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적 인력공백’ 시달리는 시군구 지방공무원
‘상시적 인력공백’ 시달리는 시군구 지방공무원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5.27 16:25
  • 수정 2021.05.2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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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연맹, ‘시군구 지방공무원 인력공백 해소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잦은 전출·휴직·인력동원으로 현장 실무인력 부족 … 해결방안은?
시군구연맹이 27일 오전 10시 여의도 켄싱턴호텔 15층에서 ‘시군구 지방공무원 인력공백 해소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시군구연맹이 27일 오전 10시 여의도 켄싱턴호텔 15층에서 ‘시군구 지방공무원 인력공백 해소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더 나은 행정서비스 위해
시군구 인력공백문제 해결해야”

시군구 지방공무원들은 인력공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일한다. 정원에 비해 일하는 사람은 적다. 특히 공무원 신규채용을 기다려야 하는 상반기엔 ‘인력 보릿고개’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다. 정부는 지방정부와 지역공공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막상 정책을 수행하는 시군구 지방공무원의 인력난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공주석, 이하 시군구연맹)이 시군구 지방공무원의 인력공백 해소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행정조직의 인력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주장에서다. 토론회는 27일 오전 10시 여의도 켄싱턴호텔 15층에서 ‘시군구 지방공무원 인력공백 해소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시군구연맹은 지난해 ‘시군구 인력공백 해소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이날 토론회는 그 연장선으로, 시군구연맹과 박완주·오영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명수·김형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공주석 시군구연맹 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인력배치와 공백해소를 요구하면 늘 ‘참아라! 다음에 (충원)해줄게!’, ‘인력이 없는데 어떡해!’라는 답변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 지방자치 시대의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도 “부족한 인력은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돌아오고 육체적으로 공무원노동자를 병들게 한다. 휴가 한 번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이제 현장의 아픔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 노동조합이 함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유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한다면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발언했다.

 

전출과 전입의 불균형
인력공백→대체인력의 악순환

발제를 맡은 김대욱 전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아 기존 직원들이 결원인력이 담당해야 할 업무를 추가적으로 담당하고 있다”고 시군구의 인력공백의 원인을 짚었다.

김대욱 교수에 따르면, 시군구는 전입인력보다 전출인력이 많아 인력부족이 가중된다. 일하러 들어오는 사람보다 다른 곳으로 일터를 바꾸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전출을 통해 더 나은 생활환경에서 거주하고, 연고지로 돌아겠다는 이유다. 특히 시군구에서 광역자치단체로의 전출이 빈번하다. 이렇다보니 시군구에는 신규채용 인력과 상위 직급의 공무원만 남고, 8~9급 공무원들은 떠나가는 구조가 고착됐다.

신승호 의성군 총무과장은 “대부분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중견자원의 인력유출이라는 측면에서 인력의 양적 부족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의 부족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대체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니 인력공백이 일상화돼 기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시군구 지방공무원의 휴직인원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휴직인원은 별도정원으로 분류된다. 휴직한 공무원을 대체할 사람이 적기에 충원되지 않는 점도 인력공백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반기에 주로 신규채용이 이뤄지는 시군구에서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인력편차가 크다.

이처럼 시군구 인력공백은 전출과 휴직이 주된 원인이다. 그 외에도 선거사무나 국가직 공무원 채용시험감독 등 시군구 공무원이 관행적으로 다른 업무에 장기간 차출되는 사례도 있다. 정하명 아산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선거사무, 시험감독관 등의 수당을 현실화하고 시군구 공무원뿐만 아니라 광역, 교육, 국가공무원 등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민간인이 참여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며 “인력을 차출할 때 시군구 인사부서, 공무원노조와 협의하여 인력동원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인력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력공백해소는 어떻게?

시군구연맹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시군구 공무원 3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79.4%가 인력공백으로 인한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었다. ‘인력공백을 어떻게 해소하면 좋겠냐’는 물음에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지방공무원 채용시험 연 2회 확대실시 ▲자치단체별 경력경쟁채용 활성화 ▲휴직가능성을 대비한 현실성 있는 인력수급계획 수립 등의 대안을 선호했다.

김대욱 교수는 “휴직자 증가와 대체인력 미충원에 대한 대책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전출입 자체의 전면적 제한보다는 임용시험 및 경력채용 제도의 개선을 통한 해결방식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군지역 공무원의 경우 전출의 이유로 더 나은 생활환경에 거주하기 위한 욕구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조직내부 인사관리와 함께 전반적인 사회문화경제적 여건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하자는 방안이 꼽혔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은 6급 이하 신규채용 합격자가 임용을 포기하면,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추가합격자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임용을 포기하기보다, 조기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추가합격자 선발시기를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1년으로 늘리면, 임용을 포기한 사람뿐 아니라 조기 퇴직하는 경우도 추가합격자를 뽑을 수 있게 된다.

시군구가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업이 설계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사업을 선택하거나, 여러 지자체가 같이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영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실장은 “최근 중앙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들은 현장 중심의 서비스 제공 사업이 많다. 이러한 서비스는 전국적으로 통일되도록 설계되는 측면이 있어 여건이 되지 않는 시군구도 무리하게 참여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사업이 현장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사전에 지역맞춤형으로 설계돼야 할 필요가 있으며, 지자체 여건을 고려하여 선택권을 주거나 지자체 간 공동생산이 가능하도록 제도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주 실장은 잦은 전출을 오히려 활용해보자고 제안했다. “시군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고민이 필요하다. 전출을 제약하는 방식보다는 전출을 성과관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가올 6월은 퇴직자들이 시군구청을 떠나는 달이다. 시군구연맹은 당장 7월부터 닥칠 ‘인력 보릿고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주석 시군구연맹 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시군구 인력공백의 문제점을 모두 공감하는 자리가 되었다”며 “우리만의 고민으로 끝나지 않고 정책적, 행정적, 입법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에 대해 임상규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정책관도 “오늘 토론에서 나온 대안들을 통해 현장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