다. 또한 시흥시민들의 병원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신천연합병원을 향한 도움은 단지 하나의 사업장만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 병원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를 살리는 일이다. ‘공공병원’ 불모지 한국사회에서 신천연합병원의 가치는 더욱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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