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노사 10명 중 8명, “FTA 진행 경과 모른다”
기업 노사 10명 중 8명, “FTA 진행 경과 모른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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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의존도 심화, 일본 비관세 장벽 우려 한목소리

이미 다섯 차례 진행된 한일 FTA 실무 협상의 진행경과와 내용에 대해 우리기업의 노사관계자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 9월 자동차, 철강, 화학섬유 등 주요업종의 노사관계자 200명(노동계·경영계 각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일 FTA 체결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설문참여 노조간부의 50%, 경영계 인사의 66%가 ‘한일 FTA의 협상 진행 내용을 모른다’고 답해 FTA 협상이 이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관심 없다’는 답변도 노, 사 각각 6%, 16%로 나타나났다.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협상의 구체적 내용보다는 언론보도를 통해서 협상 진행사실만을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사 위기의식 공유, 산업 공동화 우려도
한일 FTA 체결의 찬반을 묻는 질문에서는 경영계의 경우 찬성 54%, 반대 20%, 노동계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10%, 76%로 집계돼 노동계의 반대 의사가 높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철강업 종사자가 석유화학 섬유 종사자보다 반대 입장이 더 많았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의 이유는 노사와 업종을 막론하고 공통의 인식을 나타냈다. 찬성의 이유는 노사 공히 ‘투자 및 기술이전 촉진’ (노동계 40%, 경영계 55.5%), ‘수출증가’ (노동계 40%, 경영계 14.8%)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대 이유에서는 노사의 인식 공유가 확연하다. 첫째는 ‘대일 산업의존도 심화’(노동계 65.7%, 경영계 60%)였고 ‘일본의 비관세장벽 철폐의 어려움’ (노동계 31.5%, 경영계 40%)이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산업 공동화 심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노사의 인식이 겹치는 것은 한일 FTA가 국내의 산업뿐 아니라 고용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FTA 체결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노사의 입장이 엇갈렸다. 노동계의 72%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반면 경영계는 70%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국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은 노동계 2%, 경영계 8%로 노사 모두가 단기적 영향에는 기대치가 낮았다.

긍정적 전망의 이유로는 경영계는 ‘대외통상 환경 개선’(46.2%)과 ‘경쟁력 향상’(33.3%)을,  노동계는 ‘투자 및 기술이전 촉진’ (37.5%), ‘경쟁력 향상과 대외통상환경 개선’ (각각 28.6%)을 꼽았다. 부정적 전망의 이유를 살펴보면 노사 모두가 ‘대일 의존도 심화’ (노동계 69.7%, 경영계 44.4%)를 1순위로 꼽았다. 

 

체결시기, “2005년은 빠르다” 
한일 FTA가 언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는 노동계의 62%가 ‘10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반면 경영계는 ‘3년 이내에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40%를 차지했다. 협상 만료 시한이 2005년으로 정해졌는데도 1년 이내에 체결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경영계 16%, 노동계 2%로 소수였다. 특히 자동차, 철강 등 피해가 크게 예상되는 업종일수록 체결 시기를 길게 답해, 협상이 너무 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최근의 문제제기에 설득력을 더했다.

설문 조사를 종합해 보면, FTA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업계와 노동계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거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소수 답변자들 중에는 협상 진행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FTA의 의미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한일 FTA 체결에 관한 노사의 찬반 여부는 다소 엇갈리나 대일 경제의존도 심화와 경쟁력약화 등 한일 FTA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한 인식은 대체로 비슷해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는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금융, 전자, 식품 등 총9개 업종을 대상으로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전화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