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새 7명 연행, “실망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이틀 새 7명 연행, “실망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4.15 22:43
  • 수정 2021.04.15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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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분회 기자회견에서도 공공운수노조 간부 3명 연행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분회장 박소영, 이하 LG트윈타워분회)는 14일 오전 10시 30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앞에서 ‘고소한 지 3개월, 노조탈퇴 공작은 현재진행형, LG측 부당노동행위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이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을 경찰이 막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LG의 부당노동행위 수사를 촉구하던 공공운수노조 간부 3명이 14일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됐다. 13일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들의 연행을 포함하면 이틀 사이 공공운수노조에서 총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분회장 박소영, 이하 LG트윈타워분회)는 14일 오전 10시 30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앞에서 ‘고소한 지 3개월, 노조탈퇴 공작은 현재진행형, LG측 부당노동행위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측이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2,0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전을 지급하겠다며 조합원들을 설득했고, 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수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LG트윈타워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는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에 고용돼 있다. LG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S&I코퍼레이션은 지수아이앤씨와 계약을 맺어 LG트윈타워를 관리해 왔다. LG트윈타워분회는 2019년 11월 만들어졌다. LG트윈타워분회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생긴 후 정년은 만 65세가 됐고 S&I코퍼레이션은 지수아이앤씨와 지난해 12월 말 계약을 종료했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도 계약해지 상황에 놓였다.

그렇게 LG트윈타워분회는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사옥 로비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LG트윈타워분회는 지수아이앤씨가 노조탈퇴를 위해 개별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금전지급을 제시하며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개별면담을 통해 사직서에 서명하면 ‘위로금’을, 3월 1일부터 4월 6일까지는 대가로 2,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쟁 중이었던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의 이탈이 있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이탈이 LG측 원·하청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보고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강제수사를 8일 촉구한 바 있다.

S&I코퍼레이션 측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탈퇴를 유도했다는 LG트윈타워분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S&I코퍼레이션은 “청소근로자들의 농성 참여로 단절된 수입 등을 고려해 ‘생활안정자금’ 정도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노조 측에서 제시했고,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지수아이앤씨 측은 청소근로자들의 개인의사를 존중해 개별 면담을 진행했고, 자발적 의사에 따른 농성 중단 및 퇴사에 합의했고, 고용노동부에 이 같은 상황을 알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LG트윈타워분회는 노조탈퇴 종용의 명확한 정황이 있고, 지지부진한 수사는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크다고 14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S&I코퍼레이션이 고용노동부에게 말한 내용을 밝히고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라는 것이다. LG트윈타워분회는 “고용노동부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서 수사하는 척 하다가, 증거부족으로 적당히 사건을 끝낼 생각이라면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 아니면 지금이라도 LG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즉각 강제수사에 나서라”며 “가장 절박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과연 어떻게 수사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LG트윈타워분회는 13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면담요청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들은 남부지청에 출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혔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지청이 시설물 보호 요청을 했다”며 문을 닫았다. 공공운수노조와 실랑이를 지속하던 경찰은 12시경 이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 김윤수 조직부장, 황지수 조직부장을 연행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같은 날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재벌갑질 부정부패 박삼구는 감싸고,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는 폭력진압! 이게 노동존중인가? 문재인정부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재벌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노동자에겐 한없이 엄격한 횡포가 문재인정부 하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13일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된 김정남·기노진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 이용덕 노동해방투쟁연대 활동가는 당일 오후 7시경 경찰 조사 후 석방됐다. 이들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청와대의 진정성 없는 ‘노동존중’이 정부당국의 노동자에 대한 폭력진압이라는 폭거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우리는 더 이상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를 촉구한다. 촛불투쟁으로 탄생한 정부가 촛불정신을 배신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판명나지 않기를 바란다. 실망이 혐오와 분노로 바뀌고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관계자는 이날 LG트윈타워분회 연행과 관련해 “담당자가 부재 중이다. 오늘은 긴급고용안정지원금 현장접수라 직원들이 많이 나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노동조합의 지적에 대해 S&I코퍼레이션은 “담당부서에 전달하겠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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