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이상수 현대차지부장, “고용불안은 미래에 반드시 올 문제”
[인터뷰 전문] 이상수 현대차지부장, “고용불안은 미래에 반드시 올 문제”
  • 이동희 기자,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2.14 00:00
  • 수정 2020.12.13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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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조도 품질 향상, 생산성 향상 이야기할 때
​​​​​​​“노동조합도 회사 경영의 문 두드릴 때”
변화는 ‘필연’ … 노동조합‧조합원 '실력' 키워야

[인터뷰]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

ⓒ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올해도 완성차업계의 ‘맏형’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9월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이어 노조가 생산성 및 품질 향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연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 ‘달라진 현대차노조’, ‘현대차노조의 새로운 길’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러한 이면에는 회사로부터 고용안정협약서 이상의 ‘사회적 선언’을 받아 내고자 하는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의 의지가 있었다. 이상수 지부장은 “빈껍데기만 남은 공장을 퇴직하는 전직 활동가가 되고 싶지 않다”며 “노조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와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수소차로 간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고용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회사의 사회적 선언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이상수 지부장을 만나 올해 임금협상에 대한 소회, 내년 교섭,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에서의 노사관계,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품질 강조는 곧 경영 참여

- 최근 “품질 문제에는 노사가 따로 없다”며 품질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품질 문제를 제기한 배경이 따로 있나.

지금까지 회사와 고용안정협약서를 수십 장 썼다. 근데 그걸 믿는 조합원들이 있을까? 없다. 지금 지부의 가장 큰 과제는 고용 안전 장치를 만드는 건데, 그래서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품질 향상’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회사에게 품질 향상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고용안정협약서 이상의 것을 끄집어내보자. 여기서 출발한 거다.

실제 우리 조합원들이 자기가 만든 차인데도 품질불량인 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조합원들이 엄청 열 받아 한다. 오히려 고객들보다 더 이해를 못 한다. 자 그러면, ‘작업 실수로 생기는 5% 미만의 품질불량 문제는 우리가 먼저 꺼낼 테니, 회사는 설계부터 잘 해라.’ 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회사는 왜 설계를 잘못해서 생기는 품질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맨날 우리가 기스(흠집) 낸 것만 이야기하고 있냐는 거다.

그리고 정비 조합원들이 설계 도면을 이렇게 만들면 작업성이 더 향상되고 차가 충돌했을 때 손상되는 정도가 더 적어질 거다, 그러니 다음 신차 나올 때 개선시켜 달라. 이렇게 개선안을 올리면 안 해준다. 고등학교 나온 기름쟁이가 뭘 아냐는 거지.

지금까지는 노조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는 회사를 올려다봤다. 이제 동등한 위치가 되려면 때로는 노조가 회사를 내려다볼 수도 있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고 책임지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징계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내리고, 신차 설계도 노동조합이 전혀 모른다.

이래서는 안 된다. 맨아워(Man Hour)로 노조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노조가 회사가 해야 할 일을 건드려야 한다. 자동차의 생산, 판매, 서비스까지 노사가 공동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면 좋지 않겠나. 이제 노조도 품질 향상, 생산성 향상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이걸 하려면 우리 조합원들한테도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그 메시지가 바로 고용안정이다. 경영진에게도 전했다. 고용안정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품질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경영진도 그에 맞는 답을 내려야 한다고.

- 노사 간의 접점을 품질에서 찾겠다는 것인가?

앞서 전기차, 수소차로 가는 단계가 있었지만 노조가 참여하지 못했다. 지금 회사는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을 육성하겠다며 61조 원 투자를 밝혔다. 노조에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설명했지만, 그 설비를 어디에 깔지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걸 끄집어내야 한다.

