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넓힘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넓힘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11.28 15:18
  • 수정 2020.11.28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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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노동자 #시민 #일하는시민 #성남 #ILO #근로기준법 #노조법

11월 마지막 주입니다. 어느덧 2020년 올해도 한 달을 남기고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무엇으로 기억될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떠올리지 않을까 합니다.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이기도 하고, 생활을 멈추게 함으로써 많은 우리인 노동자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서이기도 그럴 것이라 이유를 예상해봅니다. 이러한 시기에 희망은 없을까요? 그래서인지 성남시의 어느 조례에 눈길이 많이 갑니다. 이번 주 언박싱에서는 ‘넓힘’이라는 키워드로 노동을 바라봅니다.

이 주의 키워드 : 넓힘

한 줄 요약입니다. 현재 통용되는 ‘노동자’의 개념을 ‘일하는 모든 시민’으로 넓혀 ‘모두’의 노동권을 존중하고 보호자는 것입니다. ‘노동자 = 시민’이라는 수식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근데 왜 지금 와서 노동자의 개념을 넓혀 보자고 말이 나오느냐고요? 꽤나 오래 전부터 나오는 말이기도 합니다. IMF 이후 전 사회적으로 외주화 바람이 불고, 회사에 소속됐던 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가 됩니다. 대표적인 이들이 회사에 소속돼 중장비를 몰던 건설기계노동자들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불립니다. 이 외에도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골프장 캐디 등도 특수고용노동자이죠.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플랫폼노동자라고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들은 법에서 정한 노동자의 개념 밖에 존재하는 노동자, 아이러니하게 노동하는데 노동자가 아닌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이들도 노동자로 포함할 수 있게 노동자의 개념을 일하는 모든 시민으로 넓히자는 건데요.

오래 된 말이 지금 다시 주목받고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개념을 넓히자는 요구가 많은 이들로부터 터져 나오는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멈춘 세상은 경제를, 산업을 멈추고 결국에 그 피해가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이전만큼의 생활수준이 보장되지 않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죠. 그래서 정부가 노동자들을 지원했습니다. 물론 기존의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들만이죠. 그러면 방금 말한 노동하는데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은요? 보호를 제대로 못 받았고,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고, 그래서 이참에 ‘넓히자’는 논의가 사회적으로 크게 재점화된 것입니다.

그러면 얼른 법을 개정해서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오래 된 말이 아니었겠죠. 노동자의 개념을 넓히는 데 당사자들인 노사가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 정부는 정확한 역할을 하지 않았고 정치권에서도 이 논의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성남시가 주목됩니다. <참여와혁신>이 쓴 기사(바로가기_성남시, ‘일하는 모든 사람’ 위한 노동권익 보호 조례 제정)를 보시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만,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노동관계법 상 노동자와 나아가 고용상의 지위 또는 계약의 형태에 상관없이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 즉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1인 영세 자영업자까지 다양한 일하는 시민들의 노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한 겁니다. 조례를 근거로 10명 미만 영세사업체 사회보험료 지원, 플랫폼노동자 상해보험 가입, 취약계층 노동자 유급 병가 지원 등을 성남시는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서의 논의를 통해 많은 지방 정부에서 성남시처럼 일하는 모든 시민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다면 역으로 국가 차원에서의 법 제정 논의도 수월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일하는 시민들 모두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겠고요.

다만, <참여와혁신>이 이번 주에 쓴 다른 기사(바로가기_노동시민종교단체, “노조법 개악 아닌 ILO 기본협약 비준” 한 목소리)를 본다면 정부가 이런 사례를 눈여겨 볼지는 살짝 고민스럽습니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큽니다. 개정안이 파업권과 교섭권을 보장하지 않는 방향이라는 것 때문인데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오히려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노조법을 개정해 노조할 권리를 넓혀 많은 일하는 시민들을 노동자로 불릴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합니다. 이런 진통이 있는데, 성남의 사례를 정부가 눈여겨 볼지 고민스럽다는 거죠. 물론 이것과 별개로 정부는 현재 전국민고용보험을 위한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연내 추진하는 로드맵을 예정 중이기는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연구용역을 맡겨 지난해 12월에 나온 보고서가 하나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 전체에 대한 일반법 제정에 관한 연구’라는 이름의 보고서입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노동자의 정형인 임금 생활을 하는 노동자처럼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395~419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이 기술 혁신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고 현재 노동관계법으로는 이들의 삶을 보호하거나, 이들이 권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들을 포함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가칭)을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넓히자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