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그럼에도 노동조합
공무원, 그럼에도 노동조합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4.01 11:26
  • 수정 2021.04.01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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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가상좌담
조직 달라도 ‘조합원과 국민 위한 노동조합’ 방향만은 같아

[리포트] 공무원노동조합, 왜 자꾸 다투니 

공무원노동조합은 그동안 가시밭길을 걸었다. 노동조합은 특별법으로 규제 받는다. 노동3권이 온전치 않아 교섭이 어그러져도 행동하지 못한다.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돼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해직공무원도 아직 136명이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지난한 여정은 1998년 공무원직장협의회법 개정부터 출발한다. 직장협의회 안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의제는 적었고 노동조합에 대한 갈증은 커져갔다. 이는 2002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후 공무원노동조합은 쪼개지고 합쳐지기를 반복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 투쟁 이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 빠져나왔고, 올해는 공노총에서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하 광역연맹)이 탈퇴했다. 성향차이, 기득권 싸움, 무리한 조직경쟁 등으로 표현되는 일이다. 지금은 네 곳으로 나눠진 공무원노동조합들을 찾아가 공무원노동운동의 어제와 오늘을 물었다. 질문에는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 전호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현진 한국노총 광역연맹 위원장, 이충재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공노총) 위원장이 각각 답했다. 이들의 의견을 좌담 형식으로 구성했다.

사진은 노동조합 설립 순

① 억눌려왔던 19년간의 노조활동

더디다.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공무원노동조합은 출발선부터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 뒤처져야 했다. 1953년 노동쟁의조정법에 따라 공무원은 노동자의 무기인 단체행동권을 잃었다. 1997년 김대중 정부 당시 노·사·공익 3자의 합의로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을 거쳐 공무원노동조합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인정하는 제한적인 입법이었다.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세워지고, 양대 공무원노동조합 체제는 지금까지 지속됐다. 공노총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보다 이른 2006년에 법내노조가 됐다. 공노총은 기존의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채 공무원만의 문제를 다루겠다는 전략으로 차별화했다. 이후 정부와 제도개선 및 공무원사회의 내부 현안을 논의하는 등 실질적인 처우개선 문제에 집중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노동조합 활동에 따른 희생이 특히 가혹했다. 2004년 노동기본권쟁취 연가파업, 공무원노조법 저지·노동3권 쟁취 총파업 등으로 많은 조합원이 해직됐다. 2018년에서야 고용노동부로부터 뒤늦게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법 테두리 바깥에서 투쟁해온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공노총은 각각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 공무원노동조합의 역사는 그 자체로 공무원 노동기본권을 확대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전호일 위원장 : 법적인 제약이 많다. 공무원노동조합 특별법을 보다 보면 가입범위도 상당히 제약돼 있다. 단체협약도 그렇다. 인사와 관련된 주요한 사안과 예산은 교섭할 수 없다고 막혀있다. 가장 핵심적인 건 교섭이 안 됐을 때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석현정 위원장 : 프레임도 문제다. 공무원들을 더 희생시켜야 국민들에게 좋은 것처럼 잘못 짜여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무원들이 적절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을 할 때의 장점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무원 조직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잘못된 정책을 막아내야 한다. 일방적인 지시나 정책들을 견제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역할은 노동조합이 하고 있다.

이충재 위원장 : 근본적으로 공무원노동조합은 노정교섭이 잘 안 된다. 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예산을 편성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지금 공무원노동조합의 교섭은 기재부를 못 넘는다. 공무원교섭은 진짜 사회적 교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현진 위원장 : 공무원노동조합이 겪는 어려움을 독자적으로 정부와 협상해서 추진해나갈 수 있을까 싶다. 공무원노동조합이 법안발의는 많이 했지만 상임위를 통과한 사례가 별로 없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잃는 게 더 많을 거라 판단한 거다. 본질적으로 공무원들은 힘이 없다. 조합원 숫자가 적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이 안 좋고 정치기본권이 없기 때문이다.

 

- 2002년부터의 공무원노동운동을 평가해 달라.

전호일 위원장 : 초창기에는 노동3권, 부정부패 척결, 공직사회 개혁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핵심적인 주장이었다. 당시 공직사회는 관료화돼 있었고 상명하복의 문화도 강했다. 여기에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내면서 상당히 민주적으로 변했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나름 형성됐다고 본다.

이충재 위원장 : 근본적이긴 하지만 ‘공무원도 노동자구나’라는 인식도 생긴 것 같다.

