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산업 사회적 대화, 어떻게 가능했나?
플랫폼산업 사회적 대화, 어떻게 가능했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0.27 11:51
  • 수정 2020.11.07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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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플랫폼 배달업계 최초로 노사 자율협약 체결
노사, 꾸준한 대화 통해 쌓아올린 신뢰의 결과
플랫폼 노동 포럼 1기가 4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11길 라이브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 서비스연맹
플랫폼 노동 포럼 1기가 4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11길 라이브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 서비스연맹

대화는 과정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낮은 수준의 교류로 시작해 높은 수준의 숙의에 이르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과 축적된 시간이 필요하다. 한층 한층 쌓아 올린 축적의 시간은 신뢰를 만든다. 이 대화가 사회적 대화라면 노사정 또는 노사 간 신뢰는 곧 갈등비용을 줄이는 '사회적 자본'이 된다.  

한국 노사관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만드는 과정, 대화는 낯선 일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노사는 각자 요구안을 들고 법, 제도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막상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조율하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나면 어디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플랫폼산업처럼 빠른 기술변화로 바뀌는 일터의 모습도 법과 제도는 바로 담아내지 못한다.

느린 법과 제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만든 약속, 자율협약(Code of conduct)이다.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은 "노사관계에서 법을 통한 규제는 중요하지만 최소 기준에 불과하다"며 "법에 기대는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산업·업종별로 각 특성을 반영해 노사가 자율협약을 만들어내는 실험들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플랫폼 배달산업 노사가 그 실험을 해냈다. 10월 6일 '플랫폼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1기(위원장 이병훈, 이하 포럼)'가 국내 플랫폼 배달업계 최초로 노사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관련 산업법, 노동법, 근로기준법 등 기존 질서가 포괄하지 못하는 플랫폼 배달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가운데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는 데 노사가 뜻을 모아 4월 1일 출범한 포럼은 6개월간 대화 끝에 총 6개 장, 33개 조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을 도출했다.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라이더유니온이, 기업 측에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스파이더크래프트가 협약의 주체로 참여했다. 협약의 적용을 받는 라이더는 약 7만 5,000명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협약에 참여한 3개 업체를 비롯해 대리주부, 마켓컬리, 직방, 토스 등 1,500여 개 스타트업이 회원사로 있는 사업자협회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기자 dsjeong@laborplus.co.k
ⓒ 참여와혁신 정다솜기자 dsjeong@laborplus.co.k

플랫폼 배달산업 노사 '자율협약'의 의미

의미① "협약 그 자체"

이번 협약의 첫 번째 의미는 협약 그 자체다. 국내 플랫폼산업 관련해 정부가 아닌 노사가 주도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한국에서 최초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협약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협약은) 끊임없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가 상생하는 첫 발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대엽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협약은 협약 그 자체가 중요하다"며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에 목매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려운데, 플랫폼산업 노사가 아래로부터 대화를 성사시킨 성과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미② 협약에 담긴 노사 '존중' 정신

두 번째 키워드는 '존중'이다. 협약서 1조4항에서 노동조합은 거래비용 감소, 새로운 부가가치 확보 등 플랫폼산업의 긍정적 측면을 존중하기로 했다. 기업은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을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가진 주체로 존중하겠다고 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10월 7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답을 알 수 없는 디지털시대, 코로나19까지 겹쳐 기존의 법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중앙의 사회적 합의는 불발했고 최근에는 케케묵은 노동유연화가 다시 거론되는 상황에서 1조4항을 읽는 순간 길이 열렸구나, 싶었다"며 "가뭄에 단비 같은 협약"이라고 이번 협약을 평가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협약을 통해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의 대변자로서 노동조합이 기업과 단체협약의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며 "이는 공급자(라이더) 처우가 곧 경쟁력인 플랫폼기업에게 노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했다.

의미③ 플랫폼 배달산업 기본 질서 마련

세 번째는 플랫폼 배달산업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박정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플랫폼 배달산업이 전반적으로 너무 룰이 없는 곳이라 협약의 전반적인 내용이 룰 세팅이었다"고 말했다.

