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방에 한국호텔산업이 휘청거리는 이유
코로나19 한방에 한국호텔산업이 휘청거리는 이유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1.10 06:28
  • 수정 2020.11.10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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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큰 위기’지만 한 번에 산업 흔들?
정부 정책실패와 관광업계 실축이 빚어낸 ‘허약체력’

호텔업, 이대로 끝?➋

코로나19로 한국경제는 위기를 맞았다. 각 산업은 코로나19가 종식되기까지 어떻게든 기를 쓰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관광산업은 코로나19 한 번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는 대위기를 겪을 정도로 허약했다. 물론 관광산업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이다. 그러나 관광산업의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 관광산업은 늘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그 위기를 가속시켰다고 봐야 한다.

한국호텔의 현재 위기

코로나19로 호텔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객실점유율(Occupancy, Occ)이다. 객실점유율이란 호텔이 보유한 객실 수 중 판매된 객실 수의 비율을 말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호텔은 객실점유율이 70% 정도 돼야지 이익이 남는다. 그 수준일 때 이익도 내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시기 호텔들의 객실판매율은 20~30% 내외다. 한국호텔업협회가 전국 200개 호텔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객실점유율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 3월 객실점유율은 22.7%(전년 동기 66.9%), 4월 24.9%(71.8%), 5월 31.3%(69.8%), 6월 41.4%(73.6%), 7월 41.4%(73.9%), 8월 48.8%(79.9%)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6~8월 객실점유율이 40%대로 다소 호전된 것에 대해서는 평균객실요금(Average Daily Room Rate, ADR)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오섭 사무국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되면서 여행 수요가 살아났었다”면서, “하지만 내수관광객을 잡으려 옛날에는 상상도 못한 마케팅을 벌였다. 호텔 숙박권을 홈쇼핑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팔기도 했다”고 밝혔다. 객실판매요금이 그만큼 낮아져 기대만큼의 수익은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호텔업은 과거에도 휘청거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 호텔산업은 건강한 편이 못 됐다. 한국호텔업협회가 136개 호텔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호텔산업의 당기순이익률은 –6.2%였다. 이러한 수치는 2019년에 –1.5%로 다소 호전됐지만 그래도 ‘적자’였다.

호텔산업이 그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먼저 정부의 정책실패에 있다. 호텔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7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수도권 관광호텔 조성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용적률 기준 완화(일반주거지역 150%, 상업지역 500%) ▲주차공간 확보 기준 완화(134m² → 300m²당 1대 공간) ▲호텔용도 공유지 대부 시 이자 감면 등이 있다. 특별법은 2015년 일몰 예정이었으나 박근혜 정부가 1년을 추가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관광호텔은 2012년 786개(82,209객실)에서 2019년 1,983개(158,141객실)로 늘어났다. 7년 사이에 무려 2배 이상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앞서 2012년 1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레지던스 호텔’이 등장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기존 일반숙박업에서 생활숙박업을 추가했다. 생활숙박업으로 분류된 업체는 일반숙박업과 달리 객실 내 취사시설을 구비할 수 있다. 더불어 객실을 분양할 수도 있는데, 객실을 구매하는 사람도 관리회사에 운영을 맡겨야 한다. 숙박업과 부동산업의 특징을 혼합한 것이다.

이러한 시행령 개정은 호텔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당시 세계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는 노력이었다. 레지던스 호텔은 ▲분양이 가능하면서 금융자금 조달이 가능한 점 ▲주택법에서 보다 약한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오피스텔을 대체하는 부동산 수익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2014년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엔비가 한국에서 시작됨에 따라 호텔산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인 단체관광 유치에 급급했던 관광업계

호텔산업이 적자를 면치 못했던 두 번째 이유는 관광업계 내에서 장기적인 관점이 부재한 것에 있다. 앞에서 지적한 정부의 호텔공급정책은 당시 중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2010년 산업연구원에서 발행한 <소규모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언>에서는 “최근 최대 인바운드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서울에서 객실을 구하지 못해 수도권 밖의 콘도 및 일반호텔 등을 이용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의 사정은 복잡했다. 유승환 관광서비스노련 쉐라톤팔레스호텔 노조 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중국인 단체관광객 3박 4일 일정을 비행기표, 호텔비 다 포함해서 40만 원에 팔았어요. 서울시내 호텔은 1박에 최소한 10만 원이잖아요? 3박시키면 30만 원이고요. 그래서 어디다 갖다 놨냐면 인천, 평택, 의정부 방 100개짜리 호텔에 가져다 둔 거죠.”

“저희도 한동안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받은 적 있어요. 객실료로 5만 원, 세금 붙이면 6만 원도 안 돼요. 그러다 보니 영업이익은 낮아지고요. 당시 제가 초선 위원장이었는데 임금동결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오죽하면 동결을 했겠어요?”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한국 관광산업 성장을 견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자는 수준에 머물렀다. 저가 호텔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이는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사드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자 그대로 부메랑이 돼 위기로 돌아왔다.