김현진 위원장 : 공무원노조가 20년 정도 됐는데 내가 딱 20년 전에 입사했다. 입사했을 때랑 지금이랑은 정말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게 바뀌었다. 언론과의 관계, 집행부와의 관계, 또 선출직과의 관계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70% 정도는 개선이 됐다고 본다.

석현정 위원장 : 참 열심히 살아왔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단결해서 최선을 다해 투쟁해왔다면 향후에는 투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젊은 조합원들을 안고 나가야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회복투가 해직자 원직복직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해 5월 8일 삭발식을 진행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② 공무원노동조합이 당면한 현안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획득은 공무원노동조합이 풀어야 할 숙원사업 중 하나다. 노동3권도 매한가지다. 또한 이들은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전반에 대해 정부와 사용자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더불어 공무원의 노동조건 개선은 조합원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공무원노동조합들은 대정부 교섭단을 꾸려 공동대응하고 있다.

 

- 공무원 정치기본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SNS에서 정치와 관련된 글에 ‘좋아요’만 눌러도 징계대상이 되는 직업이 공무원이다.

전호일 위원장 : 지난해 공노총, 전교조와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입법청원을 헌신적으로 해서 23일 만에 1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은 거의 없다. 국회의원 몇 명 만나서 ‘우리 안을 논의해 달라’는 정도론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어기는 투쟁이나 희생이 있어야 이슈화가 되지 싶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처벌을 하느니 마느니 이렇게 되어야만 국회에서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기는 논의 중이다.

석현정 위원장 : 10만 입법청원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우리가 끌어냈고 이제는 그 답을 국회가 하도록 압박하는 작업이 들어가야 한다. 희생을 감수하자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의미 없는 희생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만약 한 번에 모든 족쇄가 풀릴 수 없고 단계별로 가야 한다면 정치와 관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이충재 위원장 : 법안이라는 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되는 건 아니다. 현실 가능한 부분부터 국회를 설득해 나갈 예정이다. 근무시간 외 정치적 자유 허용이 대표적이다.

김현진 위원장 : 입법 싸움이다.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을 통한 입법활동을 시작할 거다. 정치기본권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안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개개인도 부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대전제만 가지고 하다 보니 부작용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청회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대권 후보자들에게도 공무원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것이다.

 

- 공무원 연금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전호일 위원장 : 공무원연금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소득공백의 문제다. 순차적으로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법 개정이 됐는데 퇴직을 하면 65세까지 어떻게 살 것인지가 우리 조합원들의 현실적인 문제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이나 다른 데 비교해서 되게 높다는 식으로 공무원연금을 공격한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을 높이는 게 정상이다.

석현정 위원장 : 2015년에 대타협 기구를 통해서 공무원연금문제를 논의할 때는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는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5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은 우리의 희생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거다. 공적연금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국민 모두의 노후를 위한 연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게 적정한지는 공식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번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대해서는 실망을 많이 했다. 끌려가는 대타협기구가 아닌 실제로 국민과 공무원이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이충재 위원장 : 현 상태에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거나 국민연금과 통합한다는 의견은 시기상조다. 먼저 국민연금부터 올려야 한다. 지금 통합하면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가 될 우려가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 전체의 노후를 어떻게 볼 거냐는 거다.

김현진 위원장 : 소득공백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강화돼야 하는데 계속 공격을 받는 부분이 있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소득공백 해소방안에 대해 정부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2015년 연금 합의 시 정부가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방안 마련을 위해 역량을 다할 것이다. 한국노총 내에도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를 위한 전담팀이 설치될 예정이다.

 

9월 24일 오후 1시 국회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관계7법’ 개정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호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지난해 9월 24일 국회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관계7법’ 개정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호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석현정 위원장 : 정책협의체인 보수위원회가 정부랑 만들어져 있는데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기재부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협의가 이행되려면 정부의 책임 있는 사람들의 의지를 끌어내야 한다. 정책을 결정하는 그룹이 공무원을 노동자로 바라보느냐의 가치판단이 중요하다.

김현진 위원장 : 공직사회의 직렬마다 요구하는 사항이 같을 수는 없다. 공직자들의 공통적 사항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먼저 공직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간외수당 문제를 경사노위 내에 만들어질 공무원위원회를 통해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전호일 위원장 : 현장 공무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본연의 업무가 기본적으로 있는데 코로나19 업무가 추가된 거다. 작년엔 국가직의 연가보상금을 삭감해서 긴급재난소득으로 했던 부분이 있고, 보수도 0.9% 인상됐다. 사실 너무나 적은 금액이지만, 임금인상투쟁이나 수당투쟁이 여론에 어떻게 비춰질지 고민이다.