협약서에는 ▲공정한 계약 원칙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등에 관한 기본 원칙이 담겼다. 플랫폼 배달산업 노사는 정부에도 배달서비스의 법적 정의, 지원·육성 및 감독 근거를 포함한 법률 제정, 고용보험·산재보험 제도 확대 개편 등을 통한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체계 마련, 적정 배달료 근거 마련 등 새로운 질서 마련을 요청했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플랫폼산업의 핵심 쟁점인 수수료, 노동시간, 공정거래 등에 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쟁점이 생겼을 때 이번 협약을 기준으로 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플랫폼산업 사회적 대화, 어떻게 가능했나?

이번 자율협약은 플랫폼 배달산업 노사가 1년 넘는 소통을 통해 조금씩 쌓아 올린 신뢰의 결과다. 신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노동조합 측 간사인 박정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에게 포럼 출범 전 노사 간 어떤 장면들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장면① 서비스연맹의 운동전략과 학습

서비스연맹은 플랫폼산업에 일찍부터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플랫폼산업 확대로 증가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서비스직이며 서비스연맹에 조직된 대리운전, 퀵서비스, 배달 등 특수고용직 이동노동자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특고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연맹은 비공식 영역인 플랫폼 배달산업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 첫 번째 운동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당면한 플랫폼산업을 두고 산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며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는 플랫폼 노동환경이 바뀌는 형태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산업 질서를 어떻게 세울지 노조가 들어가서 함께 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게 우리의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비스연맹은 플랫폼산업 학습을 위해 2018년 8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전문가, 연구자들과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노동' '플랫폼 노동자 보호 방안' 등을 주제로 '디지털경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박정환 정책국장은 2019년 1월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의 발제를 노사 간 사회적 대화의 시작으로 꼽았다.

당시 세미나에서 정미나 정책실장은 플랫폼기업에게 라이더는 핵심고객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라이더(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야 플랫폼기업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배달산업에서는 공급자가 수요 증가폭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 플랫폼기업이 라이더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당시 저뿐만 아니라 여러 연구자들도 플랫폼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던 것 같다"며 "어쨌든 플랫폼기업들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그들이 공급자라고 부르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는 태도 자체에서 노사 대화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장면② 정부 주도 사회적 대화 한계 "우리가 직접 해보자"

이후 노사는 자주 교류했다. 특히 4차산업혁명위원회·일자리위원회 등 플랫폼산업 관련 정부 주도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만날 일이 잦았다. 정미나 정책실장은 "플랫폼산업 관련 온갖 정부 위원회가 많았는데, 테이블마다 많은 분들이 플랫폼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제각기 반복하다 보니 1년이 지나도 이슈가 좁혀지지 않았다"며 "노사는 이미 학습이 됐고 뭐가 필요한지 눈에 보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노사가 주도해서 대화해볼까?'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지난해 여름, 박정환 정책국장과 정미나 정책실장은 '노사당정' 구조의 사회적 대화를 구상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찾아갔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플랫폼노동 관련해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많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을 만나 노사가 공동으로 사회적 대화 제안서를 작성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결과는 잘 안 됐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더불어민주당과 한두 번 정도 만났는데 당시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시즌이기도 하고 사회적 대화라는 것이 가시적 성과가 딱 드러날 만한 건 아니라 유야무야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장면③ 타다 드라이버-요기요 라이더 노동자성 인정

이후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28일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가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같은 날 음식배달 앱 '요기요' 라이더들이 노동자라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타다는 개인사업자를 렌터카에 알선해주는 서비스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타다가 운전자를 지휘·감독하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고 봤다. 요기요는 라이더들과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지휘·감독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라이더들이 요기요의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플랫폼기업의 위장도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사용자들이 타다나 요기요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고용노동부도 관련 기준과 원칙을 빨리 세웠어야 했는데 못 했다"며 "이 일들은 플랫폼노동 시장의 질서 확립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부각됐던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서비스연맹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택배, 퀵, 배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이 소비자의 손에 직접 전달되는 생활물류서비스 산업을 정식 산업으로 규정하는 생활물류서비스법 토론회,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공동광고 게시 등을 함께했다. 최근 플랫폼 배달업계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지회와 우아한청년들도 계속 대화하며 노사관계를 만들어나갔다.