황성식 (사)한국호텔전문경영인협회 이사는 “스스로 자초한 행위다. 시장을 못 보는 것”이라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언제까지 단체로 오겠나? 개별관광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그냥 데리고 와서 투숙시키고 단체버스 대절해서 운영하는 형태가 많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관광호텔 경쟁력도 떨어져

일련의 조치로 잠잘 곳을 구하지 못하는 관광객은 없어졌다. 문제는 호텔산업의 수준이 질적으로 떨어진 것에 있었다. 숙박시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규제를 받는 관광호텔과 보건복지부의 규제를 받는 일반숙박업, 생활숙박업으로 나뉜다. 일반숙박업에는 여관, 모텔 등이 속하며 생활숙박업에는 레지던스 호텔이 있다. 이 중 관광호텔이 건축규제, 영업형태 등에서 훨씬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는다. 관광호텔은 매년 문체부의 심사에 따라 1~5성의 등급이 매겨진다.

한편 관광호텔은 ▲객실 ▲식음료 ▲연회장 ▲레저 등 여러 사업부서로 구성돼 있는데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객실 외의 부대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특별법으로 인해 객실영업만을 강조하는 업태인 ‘비즈니스 호텔’이 크게 양산됐다. 이렇게 객실 영업을 강조하는 호텔에서는 고용 규모도 적다.

황성식 이사는 “호텔이 많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관광호텔로서의 제대로 된 구조를 갖춘 호텔은 고용창출까지 많이 시킬 수 있다”면서, “그런데 객실 위주의 호텔들은 인력이 많이 필요치 않다”고 밝혔다.

또한 유승환 관광서비스노련 쉐라톤팔레스노조 위원장은 호텔이 과잉 공급되면서 관광호텔의 특수성과 이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전에는 관광호텔증이라는 면허의 가치가 있을 때가 있었어요. 진짜예요. 진짜 다 쓰러져 가는 호텔이어도 관광호텔증만 가지고 몇 십 억 벌 수 있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맨날 산업에 규제를 없애달라고 하잖아요? 규제들이 없어진 현재 호텔산업은 면허권이 필요 없어요. 일정한 기준에 맞춰서 문체부에 넣으면 다 승인해줘요. 어떤 사업계획이 있는지 그런 거 안 따져요. 산업이 어떻게 양질의 산업이 될까하는 고민이 없죠.”

고용의 질도 지속적으로 악화

호텔산업 경쟁력의 저하는 곧 고용의 질 악화로 나타났다. 정오섭 사무국장은 “호텔이 돈을 번 적이 없다. 이익을 늘리려면 매출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어야 하는데 매출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은 하지만 어려우니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더 커진다. 고정비 중에서도 특히 인건비”라고 지적했다.

호텔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간접고용의 확대는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호텔산업이 기본적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정오섭 사무국장은 그럼에도 간접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업계 상황을 지적했다.

정오섭 사무국장은 “호텔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건데 고용의 질이 떨어지면 서비스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당연히 외주용역을 많이 주고 임대사업장을 늘리면 서비스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뻔하다. 그런데 워낙 비용 이슈가 크다 보니 서비스 퀄리티가 조금 훼손이 되더라도 감수하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교석 관광서비스노련 프레지던트호텔노조 위원장은 “영업이 안 돼서 인원을 줄인다는 개념은 절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교석 위원장은 숙련이 필요하지 않은 방향으로 직무가 재편된 흐름을 설명했다.

“누가 시켜도 다 할 수 있게끔 매뉴얼화가 돼 있는 거예요. 2~3개월만 숙련시켜 놓으면 5년, 6년 된 사람보다 더 잘하는 거죠. 이런 부분을 완충적으로 봤어야 했는데, 현장에서는 받아들였어요. 앞을 안 보고 편리성을 따진 거죠. 나중에 자기 발등 찍은 거지.”

한편, 코로나19가 발흥한 지 8개월 만에 호텔산업, 특히 고용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노동조합 관계자 A씨는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이번에 느낀 게 뭐냐면, 절실하고 이걸 이겨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대상자면 잠깐 악 소리 한 번 내고 나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대부분이 다 그래. 회사가 어려우니까 들어줘야 한다는 그런 논리로 받아들이는…….”

A씨의 지적은 호텔에서 간접고용의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과 조응한다. 그동안 업계의 불황에 맞서서 고용을 유지시켜야 하는 노동조합의 역할이 다소 미진했다는 것이다. 쉐라톤팔레스호텔에서도 6년 전 식음료업장의 일부 직원을 하청업체로 돌렸다. 유승환 위원장은 당시의 기억을 이렇게 말했다.

“당시에 뷔페업장에서 서빙하는 친구들만 25명이 넘었어요. 그 다음에 주방에 있는 친구들이 35명이었어요. 합쳐서 60~70명이 운영을 했어요. 그 당시 뷔페업장 1년 매출이 25~30억 원쯤 할 때인데 영업 손실이 8억 원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한 4년 누적되니까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은 몇 명이 하는 줄 알아요? 홀 주방 다 합쳐도 옛날 주방식구들 보다 적어요.”

유승환 위원장이 처음 팔레스호텔에 입사한 1991년에는 거의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액에서 인건비 비중은 18%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인건비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비정규직’ 확대를 주장하는 사측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허약 체력’ 한국 호텔산업

정부의 무분별한 호텔 공급확대, 대체 숙박의 증가, 외생변수로 인한 관광객 감소 등 여러 흐름은 결과적으로 한국 호텔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그 속에서 호텔 사용자들은 꾸준히 간접고용 비중을 늘리면서도 직무의 표준화, 단순화 작업을 진행해 갔다. 모두 비용감소를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호텔 노동자들은 이러한 흐름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호텔산업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 질’은 위태로워졌다. 정부의 지원만이 현재 호텔산업에게 유일한 해법이 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