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공무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다
보이지 않는 공무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0.18 17:32
  • 수정 2020.10.21 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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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직 조례’ 발의한 봉양순 시의원, 서울공무직지부와 현장 방문
공무직 노동현장 방문은 이번이 처음 … 일상에 서린 차별 여전히 커
16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청 남산별관 4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봉양순 서울시의원과 서울지역공무직지부 조합원 간담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우리가 녹지사업소 회의실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이것도 참 감개무량한 일 아닙니까?”

신명준 서울지역공무직지부 공원녹지사업소지회 지회장의 말이다. 서울시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7년 모두 정규직이 됐다. 그러나 ‘공공부분 무기계약직 노동자’, 공무직에 그쳤다. 정규직화 이후에도 공무직 노동자는 여전히 ‘2등 직원’의 처지에 있다.

봉양순 서울시의원(노원구·더불어민주당)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무직지부(지부장 원우석)가 16일 서울시립미술관·공원녹지사업소·한강관리사업소 공무직 노동자와 현장방문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장방문 및 간담회는 오전 9시 30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에 각각 서울 노원구 북서울미술관, 서울시청 남산별관,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에서 진행했다.

정치인이 공무직 노동자의 노동현장을 직접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봉양순 시의원은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장 시절 ‘서울시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를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조례는 큰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9년 9월 16일 통과됐다. 현재 봉양순 시의원은 서울시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갑질’ 만연한 북서울미술관

이날 간담회에서 북서울미술관 공무직 노동자들은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북서울미술관에서 공무직 노동자들은 보안, 안내, 미화, 방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중 보안과 안내직원은 서울지역공무직지부 서울시립미술관지회에 소속돼 있다. 나머지 미화-방재 공무직은 민주일반연맹 소속이다.

이용탁 서울시립미술관지회 지회장이 봉양순 서울시의원에게 경비실 용도 변경 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해당 공간은 본래 휴게실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보안, 안내 직원은 미술관의 일방적인 업무소통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경비실로 8년 동안 사용되던 공간이 하루아침에 용도 변경된 일이 있다.

이용탁 서울시립미술관지회 지회장은 “소방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8년 동안 쓰고 있었던 경비실 문짝을 뗐다. 문짝을 뗀 방에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경비실로 쓸 게 아니니 고쳐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경비실이 사라지는 대신 무슨 방안을 강구해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즉흥적이고 임의적으로 일이 진행돼 막상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은 큰 곤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일상 속 배여 있는 ‘공무직’ 차별

더불어 호칭문제도 제기됐다. 북서울미술관에서 안내데스크를 보는 여성 직원에게 ‘아줌마’라는 호칭을 공공연히 사용했다는 것이다. 공무직 노동자는 ‘실무관’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비단 북서울미술관 하나의 사례가 아니다.

신명준 공원녹지사업소지회 지회장은 “실무관(공무직)이란 직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현장에서 담당 주무관이 실무관(공무직)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특히 여성 실무관에게 아주머니, 아줌마 등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일하는 과정에서 공무직 노동자를 얕잡아 보는 시선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힘든 일에도 대우 못 받는 한강공원 공무직

난지한강공원 쓰레기 적하장. 서울 시내 11개 한강공원의 쓰레기는 모두 이곳에서 처리된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또한, 업무에 비해 적절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공무직 노동자도 있었다. 공무직 전환 과정이 급박하게 진행된 탓이다. 난지한강사업소는 11개 한강공원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서 처리하는 쓰레기 적하시설이 있다. 이곳은 공무직 4명과 기간제 노동자 8명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집게차를 몰고 서울 곳곳의 한강공원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한다.또한, 모은 쓰레기를 분류하고 압축하는 일도 한다. 기간제 노동자가 없는 동절기 때는 오로지 4명이서 이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공무직 중에서 '대민종사원 운전직'으로 편제돼있다. 수행하는 업무에 비교했을 때 적합하지 않는 편제라는 지적이다. 그로 인해 정규직 전환 이전보다 떨어치는 처우를 받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봉양순 시의원이 공무직 노동자의 휴게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봉양순 시의원은 “오늘 모든 일정 뒤로 하고 북서울미술관을 필두로 여러 현장을 방문했다. 지금은 민생위원장 맡고 있지 않지만 여러 가지 조례를 만들어서 어떻게 하면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노동현장을 봤어야 하는데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애로사항을 듣고 같이 풀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