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⑦] 미래차의 '굿'바이는 어떻게?
[커버스토리⑦] 미래차의 '굿'바이는 어떻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5.06 00:10
  • 수정 2021.05.07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품수 적지만 재활용 어려운 미래차
​​​​​​​새활용으로 정의로운 전환 모색해야

커버스토리⑦ 미래차 시대, 폐차업의 미래는 

커버스토리 X 미래차 시대의 노동

130여 년 전 내연기관차는 이동수단의 혁명을 가져왔다.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래차 시대는 아직 완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낡은 것은 가고 새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사실에 위기가 존재한다”는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과도기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긍정적인 사실도 있다. 아직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차 시대의 노동이 어떤 모습일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래차 전환에 따라 폐차업계도 고민이 커졌다. 도시광산(City Mining)으로 불리는 폐차업은 부품을 파는 재사용과 철, 비철, 합성수지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미래차는 엔진이 없고 내연기관보다 부품수가 적어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차를 통째로 파는 리비아, 이라크, 캄보디아 등 중고차 주요 수출국에선 아직 전기차 수요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쏟아지는 폐배터리
재활용보단 새활용

폐차장엔 2009년 첫 국산 하이브리드가 등장하고 약 10년 뒤부터 친환경 자동차가 한두 대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친환경 자동차를 폐차하는 과정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볼트부터 차근차근 해체하면 된다. 문제는 철, 비철 등 돈 되는 물질 추출이 어려운 리튬이온 배터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4,700개에 불과했던 전기차 폐배터리가 2029년까지 8만 개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조금을 받은 배터리의 지자체 반납 의무도 올해 보급된 전기차부터 사라진다. 폐배터리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비례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폐차업계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전기차 배터리는 파쇄해 니켈, 코발트 같은 물질을 추출하는 ‘재활용’보다 2차 전지라는 제품 그 자체로 ‘새활용’하는 방향이 더 유용하다. 2000년 인터넷에서 폐차대행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시행한 자동차 해체 재활용업장에서 전기차 새활용 전문 업체로 거듭나고 있는 굿바이카(대표 남준희)의 변화가 대표적 예다.

굿바이카는 2018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해체하며 나온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는 성능이 70~80% 이상 떨어지면 교체해야 하지만 폐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로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7~8년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새활용할 경우 초기용량의 70~80% 수준에서 10년을 사용할 수 있다.

굿바이카는 ‘전력망 분리형 태양광 가로등’을 개발하면서 전기차 새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를 하이브리드카에서 수거한 중형배터리에 저장해 전력망 없이도 가로등이 약 10년간 불을 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로등은 1년째 굿바이카 정문 앞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 남준희 대표는 “이 가로등이 상용화되면 전력망이 안 깔린 지역에 밤마다 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남은 전기는 가정에 보내는 등 여러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굿바이카는 지자체가 보유한 사용 후 배터리를 사들여 작은 용량으로 분해해 차박 캠핑용 전기 저장장치로 만드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 제작된 ‘바스트로(BASTRO) 파워뱅크’는 2kW 용량에 14kg으로 국내 동급 파워뱅크 중 가장 가볍고 작다. 캠핑장에서 쓰는 소규모 배터리인 만큼 디자인에도 신경 써 올해 3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닷(Red Dot) 제품디자인과 혁신제품 두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굿바이카는 폐차업에 제조업을 결합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연구원 8명 규모 부설연구소도 따로 꾸렸다. 남준희 대표는 “내 꿈은 직원들이 정년을 넘어 65세까지 다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제조업을 비롯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직원들 오래 데리고 있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남준희 대표는 올해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납 배터리를 쓰는 장애인용 전동휠체어의 배터리를 새로 개발할 예정이다. 전기차의 모터도 새활용할 계획이다. 남준희 대표는 “친환경선박법이 올해 발효됐다. 관공서가 보유한 선박은 친환경으로 교체하고 어민들이 친환경 선박 구매 시 정부가 지원하는 게 골자”라며 “전기차 모터를 활용한 전기선외기 보트개발을 위해 충남에 공장을 설립했고 올해 중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준희 대표는 “직원을 계속 뽑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뜯어서 평가하고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자동화하기 어렵다. 새활용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새활용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분야”라고 이야기했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지속가능한 미래차 시대?
정맥산업에 관심 높여야!

폐차를 비롯한 정맥산업의 가치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생산, 즉 동맥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폐차를 비롯한 재활용·새활용도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남준희 대표는 “나는 세상을 ‘똥꼬’에서 본다”며 “우리 사회는 대량생산-대량소비를 하면서 동맥산업에 99%의 에너지를 쏟고 정맥산업엔 관심이 없다. 정의로운 전환, 지속가능한 시대를 원한다면 정맥산업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맥산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남준희 대표는 자동차에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PR제도는 사업자가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한 제품의 폐기물을 의무적으로 회수하고 재활용하도록 만든 제도다. 남준희 대표는 “전기·전자 제품엔 EPR제도가 도입됐는데, 자동차는 아직”이라며 “고무나 유리, 의자 안의 스펀지는 아직 폐차 재활용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태워야 하는 산업쓰레기다. 자동차제작사의 생산자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돼 이런 재질도 재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차 새활용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남준희 대표는 “일반 자동차의 연료탱크는 돈을 받고 팔지만 수소탱크는 재질이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이라 물질을 따로 추출할 수 없다”면서 “아직 수소차의 새활용·재활용은 어떻게 할지 언급이 안 됐다. 국내에도 수소차 보급 대수가 1만 대를 넘어선 만큼 수소차의 ‘끝’에 대한 고민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