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레몬시장’
재능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레몬시장’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2.01 19:14
  • 수정 2021.02.03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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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서는 OO원에 해주던데요?”
크몽·숨고·라우드소싱 등 플랫폼은 낮은 가격으로 가격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
청년유니온 온라인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 토론회
2월 1일 열린 청년유니온의 ‘온라인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 토론회 - 재주는 내가 넘고’ 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 청년유니온

‘레몬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레몬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품질이 낮은 재화가 거래되는 상황을 뜻한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도 향후 레몬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청년유니온(위원장 이채은)이 개최한 ‘온라인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 토론회 - 재주는 내가 넘고’를 통해서다. 플랫폼은 정보를 독점하고, 가격경쟁을 심화시킨다. 정보 없이 낮은 가격을 외쳐야 팔리는 구조 속에서 결국 품질은 낮아지게 된다. 청년유니온이 플랫폼을 레몬시장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토론회는 2월 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페이스 노아에서 진행됐다.

청년유니온이 말하는 플랫폼은 온라인 재능마켓형 플랫폼이다. ‘프리랜서 마켓’이라고도 불리는 이 플랫폼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프리랜서와 이용자가 직접 거래한다. 일러스트·언어과외·웹디자인 등 분야는 다양하다. 

청년유니온은 ▲높은 수수료 문제 ▲단가 저하 가속화 ▲대기 노동 등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문제라고 봤다. 청년유니온은 토론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문제를 짚었다. 설문조사는 크몽·숨고·라우드소싱 등 최근 활발해진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노동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한 달간 진행됐다. 116명의 청년들이 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만족도(23%)는 낮았다. 응답자들은 플랫폼에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로 높은 수수료(30%)·플랫폼상의 경쟁으로 형성되는 낮은 작업 단가(27%)·과도한 경쟁으로 노출 빈도가 적기 때문에 일감을 얻을 기회가 적은 점(24%) 등을 꼽았다.

또한 응답자들은 플랫폼을 부수적인 일거리로 여겼다. 낮은 가격의 일만 계속되다 보니 플랫폼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다. 플랫폼 노동 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70%에 달했다. 전체 수입에서 플랫폼을 이용해 얻은 수입이 20% 이내라는 응답도 57%였다. 

‘미끼가격’이 전체 가격을 떨어뜨리는 문제점도 있었다. 내부에서 가격경쟁을 통해 단가를 떨어뜨리고, 외부로는 낮은 가격만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청년유니온은 “프리랜서들에게 이미 유명한 문구가 있다. ‘플랫폼에서는 OO원에 해주던데요?’이다. 이 가격의 근거는 전면에 노출돼 있는 옵션가”라며 “사실상 옵션가는 미끼가격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실제 서비스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의 구조상 낮게 책정돼 노출되는 가격이 대중의 (단가) 인식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꼬집었다.

디자인 분야로 온라인 플랫폼 노동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한 응답자는 청년유니온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플랫폼 페이지 구조 자체가 면적으로 노출되는 건 옵션 가격이기 때문에 사실 그런 작은 칸 하나로 가격 외에 다른 요인들, 실력이나 경력의 차이 같은 건 보여줄 수 없다”며 “결국 가격 경쟁만을 부추기고, 낮은 수준의 평균적인 가격으로 후려쳐지는 것도 있다. 그게 플랫폼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유니온은 온라인 플랫폼의 정보독점을 완화하기 위해 노동 공급자와 플랫폼 사이 적절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 노동이 갖게 되는 가장 핵심적인 정보는 서비스(용역)의 거래 과정과 결과에 대한 것이다. 거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가격 수준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은 늘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며 “정보독점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공익적 활용을 요구할 수 있다. 플랫폼에 누적되어 있는 거래 정보를 토대로 노동 공급자와 플랫폼 사이에서 적절한 노출방식, 공급되는 일감, 최저 수준의 단가 등에 대해 협상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술대학생네트워크의 유한나 씨도 “예술대학생들이 느끼는 단가 후려치기와 열정페이 문제가 온라인 플랫폼 등장 이후 더욱 심해졌다”며 “예술인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과 고질적인 착취구조 개선, 플랫폼 시장으로부터의 프리랜서 보호 논의가 보다 더 다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