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180번 고장...“용인경전철 안전 보장 없다”
3주 만에 180번 고장...“용인경전철 안전 보장 없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3.10 22:16
  • 수정 2021.03.10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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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전철 스크린도어 고장에 사고 위험 증가
노조 “다단계 위탁구조가 문제”
(오른쪽에서 두 번째)백군기 용인시장이 2월 18일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된 용인경전철 시청·용인대역을 찾았다. ⓒ 용인시청
(오른쪽에서 두 번째)백군기 용인시장이 2월 18일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된 용인경전철 시청·용인대역을 찾았다. ⓒ 용인시청

용인경전철에 설치된 스크린도어(PSD)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노조가 스크린도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동시에 다단계 위탁 운영을 멈추라고 용인시에 요구했다.

2월 18일 설치 완료돼 운행을 시작한 용인경전철 스크린도어는 3월 8일까지 180여 건의 운행 장애를 일으켰다. 공공운수노조 용인경전철지부(지부장 이석주, 이하 지부)가 스크린도어 설치 업체의 시스템 장애 내용을 조사한 수치다. 반면, 용인시와 ㈜용인경량전철이 언론에 공개한 스크린도어 오작동 회수는 180건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황을 축소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관련 문제로 논의 중이라 답변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인경전철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고 유형은 승객 끼임, 시스템 오작동에 따른 열차 급정거 등이다. 사고 중에는 시민 6명이 다치는 인명사고도 있다. 사고와 민원이 이어지자 용인시와 ㈜용인경량전철은 9일에 5시간 동안 5개 역사를 종합 검사했다. 그러나 스크린도어로 인한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부는 “10일 오전에도 어정역에서 열차가 급정거해 상해를 입은 승객 2명이 민원을 넣었다”고 전했다.

지부는 “스크린도어 오작동과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전면 작동을 멈추고 위험요소가 완전히 해결된 후 재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수단인 만큼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주 지부장은 “만일 스크린도어 설치 업체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보다 전문적인 신호 시스템 점검 회사나 기관에 의뢰해야 한다”며 “큰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으므로 가동을 중단해서라도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에서 24년째 살고 있는 이현숙 씨는 “공공교통인 용인경전철이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용인시는 당장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시험운행을 멈추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전철, 또 불거진 ‘다단계 위탁 운영’

10일 용인시청 앞 광장에서 ‘경전철 PSD 사고 책임과 운영실태 고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석주 지부장 ⓒ 공공운수노조
10일 용인시청 앞 광장에서 ‘경전철 PSD 사고 책임과 운영실태 고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석주 지부장 ⓒ 공공운수노조

지부는 “승객안전 책임 못 지는 용인경전철은 다단계 위탁구조가 문제”라며 10일 용인시청 앞 광장에서 ‘경전철 PSD 사고 책임과 운영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다단계 위탁 운영은, 최근 많은 사고가 발생한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에서도 제기된 문제다.

강효찬 궤도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용인, 김포, 김해 등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경전철이 늘어났지만, 안전에는 재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다단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경전철은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운행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용인경전철 위탁 운영 구조는 ‘소유자인 용인시→시행사인 ㈜용인경량전철→운영사인 네오트랜스’로 이어진다. 지부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공사 발주는 ㈜용인경량전철에서 기술평가 없이 최저가 입찰로 진행했고, 지금의 설치 업체가 선정됐다.

지부는 용인경전철 스크린도어 설치에서 기술평가는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인경전철은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로템社 열차가 아닌 봄바디어社 열차라서 스크린도어 신호와 열차 신호의 연동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석주 지부장은 최저가 입찰로 진행한 탓에 업계에서 이름난 스크린도어 설치 업체가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용인시에 “용인경전철을 직접 운영할 것”을 요구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용인경량전철이 2013년 용인시와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라 2034년까지 운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주 지부장은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시민과 끝까지 함께 용인경전철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