정미나 정책실장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서비스연맹이 꾸준히 교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사실 공급자의 안정적 확보, 공급자의 서비스 질 향상 등을 위해 모든 플랫폼기업이 다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쿠팡처럼 콜당 수수료를 크게 올려서 라이더를 유인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고, 배달의민족처럼 노조와 협약이나 제도적 개편 방식을 택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마침 업계 선두주자인 배달의민족이 노동조합과 상생의 길로 나선 것이 업계에 시그널이 많이 됐다. 기업이 그렇게 적극적이었기에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나설 수 있었던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장면④ 서비스연맹, 노사정 사회적 대화 제안

얼마 뒤 서비스연맹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서비스연맹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배달업 플랫폼 시장의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 성명서를 지난해 11월 11일 발표했다. 서비스연맹은 "배달시장은 지하경제화 되어 편법과 탈법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플랫폼기업이 배달대행업자에게 불공정 계약을 강요해도 아무런 법·제도적인 규제가 없다"며 "배달업 플랫폼기업은 물론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책임이 있는 정부에 제안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배달시장의 산업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배달업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도입하자. 현재 법·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로 시장의 기초 질서부터 세우자"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대화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배달시장의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시장의 기초 질서를 세웠으면 한다"며 "플랫폼기업이 호응하고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시장에는 아무 힘이 없어서 활자로만 존재하는 표준약관이 아니라 배달시장의 실질적인 ‘표준’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장면⑤ 포럼 구성 구체화

성명서를 발표한 뒤 노사는 플랫폼산업 사회적 대화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문도 보냈는데 진전이 별로 없어서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을 비롯해 노사가 발품을 팔면서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와 소통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대표되는 중앙 사회적 대화가 아닌 산업별, 직종별 중위 수준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만들까에 대해 고민하며 하나씩 사회적 대화 포럼의 꼴을 갖춰나갔다. 노동조합 측엔 라이더유니온도 참여를 결정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포럼의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한국노총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공식적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서 플랫폼노동에 대해 다루고 있어 위원이 아닌 참관하는 형식으로 참여했다.

플랫폼노동 포럼 1기는 ▲노동조합(김성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박정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 이영주 라이더유니온 정책국장) ▲기업(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 이승훈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외협력팀장,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공익전문가(이병훈 중앙대 교수, 권현지 서울대 교수, 박은정 인제대 교수)로 구성돼 출발하게 됐다. 

노사 주도 자율협약,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플랫폼 배달산업 첫 자율협약을 만들어낸 플랫폼 포럼은 상설협의기구로 전환해 협약의 이행을 점검하고 배달료 기준과 체계 개선 방안 마련, 플랫폼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업무 배분에 관한 서비스 정책 등에 대해 노사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해야 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라이더유니온은 안전배달료, 알고리즘 업무배분 정책, 모든 라이더의 노조할 권리 등 이 세 가지 사항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져 이번 협약에 참여한 것"이라며 "정부 측에서 참여해 제도적 보장을 약속했다면 더 의미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하게 돼 정부 건의안 형식으로 정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협약에 참여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선 안 된다"며 "상생하려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협약은 향후 다른 플랫폼 분야로의 확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자율협약 내용이 법과 제도로 안착될 수 있도록 국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부도 올해 말 플랫폼노동자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사가 제안하는 제도개선 사항들도 꼼꼼히 살펴보겠다"며 "전국민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문제도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 전문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
- 배달서비스업을 중심으로 -