이충재 위원장 : 공무원들의 보수만 보면 ‘이렇게 많이 받냐’고 하는 여론이 있지만, 하위직은 굉장히 보수가 낮다. 공무원 보수문제는 계급체계와 연동된다. 계급제를 단순화시켜서 보수체계를 개편하는 건 당장 개혁도 가능하다. 다만 고위공무원으로 올라갔을 때는 업무 강도나 책임이 높아진다. 그런 부분이 같이 정부개혁과 연동됐으면 한다.

 

③ ‘하나가 돼야’ 하는 건 알지만…

공무원은 양대 노총이 제1노총을 경쟁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다. 고용노동부의 ‘2019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노동조합 조직률은 86.2%에 육박한다.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이 12.5%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뭉쳐야 힘이 커진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공무원노동조합들에게 실천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바로 대통합이다. 통합논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진전은 느렸다. 공무원노동조합들은 필요할 때 힘을 모아 연대하고 대응해왔다.

이 가운데 기존 양대 공무원노조를 벗어나 새로운 상급단체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광역연맹은 공노총에서 한국노총으로 상급단체를 옮겼고, 공공노총은 한국노총과 통합을 추진하는 중이다. 광역연맹과 공공노총은 공무원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무원에게는 공무원만의 문제가 있고, 그것을 제일 잘 아는 건 공무원이라는 게 공노총의 주장이다. 공무원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각 조직이 조금씩 다르다.

 

- 최근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공무원노조 상급단체 변경이 활발하다. 공노총에 속해 있던 광역연맹이 1월 28일 임시대대를 통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김현진 위원장 : 계속 투쟁했던 조직도, 협상했던 조직도 있었지 않나. 노동조합들은 전부 다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현실 속에서 우리 조합원들의 권리나 근무요건에 대해 최선책을 찾는 게 노조를 잘하는 거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려고 한국노총에 왔다.

석현정 위원장 : 이 과정은 분열로 가는 지형변화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도를 지나친 ‘조직 건드리기’라고 본다. 한국노총도 앞으로는 공무원 노동자를 위한 행동을 하셔야 한다. 공노총 조직이 간 것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열심히 하셔서 이루고자 하는 것에 같이 힘 보태주면 좋겠다.

전호일 위원장 : 한국노총이 기존에 있는 조직을 깨면서 외양을 확대하는 모습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노총이 2월 25일 오전 11시 헌재 앞에서 ‘공무원노조법 위헌이다! 전면 개정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충재 공공노총 위원장, 김현진 광역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nbsp; hnkang@laborplus.co.kr<br>
한국노총이 2월 25일 헌재 앞에서 ‘공무원노조법 위헌이다! 전면 개정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충재 공공노총 위원장, 김현진 광역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공공노총도 한국노총과 올해 5월 1일 자로 통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충재 위원장 :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본다. 공무원노동조합들이 2002년에 출범을 했으니까 19년째인데 무엇을 했고, 잘해 왔느냐의 문제가 있다. 공공노총의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원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속해 있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법외노조로 있었으니까 인사, 보수, 수당같이 공무원 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외돼 있었다. 공노총도 공무원 내부 문제와 공직사회 개선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면 공공노총은 실력이 있느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힘이다. 공공노총이 한국노총과 통합하면서 함께 노동운동을 뛰어넘는 사회운동으로 전환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냐의 차이라고 본다. 양대 공무원노동조합이라는 틀은 깨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공노총도 꾸준히 연대 중이다. 통합 이야기가 나올 듯한데.

전호일 위원장 : 공노총과는 정책협의체를 만들어서 기자회견도 같이하고 연금투쟁에 필요한 설문조사도 같이 진행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서 현안 가지고 토론도 하고 있다. 아마 이렇게 하다 보면 통합 이야기든 아니면 더 높은 단계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겠다.

