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산재’ 발생 급식실···“공기순환 시설 전수조사 해야”
‘집단산재’ 발생 급식실···“공기순환 시설 전수조사 해야”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4.06 18:40
  • 수정 2021.04.06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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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ㄱ중학교 조리실무사 폐암 첫 산재 판정
열악한 환기시설에서 고온 기름 조리로 발암물질에 노출
학비노조, 급식실 산업안전 문제 전면화 예고
ⓒ 학비노조
고온 기름 조리, 조리도구 세척 시 발생하는 연기에 노출된 급식실 노동자들의 모습 ⓒ 학비노조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수원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쓰러진 조리실무사들이 잇따라 산업재해 인정을 받고 있다. 노조는 이를 ‘집단산재’로 규정하고 “급식실 산업안전 문제를 전면화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 이하 학비노조)은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실 산업재해 현황과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안전불감증에 대해 폭로하고 현장 안전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수원 ㄱ중학교에서 일했던 조리실무사 A씨는 2017년 4월 원발성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1년 뒤 사망했다. 2018년 8월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 산업재해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공단은 올해 2월 23일 A씨가 앓던 폐암이 ‘업무상 질병’이라고 판정했다.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첫 사례다.

공단은 전문 조사에서 12년 1개월 동안 학교 급식시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며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에 노출돼 발생한 A씨의 폐암은 직업성 암이며, 이 폐암과 관련해 A씨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조리흄은 230도 이상 고온의 기름 조리 과정에서 음식물 속 지방이 분해되면서 배출되는 발암성 물질이다. 

A씨가 폐암 판정을 받은 한 달 뒤엔 조리실무사 B씨가 응급실로 실려갔다. 2017년 5월 점심 배식을 마치고 청소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뇌경색으로 인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 B씨도 행정소송까지 거쳐 지난해 3월 산재 승인을 받았다. 

앞서 2016년 6월엔 조리실무사 C씨가 튀김 작업 중 구토 증상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이틀 뒤 동료 D씨도 감자튀김 작업 중 어지럼증을 호소해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한 작업장 안에서 1년 사이 급식노동자 5명 중 4명에게 일어난 일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6일 오전 ‘급식실 폐암 사망 산재 최초 인정, 수수방관 교육당국 규탄 및 학교 급식실 직업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학비노조는 이를 집단산재 사건으로 규정하고 학교와 교육청의 안일한 대응을 주된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다. ㄱ중학교 조리실무사들이 2016년 여름부터 후드(환풍기)와 공조기(온도와 습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기계) 불량으로 조리 연기가 빠지지 않는다며 교체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이 늑장 대응한 데다 일부만 수리해 피해가 더 커졌단 설명이다. 2017년 5월 교육청이 해당 급식실의 환풍시설의 풍속을 측정한 결과 정상 풍속의 1/4 수준이었다. 

학비노조는 경기도교육청에도 책임을 물었다. 학비노조는 “노조의 후드 공조기 전수조사 요구에 교육청은 4년이 지난 오늘까지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노조가 공기질 샘플링을 할 수 있도록 20여 개 학교에 협조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부서 간 떠넘기기 행정으로 6개월이 넘도록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급식실 전수조사 요구 회피 지적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산업안전보건 담당자는 “해당 내용은 학교급식협력과에 문의를 해달라“고 답했다. 학교급식협력과 관계자는 “문의한 내용이 정확히 산업안전보건 담당인지, 우리인지 잘 모르는데 공무직 담당하는 분은 회의 중이고 담당자가 답변을 해주실 수 있을지 확실하진 않다”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이 사건을 계기로 급식실 산업안전 문제를 전면화할 계획이다. 이들은 학교급식종사자 직업성 암환자 찾기 사업과 집단 산재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교육부와 충남·경남·전북·울산·경북 등 5개 시도교육청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비노조는 “전국 시·도교육청의 학교 급식실 공기 순환 장치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와 공기 질 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