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생 될 수록 꿈이 사라진다?
상급생 될 수록 꿈이 사라진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11.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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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올라갈수록 희망직업 없거나 이루기 어렵다고 답변
고용정보원, 서울시 초중고생 대상 직업진로지도 조사 결과
초중고생들은 상급생이 될 수록 장래 희망직업이 없다거나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서울시 학생, 교사, 학부모 6966명(초중고 각 11개교 대상 학생 3051명, 교사 1276명, 학부모 26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고 직업진로지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중 74.6%가 ‘장래 희망직업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를 학교급별로 나눠보면 초등학생은 88.8%가 장래 희망직업이 있다고 답한 반면, 중학생은 65.6%, 고교생은 67.7%(전문계고 61.7%, 일반계고 73.5%)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업 선택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전문계고생의 응답 비율이 가장 낮은 것이 눈에 띈다.

장래 희망직업이 없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내게 맞는 장래 희망직업을 아직 찾지 못해서’(32.7%)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몰라서’(23.5%),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몰라서’(18.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정보가 제한적이고,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진로관련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적 때문에 좌절

한편 조사 대상 학생들의 2/3에 가까운 65.9%는 ‘장래 희망직업을 이루기 어렵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대답은 상급생이 될 수록 그 비율이 증가했는데 초등생은 54.8%인 반면 중학생은 68.4%, 고교생은 75.7%가 희망직업을 이루기 어렵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성적이 낮아서’(47.8%)가 가장 많았고, ‘그 직업과 관련된 능력이 부족해서’(12.8%), ‘부모님이 원하지 않아서’(7.3%), ‘돈이 많이 들어서’(7.2%) 등으로 답했다. 성적과 능력 부족이라는 응답 또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속히 많아졌다. (초 27.3%, 중 48.7%, 고 60.4%)

한편 진로나 진학을 결정할 때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곳을 묻는 질문에 인터넷(27.4%)을 가장 많이 꼽았고 교사(17.9%), 친구(13.1%), 부모(9.4%)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특히 고교생들은 고교 진학 때 계열(일반계, 전문계) 선택을 ‘특별한 이유 없이’ 했거나, 성적, 대학 진학이 주요 이유였다고 답했다.

교사들 “학교 진로교육 강화돼야”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84.6%는 ‘학교 진로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교사의 91.9%가 학교에서 직업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그 내용으로 하는 일, 필요한 능력, 직업을 갖기 위한 과정 등을 지적했지만, 직업정보 제공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3명중 1명에 머물렀다.

교사들은 효과적인 진로지도의 걸림돌로 담당인력 부족(24.4%), 정보자료 부족(22.5%), 프로그램 부재 및 부실(19.8%), 시간 부족(18.4%)을 지적했고, 특히 학생 스스로의 인식 변화가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해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진로지도와 관련, 단편적 진학정보보다 ‘자녀 특성’ 파악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진로지도시 가장 우선시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자녀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50.14%),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인성 및 생활지도(22.9%), 다양한 직업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11.9%),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지원(10.6%) 등의 순으로 답했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의 상급학교 결정할 때, 학교의 명성(16.3%)이나 학교 졸업 후 획득 가능한 직업(18.8%)보다 ‘자녀의 흥미와 적성’(64.3%)을 더 중요시 한다고 답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김선호 진로교육센터장은 “이번 조사 결과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장래 희망직업을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진로지도를 학교에서 더욱 강화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따라서 학교의 진로교육 인프라 확충과 교사의 전문성 강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