석현정 위원장 : 공노총이 조금 더 큰 그늘, 양대 노총에 들어가면 그 힘을 받지 않을까 하는 말들을 많이 듣는다. 다만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하는 문제는 조합원의 평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노총, 민주노총 고민할 게 아니라 공무원노동조합부터 통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열망은 예전부터 있었다. 가장 큰 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공동사업들을 통해서 서로가 다르지 않다는 부분을 현장에서 느끼게 되면 언젠가 통합이 가능할 거라고 확신한다. 가능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저랑 전호일 위원장의 역할 아니겠나.

 

- 각 노동조합이 정의하는 공무원 ‘노동자’에 대해 듣고 싶다.

전호일 위원장 : 투쟁과 사업의 방식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는데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일반 노동자와 차이가 없다고 본다. 공무원도 노동자로서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을 똑같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만 공무원이 하는 업무 자체가 시민을 배제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역할이 별도로 중요하다.

석현정 위원장 : 공무원은 특수한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노동자로 있지만, 사측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는 매번 선거로 바뀌고, 정부를 바꾸는 건 국민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이 우리를 진정 노동자로 생각하느냐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충재 위원장 : 특수한 직업군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공무원은 일반 국민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다. 만약 특수하다면 이 직업은 아무나 선택할 수 없겠다.

김현진 위원장 :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노동조합 위원장 입장에서는 공무원도 노동자기 때문에 같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업무를 하는 공무원 입장이면 민간하고 약간 다를 수는 있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공무원은 우리가 먼저 특수성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정부가 특수하게 만들어놓은 거다.

지난해 4월 3일 2020 대정부교섭 공동대표단이 상견례를 가졌다. 왼쪽부터 안성은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전호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 이관우 교육연맹 위원장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④ 어쨌든, ‘공무원이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하더라

공무원노동조합의 활동은 여전히 정부의 따가운 시선 아래 있다. 국회는 공무원노동조합을 쉽게 외면하고, 국민에게도 지탄받는다. 외부 사정도 좋지 않은데 조직은 갈수록 힘을 잃는다.

국민과 조합원에게 동시에 신뢰받기 위해 공무원노동조합은 사회적 역할이라는 키워드를 찾았다. 정권의 부패를 견제하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공무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좋은 정책’ 안에서 행복하게 일하겠다는 것이다. 조직이 달라도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성이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움직임이 세상을 바꾸는 이유기도 하다.

 

- 어떤 공무원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충재 위원장 : 공무원의 내셔널센터다. 각 직군에 있는 공무원들의 애환,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들,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정책에 대한 식견을 노조가 풀어내야 한다. 정치인들 만나서 사진 찍는 노조가 아니라 정책노조가 돼야 한다. 공무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책을 다루는 식견을 노동조합이 모아서 정부와 정책대결을 해야 한다.

석현정 위원장 : 국민이 인정하는 노동조합이다. 물론 조합원에게 인정받는 게 기본이 돼야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전체 국민에게 ‘정말 공무원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전호일 위원장 : 현장과 호흡하는 노동조합이다. 조합원의 힘을 믿어야 한다. 현장을 기반으로 해서 투쟁을 하고 사업을 하지 않으면 관료화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김현진 위원장 : 최근 2~3년 동안 정부와 공무원노동조합 간에 있었던 협의기구나 위원회에서의 결과물을 왜 정부가 이행하지 않았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결국 이 상황에서 어떤 결과물을 가지느냐로 모든 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2021년 공무원노동조합, 전망 한 마디?

이충재 위원장 : 지금까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공노총이 있었다. 여기에 새로 만들어질 노조가 더해졌다. 새롭게 만들어질 노조가 완전히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조직의 규모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거고 공직사회 현안을 해결해나갈 능력에 있어서도 차이가 날 거다. 그걸 조합원들이 평가하게 될 것이다.

김현진 위원장 : 한국노총에서 광역연맹은 공무원노조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많은 것들이 변화할 거라 예상한다. 일단은 눈에 보이는 게 소방공무원이 7월 1일부터 노조를 할 수 있고. 광역연맹은 경사노위에서 공무원위원회를 만들어서 공무원 문제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갈 건데 거기에 참여하는 조직과 참여하지 않는 조직으로 나뉠 것 같다.

석현정 위원장 : 또 소방의 노동조합화가 변수다. 전체 공무원노동조합은 조합원의 확대로 인해 더 커질 거라고 예상한다. 공노총은 일부 이탈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조직하고 싶다. 그 힘으로 더 열심히 바꿔나가야 한다.

전호일 위원장 : 내년 대선과 연계해 뭔가 큰 판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을 높이는 투쟁을 같이 병행해야겠다는 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큰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