- 그런 배경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교섭 석상에서 품질 문제를 꺼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교섭에서 품질불량으로 조합원 징계 때리면 노조가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품질이라는 게 조합원 징계하고 강압적으로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걸까? 아니라고 본다. 품질은 조합원 손끝에서 나오기 때문에 결국 조합원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 조합원 정서가 ‘내 일만 잘하면 되지 뭐 품질까지?’인 건 사실이다. 조합원들에게 품질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지금은 생산 과정에서 품질 문제를 잡아내면 상품권을 주거나 많이 잡아낸 반에 회식비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조합원들이 품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품질 이야기를 하는데 좋아할 조합원이 어디 있겠나. 그럼에도 계속 품질 문제를 노조에서 제기하고 목소리 내면 설계 및 기술 문제를 야기한 관리자의 잘못을 알리고 노조의 힘으로 이를 정리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다. 그렇게 되면 조합원들도 품질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겠구나 생각하지 않을까.

- 노사 모두 일을 잘해 보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맞다. 일을 잘해 보자는 거다. 이제 노조도 회사한테 징징거리는 거 그만하고 깨어나야 한다. 그래서 지부장 선거 출마할 때 가지고 나온 게 ‘사회적 조합주의’다. 아직 완성된 개념은 아니지만, 지금 내부에서 TFT를 꾸려 사회적 조합주의에 대한 초안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완성되면 지부 소식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투적 조합주의가 강했고,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경제적 조합주의에 매몰됐다. 누가 더 돈을 많이 따줄 것인가. 매 선거 때마다 경쟁하듯이 ‘내가 위원장되면 성과급 300%’, ‘나는 300% 받고 100% 더’ 구호를 외쳤다. 그러다가 구조조정 직격탄 맞고 물량이 화두가 됐다. 물량이 곧 고용이니까.

실제로 우리 조합원들 임금 높지 않다. 임금 순위 100대 기업에 현대자동차 이름 없다. 5만 명 넘는 조합원들이 친구들 만나고 제사 지내러 가서는 특근, 장시간 노동한 거 싹 빼고는 내 연봉이 얼마라고 자랑하다가 귀족노조, 허울만 좋은 현대자동차가 된 거다. 석유화학 장치산업 노조 위원장들하고 술 한 잔씩 하면서 이야기해보면 100전 100패다. 우리가 뭐 해놓은 게 있어야 이기지 않겠나. ‘민주노총 대표 사업장이라고 자랑하는데 현대차지부가 조합원 위해서 뭘 해놨냐’ 그렇게 이야기하면 할 이야기가 없다. 기본급? 88년 10월 입사한 나랑 같은 근속연수인 장치산업 종사자 기본급이 나하고 80만 원 차이 난다. 이걸 누가 설명해주겠나.

내가 당선되자마자 제일 먼저 했던 얘기가 임금협상 3일 만에 끝내자는 거였다. 이제 지금까지 해왔던 소모적인 임금협상은 조합원한테도, 회사한테도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노사가 만든 고용안정협약서를 조합원이 믿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노조에서는 사회적 선언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와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수소차로 간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고용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천명(闡明)하라고 회사에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회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존재한다.

월급쟁이들은 약속을 못 지킨다. 왜? 자기 자리를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의선 회장을 만나고 확신을 가졌다. 내가 ‘모빌리티산업 61조 원 투자를 울산공장에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즉답했다. 또 정의선 회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합원이라는 표현 썼다. 그룹총수 입장에서 ‘조합원’은 금기 단어일 수 있다. 보통 종업원, 직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가.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의심도 들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 하나에 믿음이 생기더라.

- 정의선 체제 정비가 노사관계에서 신뢰의 모멘텀으로 작용한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정의선 회장한테 이렇게 얘기했다. 이제 더 이상 노동조합이 회사를 올려다보는 일은 없을 거다. 왜 회사 경영을 일방이 해야 하나. 이제 노동조합도 경영의 문을 두드릴 때가 된 거 아니냐고. 노동조합이 나서서 품질 좋게 하면 회사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래서 월급쟁이 경영진 못 믿겠으니까 정의선 회장 보자고 계속 이야기 했던 거다. 어찌 보면 이제 노동조합과 회장 사이에 핫라인이 만들어 진 거다. 이제 경영진들이 더 이상 거짓말하지 못할 거다.

