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발등의 불'은 껐지만‥
일단 '발등의 불'은 껐지만‥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11.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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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불만 고조
서울지하철노조, 내분 휩싸일 전망
지하철노조와 철도노조가 20일 새벽 사측과의 협상안 타결로 파업을 취소 또는 유보했지만 그 휴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새벽 집행부가 타결한 합의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구조조정을 합의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단체협약부분에서 특별유급휴가 축소와 산휴휴가 축소 등 실질적인 후퇴 안이 있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메트로 측도 이번 합의안에 매우 흡족한 상황이다. 서울메트로 한 관계자는 “일단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파업을 막아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노조와 창의혁신에 대해 합의한 만큼 지속적인 혁신작업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010년까지 전체 인력의 20%를 전환배치하거나 외주화로 돌린다는 계획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메트로의 한 조합원은 “이번 합의안은 백기투항”이라며 “지도부에게 속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현재 서울지하철노조 홈페이지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는 상태다. 일부는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타결을 이끌어 낸 조합지도부에 대해 격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대부분 이번 합의안이 결국 구조조정을 합의한 졸속 협상이었다는 비판이었다.

조합원 찬반투표가 관건

합의안에 대한 이러한 논란에 대해 오는 21일 서울지하철노조는 집행위원회를 개최해 조합원 투표의 방식과 이후 일정을 논의하게 된다. 헌재 서울지하철노조의 규약에 따르면 임단협 체결은 위원장과 교섭위원 전원의 연서명만으로 효력을 발생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는 진행하지만 부결되었을 경우 합의안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인다. 만약 이번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15대 김영후 집행부는 사퇴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도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하철노조 내 이른바 '민주파'의 입장에서는 현 집행부가 사퇴할 경우 '노사화합파'에게 위원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 규약상의 조합원 투표가 아닌 이번 합의안에 대한 잠정 조합원 투표를 진행해 부결될 경우 재협상이나 투쟁계획을 다시 수립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이에 반해 '노사화합파'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현 집행부를 끌어내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행위원회에서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든 서울지하철노조 내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

전국철도노조도 서울지하철노조와 크게 다르진 않다.

이날 새벽 3시경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중앙쟁의대책위에서 부결되어 황정우 집행부의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서울지하철노조와 마찬가지로 철도노조 홈페이지도 조합원들의 원성으로 가득한 상태다. 지하철과는 달리 일단 파업을 유보했다는 지점에서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앙쟁대위에서조차 합의안이 부결되었다는 점에서 현 집행부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태다.

철도노조도 이날 오후 3시 중앙쟁의대책위 회의를 진행해 차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