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연맹 임원진 총사퇴, 이유는?
서비스연맹 임원진 총사퇴, 이유는?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11.2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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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투쟁 과정에서 현장과의 이견 못 좁혀
김형근 위원장과 강규혁 사무처장의 불화도 한 원인인 듯

이랜드ㆍ뉴코아 투쟁, 르네상스호텔 투쟁, 학습지노조 투쟁 등을 이끌어왔던 민주노총 민간서비스연맹의 지도부 총사퇴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상실한 김형근 연맹 위원장에 대한 실질적 불신임이었다.

28일 열린 서비스연맹의 임시대의원대회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11월 14일 진행된 중앙위원회에서 연맹의 분란과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선출직 임원의 일괄 총사퇴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참석 중앙위원 27명 중 22명의 서명으로 발의했으나 김형근 연맹 위원장이 임시대의원대회 전까지 수습안을 마련할 것이며 임원회의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대의원대회에서 사퇴권고결의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11월 21일 임원회의가 파행으로 끝나 김형근 위원장을 제외한 선출직 임원 4명이 이날 성명서를 발표해 일괄사퇴권고결의안 통과와 사퇴하지 않는 임원에 대한 불신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임원들은 위원장의 책임회피와 막가파식 발언에 대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아 현지도부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고, 위원장 또한 연맹을 지도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이들은 연맹 상근 간부 인사와 관련해 보직과 직위도 명시하지 않은 채 중앙위에 신규채용을 인준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점과 중앙위 회의 직전까지 임명제청권자인 사무처장을 비롯한 중앙위원 중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랜드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이견 좁히지 못해

또한 전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이었던 김경욱 홈플러스테스코노조 위원장은 이랜드 투쟁과정에서 불거졌던 여러 사건을 언급하며 김형근 위원장을 비판하는 A4지 3장 분량의 유인물을 돌리기도 했다.

▲ 김경욱 홈플러스테크코노조위원장(왼쪽)과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 ⓒ 봉재석 기자

이 유인물에서 김경욱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을 비난한 한겨레신문 11월 13일자 인터뷰 기사와 프레시안 11월 17일 기사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저의 발언으로 인해 상심하고 분노하신 대의원 동지들과 조합원 동지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언론을 통해서라도 서비스연맹 위원장의 몰상식하고 반민주적인 행위들에 대해 공개하기로 결심하게 된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생계비 문제로 너무 절박했던 이랜드노조는 서비스연맹에 이랜드뉴코아 투쟁지원을 위해 조성된 수천만원의 기금을 하루속히 지원해 줄 것을 수도 없이 요청했다”며 “노조 지도부가 연맹 위원장을 찾아가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했지만 김형근 위원장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형근 위원장은 대의원대회 과정에서 이랜드의 요청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 없이 “뉴코아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동지적 관점에서 좋은 미래를 도모하자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본다”고 말해 대의원들을 당황하게 했다.

강규혁 사무처장과의 불화도 한 몫

대의원대회 과정에서 김효상 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위원장과 사무처장 양 임원 간에 중재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며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겠다. 결국 두 사람의 문제가 내부의 혼란을 부추겼다”고 밝혔다.

이어 “중재안을 위원장과 사무처장에게 제안했을 때 사무처장은 중재안 전부를 받아들였지만 위원장은 말이 바뀌었다”며 우회적으로 김형근 위원장을 비판했다.

강규혁 사무처장은 “지도부 업무를 수행하며 단 한번도 사무처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요즘 연맹 사무실로 출근할 때 지옥문에 들어가는 기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결국 부산노보텔 박영수 위원장이 참석 대의원 75명 중 72명의 서명을 받아 ‘선출직 임원 총사퇴 권고결의안’을 현장발의 했지만 김효상 수석부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표결 없이 임원들의 의사를 묻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효상 수석부위원장, 김용원ㆍ김부영 부위원장, 강규혁 사무처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김형근 위원장은 “대의원들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며 질의응답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대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위원장의 사퇴의사만 밝히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이에 오후 5시경 정회 후 김형근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점에 대해서 죄송스럽고, 서비스연맹 3기 지도부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대의원대회에 참가한 한 단위사업장 위원장은 “어찌되었든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며 “조직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서비스연맹 각 단위사업장이 더욱 단결하는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