- 한편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데 있어서 노동조합의 실력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노동조합의 패러다임 자체가 사회적 조합주의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과 그 속에서 조합원의 실력 향상 문제다.

의식을 끌어 올려야 한다. 우리 집행부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걸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소통은 모든 사람이 다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소통하겠다는 게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현장의 생각보다 빠르다. 조합원의 미래 먹거리가 계속 걱정된다. 이러한 점을 우리 집행부가 주장하고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집행부가 이야기하는 노사관계의 변화는 회사가 말하는 노사관계 변화와 결이 다르다. 회사가 무서워하는 건 바닥에 있는 조합원이 박차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월급쟁이 경영진한테 자존심 상하는 상황을 계속 맞이한다. 이제 노조가 ‘생산설비, 고용문제 이렇게 하면 안 돼’라고 깊이 있게 개입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도 돈 벌러 왔지 놀러온 게 아니다. 일단 이윤이 남아야 한다. 이후에 분배정의가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8시간 일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회사 꼼짝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남들은 허무맹랑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야 최소한 국민들이 ‘현대차 노동조합’을 싸잡아 욕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의 내공이 쌓이면 결국 회사와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 그런 시대가 와야 하지 않는가. 언제까지 대학 나왔다고 으스대는 사람들한테 맨날 희롱 당하고, 저녁에 술 한 잔 얻어먹고, 이후에는 말도 못하고. 너무 직설적인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그래왔다.

현대차지부, 임금동결의 배경

- 올해 현대차 노사는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힘든 과정이었다. 교섭하면서 울산 지역사회를 고민하고, 부품사 노동자 생각해서 임금동결하는 게 정말 잘 하는 것인가 자문하는 시간이 길었다. 너무 힘들어 하니까 어느 날 아들이 술 한 잔 하자고 하더니 그렇게 힘들어 하지 말고 아빠도 파업하고 투쟁하라고 하더라. 아들이 과묵한 편인데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마웠다.

지부장의 결단이 5만 1,000명 조합원 호주머니가 두둑해질지, 홀쭉해질지를 결정하는데 그걸 고뇌하지 않을 지부장은 없다. 지금 임금이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족한 건 아니지 않나.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부품사 노동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우리 조합원들이 고용을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방편으로 임금동결을 선택했다.

지금 현대차에 70여 개 1차 협력사가 있다. 이중 8개가 사업 못 하겠다, 원청에서 가져가라고 내놨다. 우리가 이번에 교섭하면서 생긴 일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던 일이다. 상황이 이러니 협력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얼마나 불안하겠나. 1차 협력사가 이런 상황인데 2차, 3차로 내려가면 더 어려울 거다. 하후상박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우리 임금 적게 인상한다고 그 차액이 부품사로 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코로나19 시대에 우리가 좀 더 버텨주고, 무쟁의 통해서 임금동결하면 부품사가 숨 고르기 할 수 있는 1년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조합주의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 있어서 실천해보자고 해봤는데…. 이번에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것 같다.

- 현대차 조합원 고용이 불안하다고는 하지만 정말 조합원들이 고용을 위협받고 있는 게 맞냐,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게 맞냐는 지적도 있다.

내가 말하는 고용불안은 당장에 닥칠 긴급한 고용불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년 얼마 안 남은 조합원은 실제 고용불안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대차에서 5년 뒤 정년퇴직하는 인원이 1만 5,000명이다. 근데 정년 5년 남은 조합원이 월급 7만 원 적게 들어온다고 삶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금 걱정해야 하는 건 정년까지 10년, 20년 이상 남은 후배들이다.