1. 총칙

1-1. 이 협약은 플랫폼 경제의 건강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협약에 참여하는 각 주체의 역할과 노력을 규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2. 이 협약은 소비자의 요청에 응답하여 음식, 생활용품 등을 공급자로부터 받아 제시된 위치로 전달하는 배달서비스업을 규율한다.
1-3. 이 협약의 적용 대상은 다음과 같다.
① ‘플랫폼 기업(이하 기업)’이란 배달서비스업 영역에서 다수의 공급자와 소비자, 배달 노동 종사자를 연결하여 배달 서비스 관련 효율적인 거래행위를 촉진하는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기업을 통칭한다.
② ‘플랫폼 노동 종사자(이하 종사자)’란 플랫폼을 매개로 한 업무 수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여 다양한 운송수단을 통해 배달 서비스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단,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배달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③ ‘노동조합’은 종사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노동조건의 유지 및 개선 등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하며 종사자를 대표한다.
1-4. 이 협약에 참여한 기업과 노동조합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하여 협약사항을 실천하고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노동조합은 공급자, 소비자, 종사자의 효용을 증진 시키는 플랫폼의 순기능과 기업의 경영상 권한을 존중하고, 기업은 종사자가 노동조합을 자유로이 결성하고 활동할 권리를 보장하며 단체교섭의 주체로 노동조합을 존중한다.
1-5. 이 협약에 참여한 모든 주체는 배달서비스 산업 생태계의 상생 발전에 있어서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뿐 아니라 배달서비스 소비자, 음식점 등 공급자, 지역 배달대행사와 같은 이해당사자의 이익이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으며 협약의 이행 과정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2. 공정한 계약

2-1. 기업은 배달 업무에 대한 입직 요건을 분명히 하고, 종사자는 이에 협조한다.
2-2. 기업과 종사자 간의 계약은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되어야 하며 상호 간의 권리와 의무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형태로 명료하게 작성한다. 계약서에는 계약의 체결과 종료에 관한 일반적 사항이 명시되어야 한다.
2-3. 플랫폼을 매개로 업무 수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종사자는 스스로가 원하는 시간과 업무를 수행할 권리를 가진다. 기업은 종사자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날짜나 시간을 지정하지 않으며, 원하지 않는 업무의 수행을 강요하지 않는다.
2-4. 종사자의 귀책 내지는 규칙 위반에 따른 제재의 근거와 절차는 명확해야 하며, 기업은 이를 종사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3. 작업조건과 보상

3-1. 기업과 종사자는 사회안전망 보장의 기준이 되는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상호 노력한다.
3-2. 기업은 종사자가 특정한 업무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해당 업무의 작업조건과 수행을 통해 자신이 얻게 될 보수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알도록 하며, 보수의 정산 시기에는 세부명세를 제시한다.
3-3. 종사자는 플랫폼이 제시하는 정책을 준수하고 수락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존중하여 가맹점과 소비자와 대면 과정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3-4. 기업은 종사자에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배분한다. 기업이 경력, 숙련, 운송수단, 지역, 인적 특성 등의 차이에 따라 각 종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업무를 다르게 제시할 경우, 이에 관련한 기준을 종사자가 알 수 있도록 한다.
3-5. 기업은 정부와 협력하여 종사자가 자신의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3-6. 기업은 월급제와 같은 정규적 고용의 필요가 있을 때 기존에 플랫폼을 매개로 업무 수행 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했던 종사자를 우선 채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4. 안전과 보건

4-1. 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다하고, 산재보험 가입 독려, 적절한 교육 및 보호장구 제공, 종합보험 안내 등을 통해 종사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4-2. 기업과 종사자는 배달 서비스의 안전한 수행에 있어서 충분한 휴식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상호 노력한다.
4-3. 기업은 가맹점, 소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조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종사자를 인격적 모독이나 폭언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4-4. 기업은 배달 업무상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기업과 종사자는 분쟁 발생 시 갈등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한다.
4-5. 기업과 종사자는 안전하고 정확한 배달을 위해 상호 노력하며, 심야, 혹한·혹서기, 우천·설천·강풍·노면 결빙 등의 악천후와 감염병 위기 발효 시에는 안전대책을 강구한다.
4-6. 종사자는 돌발적인 위험이 발생하면 이미 수락한 업무라도 중단할 수 있다. 기업은 종사자가 업무의 중단이 불가피했던 상황을 사후에 입증하면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4-7. 기업은 종사자에게 빠른 배달을 압박하거나 종사자의 귀책이 없는 배달시간의 지연을 이유로 제재하지 않으며, 위험한 속도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
4-8. 종사자는 법률에 따라 정해진 의무 교육에 반드시 참여하고, 이 외에도 안전에 관하여 플랫폼이 추가로 제공하는 교육에 성실히 임한다.
4-9. 종사자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며 안전한 주행에 각별히 유의한다. 특히,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의한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한다.