그러면 그 후배들 먹거리 가져오려고 젊은 조합원들 임금동결했냐, 내 임금 깎았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번에 임금협상하면서 젊은 조합원들하고 연락을 많이 했다. 당신들 현대차에 10~20년 다니고 싶은 마음 없는 거 안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동의한다고 하더라. 그럼 10년, 20년 뒤에도 현장에 있을 조합원들은? 빈껍데기만 남은 완성차 공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의 고용은? 내 집행기간 동안 파업하는 시늉하면 욕 안 먹고 지나갈 수 있지만, 고용불안은 미래에 반드시 올 문제다. 미래차로의 변화가 우리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안전장치와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놓아야 한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그거 하려고 많은 것을 양보했다. 지금 만들어놓지 않으면 퇴직할 때 많이 후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빈껍데기만 남은 공장을 퇴직하는 전직 활동가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퇴직하고 나서도 계속 울산에 있을 텐데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그때는 형님 생각 못 읽었는데 이제는 형님 생각이 뭔지 알았습니다’ 이러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나.

- 결국 임금동결이 담긴 잠정합의안은 52.8% 찬성표를 받아 가결됐다.

잠정합의안 나오고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는데 분위기상 부결될 것 같더라. 내가 아무리 사회적 조합주의를 주장해도 조합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유보하는 게 맞지 않나 이런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가결됐다. 아마 조합원들이 비판적 동의를 한 게 아닌가 싶다. 부결시킨들 다른 대안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 가결되기는 했지만, 임금동결에 불만을 표시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덧붙인다 하더라도 조합원의 불만은 어떤 방식으로든 상쇄시켜야 한다. 회사에 이야기했다. 내년 임금협상을 올해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고, 코로나19 시대라고 하지만, 1년 동안 코로나19에 대비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회사에 있는 거라고. 그건 다시 말하면 내년 임금협상에서는 올해 못 받은 기본급, 성과급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지부의 2021년도 교섭

- 내년 교섭 목표는?

올해는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내년에는 생활안정, 임금안정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올해 못 받았던 기본급, 성과급을 받아 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서 고용안정협약서보다 훨씬 강력한 메시지를 받아 낼 것이다.

- 강력한 메시지는 어떤 걸 말하는 건가.

‘내가 회장으로 있는 동안은 절대 구조조정 없다’ 정도의 강력한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 임금 외 단체협약에서 얻고 싶은 건?

내년 단협에서 가장 핵심은 정년연장이 될 거다. 정년연장 문제는 시니어촉탁제의 문제다. 현재 정년은 61세다. 이후 1년간 시니어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이를 계약직이 아니라 정년연장으로 돌리면 회사도 큰 부담은 없다고 본다. 사실 30년 넘게 컨베이어에서 열심히 일했던 우리 선배 노동자에게 촉탁계약직을 하게 했다는 건 노사 모두 잘못한 일이라고 본다.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정년연장을 통해서 선배 노동자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비정규직에서 특별 채용된 조합원들이 근속을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만큼 후생복지도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미래차 시대 준비하는 현대차지부

- 미래차 시대로의 전환을 대비하는 게 완성차에서는, 특히 완성차 노동조합에서는 큰 고민일 것이다. 여기에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나? 또 이에 대한 지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대공장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막강한 조합비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기들만의 투쟁을 진행해 왔다. 고용사수 투쟁이든 복지강화 투쟁이든 임금투쟁이든 자기들만의 투쟁을 하다보니까 부품사들이 죽든 살든 신경을 잘 안 썼다. 고작 한 게 사회보험기금 가지고 독거노인,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것 등 지극히 국소적이었다.

국소적인 틀을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 이번 임단협에서 합의한 800억 원대의 울산시 소재 부품사 이자 지원 같은 사업은 계속 이어서 진행하고 싶다. 사회보험기금도 노조가 개입력을 높여서 부품사 조합원들 옷장 바꿔주고 화장실 새로 지어주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하고 싶다. 사실 대공장 임금을 적게 받고 부품사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대공장 임금이 낮아지면 부품사는 더 낮아진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노동조합이 나서서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전기차시대가 열리면 부품업체는 거의 사장될 거다. 그때를 대비해 우리가 공약 내걸었던 해외공장 리턴제를 좀 더 실효성 있게 만들면 부품사들도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상황을 우리가 막아줄 수 있지 않겠냐는 거다.

- 현대차그룹도 내년에 아이오닉을 별도의 전기차 브랜드로 런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에 앞서 제네시스를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로 런칭했다. 제네시스의 고급차 브랜드 런칭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에 비추어 별도의 전기차 브랜드 런칭을 지부에서는 어떻게 보는가?

현재까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화 전략이 성공적이었다. 다만 전기차는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필수적인 거다. 중국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한 대도 생산 안 한다고 결정했다. 유럽에서는 빠르면 2023년부터 단 한 대의 내연기관차도 팔지 못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가 없다.

- 미래차에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차도 있다. 현대차의 수소차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대차의 수소차 수준은 2025년 전주 공장에서 수소 트럭, 수소 버스가 생산돼 수출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수소차를 생산해서 실제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으려면 인프라가 깔려야 한다. 전국적으로 수소 송유관이 필요한데 현재 현대차 자금력만으로는 어렵다. 현재 주유소 인프라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3분의 2 수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는 이상 현대차도 본격적인 생산을 못한다. 전기차만큼 수소차가 활성화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늦더라도 현대차가 수소차를 가지 않을 순 없다고 본다.

현대차 노동자의 삶

- 지부장이 보기에 현대차 조합원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조합원 정서만 놓고 보면 ‘내가 오늘 하루 볼트 한 박스 조이고 집에 간다’, ‘임금 더 받고 싶다’, ‘노조는 만능 키, 만능 자판기’, ‘대충해도 노조가 막아줄 거다’ 이런 것들이 조합원들의 보편적인 생각인 것 같다.

밖에서 보면 어떨까. 앞서 이야기한 장치산업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이 정년퇴직 이후에 어떻게 살까, 재테크는 어떻게 할까 이런 고민이 깊더라. 재테크도 단순히 우리 조합원들처럼 집 하나, 차 하나 이런 수준이 아니라 저 건물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상가건물을 어떻게 굴릴까 등등 재테크 기술도 훨씬 뛰어나다. 무엇보다 장치산업 사업장 조합원들은 회사 욕을 잘 안 하는데 우리 조합원들은 밖에 나가면 회사 욕을 그렇게 한다.

-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노사관계 불신 때문 아니겠나. 과장도 못 믿고, 사업부장은 더 못 믿고. 특히 장기근속자들은 98년 구조조정 경험 때문에 더더욱 못 믿는다. 이런 걸 보면 조합원들이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도록, 현대차에 다닌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건강, 내 가족 말고 회사 발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조합원이 얼마나 되겠나. 530명 넘는 대의원 중에 회사와 노조 발전을 위해 내 역할을 어디에 두어야할까 고민하는 대의원도 몇 퍼센트나 될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도 있을 거고, 없다 하더라도 끄집어내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위기라면서 벌벌 떨기만 하다가 발목 잡히게 둬서는 안 된다. 조합원들이 변화를 맞이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변화돼야 하기 때문에 하는 거다. 변화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회사는 노조를 속이고, 노조는 거짓말하는 회사를 불신하고. 이런 33년 역사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경영에 대해서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서서 참여해야 한다. 이게 진정한 변화라고 본다.

그 과정 속에 조합원이 회사 발전에 일정부분 관심을 가져줄 것이다. 이에 노조도 일조를 할 거다. 그렇게 생기는 이익금에 대해서는 반드시 분배정의가 실현돼야 하고 반드시 실현시키겠다. 회사가 성장하면 조합원은 고용 걱정 안 해도 된다. 반대로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면 고용에 압박이 오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용안정을 절대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회사 발전에 노동조합이 일정부분 도움을 줘야 한다. 이를 통해 반드시 조합원의 고용안정, 생활안정을 만들겠다.

이 모멘텀이 바로 수소전기차 시대 미래먹거리에 대한 회사의 설비투자라고 본다. 이 약속을 확인받지 못하면 미래의 고용이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2021~2022년 사이에 우리가 단체협약을 통해서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본다. 사업이 결정되기 전에 노사가 합의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품질 이슈를 건드린 것이다. 조합원과 함께 고용 걱정 없는 미래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