5. 정보보호와 소통

5-1. 기업과 종사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상호 간 및 고객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법률을 준수한다.
5-2. 기업은 종사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고충을 처리하기 위한 창구를 마련하고 성실히 운영한다.
5-3. 종사자는 플랫폼이 제시하는 업무 가이드라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권리가 있으며, 기업은 이에 적합한 소통창구를 마련하여 운영한다.
5-4. 기업은 종사자가 업무 수행 계약의 종료 이후에도 일정한 기간 근무 사실, 기간, 보수와 같은 자신의 근무기록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6. 후속 과제

6-1. 이 협약에 참여한 기업과 노동조합은 협약사항의 취지와 원칙을 유지, 실천, 발전시키기 위해 상설협의기구를 운영한다.
6-2. 상설협의기구의 구성은 이 협약에 서명한 기업과 노동조합, 공익전문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협약의 최초 체결 이후에 서명에 동참한 기업과 노동조합의 참여도 보장한다.
6-3. 상설협의기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다룬다.
① 협약사항 상호 이행의 확인 및 협약의 해석상 분쟁에 관한 협의와 조정
② 협약사항 이외에도 기업과 노동조합의 갈등 발생 시 이에 관한 협의와 조정
③ 산업 발전과 종사자 권익 보호에 관한 논의
가. 배달료의 기준과 체계 개선방안 마련 : 안전운행, 주행 원가, 시장 여건 등
나. 플랫폼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업무 배분에 관한 서비스 정책, 기술적 요소 등
다. 배달서비스 분야 직업훈련 인프라 및 협력 프로그램 구축
④ 협약사항과 연관된 제도개선 과제에 관한 정부와의 협력
⑤  그 외, 배달 플랫폼 산업 및 노동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논의
6-4. 상설협의기구의 구성, 안건, 운영방식 등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협약에 참여한 기업과 노동조합이 합의한 별도의 규칙으로 정한다.
6-5. 상설협의기구는 이 협약의 체결 이후 3개월 이내에 설치하여 운영한다.
 

이 협약에 참여한 모든 주체는 다음의 제도개선 과제에 합의하고 정부에 건의한다.

1. 정부는 플랫폼을 매개로 업무 수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유형을 분류하여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2. 정부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과 권익을 실질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한다.
- 이륜차 종합보험 관련 합리적 수준의 보험료 설정을 위한 획기적인 개선방안 마련
- 배달서비스 수행을 위한 필수적 비용구조를 파악 및 안전운행,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한 적정 배달료 근거 마련
- 이륜차 수리 및 리스 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태 파악 및 표준공임비 검토.

3.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체계를 마련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제도 확대·개편.
- 산재보험의 가입률 제고를 위한 적용제외 및 전속성 기준의 획기적 개선.
- 정확한 소득 파악과 사회보험 징수를 위한 국세청 등 유관 부처의 역할 제고.
- 여러 유형의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적 보호를 위한 온앤오프 방식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보험 가입·징수·보장 체계 정비.

4.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직업훈련 및 고용서비스 방안을 마련한다.
- 일자리 안정성을 위한 직업훈련 제도 등 확대·개편.
- 플랫폼 서비스에 적합한 직업훈련 인프라 및 프로그램 정비.
-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직업훈련 비용 지원

5. 정부는 국회와 협력하여 배달서비스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다. 
- 배달서비스 법적 정의, 지원·육성 및 감독 근거를 포함한 법률 제정 및 집행.
- 지역별로 소재한 배달대행업체에 대한 등록과 관리의 방안 마련.

6. 정부는 이 협약에 참여하고 준수하는 등 배달서비스업의 건강한 발전에 노력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시장질서를 왜곡하거나 법제도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을 감독한다.

7. 정부는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자 권익 보장에 관련된 경제·산업·고용·노동 등 관계부처의 소관 업무 분장을 명확화하고, 본 협약에 따라 운영되는 상설협의기구와의 일원화된 소통체계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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