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있는 산별노조 만들면 노사정 모두 편하다
실력 있는 산별노조 만들면 노사정 모두 편하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12.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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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 의제 속에서 공통분모 충분히 찾을 수 있어
‘무조건’ 아니라 ‘어떤’ 산별인지 조합원과 공유해야
[이슈 인 이슈] 심층진단 산별노조 ④ 산별노조 대표자 좌담회

지난 10여 년간 노동계의 핵심 구호 중 하나는 ‘산별노조 건설’이었다. 그리고 지금, 많은 노동조합이 산별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준비 중이다. 분명 산별노조는 노동조합운동, 그리고 노사관계의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중요한 ‘열쇠’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산별노조는 어떤 경로를 통해 여기까지 왔고, 또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디로 가고자 하는 것일까. 이 대답을 듣기 위해 대표적인 3개 산별노조와 산별 전환을 준비 중인 1개 노조의 위원장들에게 물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 금융노조 양병민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홍명옥 위원장, 전력노조 김주영 위원장은 한결 같이 ‘현장에 기반한 산별’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의제, 그리고 산업 차원의 의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정갑득, 홍명옥 위원장은 <참여와혁신> 회의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눴고, 일정이 맞지 않았던 양병민 위원장은 좌담회 내용으로 별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양병민 위원장의 답변도 다른 위원장들의 답변 속에 함께 포함시켰음을 알려드린다. 사회는 노동혁신연구소 이문호 소장이 맡았다.

▲ 왼쪽부터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 이문호 한국노동혁신연구소 소장,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금융위기, 그리고 산별노조

태풍전야, 고용이 흔들린다
노조 겨누는 경제위기의 칼날

이문호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금융위기를 넘어선 실물경제 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과 각 산별노조 차원에서의 대응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먼저 금속노조의 상황은 어떤지?

정갑득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구조조정 대응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아직 전체 지부에서 보고서가 올라오지 않았는데도 100여 개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볼 때는 IMF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대부분 생산량 감축, 일반직 정리해고 하겠다고 하는데 한국경제가 수직하강하고 있다. 내년에 정리해고 하려고 할 것이다.

98년도에 현대자동차가 36일 동안 총파업을 했지만 1만 명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 됐다. 10일 동안 완성차 4사가 모여서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반대 총파업을 했다. 하지만 시간만 늦어졌을 뿐이다. 쌍용은 상하이로 넘어가고, 기아차가 현대로 매각됐다.

수많은 사업장이 수많은 투쟁을 했는데, 지금이 그때보다 투쟁동력이 강한가, 더 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들 판단하실 거다. 어떻게 싸움을 해야 할까 고민 위해 구조조정 대응팀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문호 <노동혁신연구소 소장>
▲ 독일 괴팅겐대학 사회학 연구소 연구원
▲ 독일 금속노조(IG Metall) 교육위원

이문호 병원 산업도 이번 위기의 영향을 받는 건지? 보건은 어떤가?

홍명옥 IMF 때 온 나라가 거의 경제 위기 때문에 망한다고 난리가 났었지만 그 여파를 병원 산업, 사용자들은 전혀 받지 않았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라 건강 문제이기 때문에, 특히 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가 높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IMF 때도 우리가 보기에도 전혀 경영상의 어려움은 확인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위기, 경제적 여건 때문에 임금인상을 주장하기 어려운, 일자리만 가지고 있어도 기득권인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돼 버렸다.

그 때처럼 지금도 경제위기 상황을 전면화하면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고 특히 공기업선진화 방안에 따라서 공공병원들은 감축에 대한 안을 준비해 놓고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지금이 경영효율화를 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다. 이 상황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의료 공공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늘 과제로 갖고 왔는데 의료민영화가 노골화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의료산업을 돈벌이 사업으로 규정하고 시장화, 민영화, 무한 경쟁으로 제도화하고 내몰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여파가 고스란히 현장으로 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더 절실해 지는 것이 의료 공공성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는 점점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싸우는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또다시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문호 공공부문인 전력은 다른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 중앙노동위원회 공공특위 심판위원
▲ 전력관련노동조합연대회의 의장
▲ 국제공공노련 한국가맹조직협의회 공동대표

김주영 우리 같은 경우에는 민간 기업들과 조금 다르다. 이번 경제위기 전인 작년부터 1차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태에서 전기요금을 정치적인 이유로 동결시키다보니 결국은 금년에 1조4천억 적자가 났고 내년에는 5조7천억 정도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회에서는 세금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해서 얼마간 보존해줄 테니까 임금동결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금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선진화, 사실은 후진화인데 이 정책에 의해서 조직 10% 감축, 복지 축소, 그리고 조직혁신을 한다고 해서 정부하고 부딪치고, 그것이 노사관계로 번졌다. 과거에는 공공성을 중시했었는데 지금은 기업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정부 지분이 51%인데 과거에는 51% 지분으로 공공성 80%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51% 정도만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수익 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IMF 경제위기부터 한전의 분할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외채를 받는다고 해서 발전사 2개만 파는 것으로 했는데 그것이 한전을 완전히 쪼개서 공중분해해서 매각하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렸다. 지금 우리 그룹사 노동조합이 9개 있는데 과거에는 한 회사였던 것이 분사된 것이다. 결국은 분사해서 민영화시키고 그리고 더 나아가면 아웃소싱 시키는 것의 전단계로 보고 있다.

전력산업도 경제위기를 틈타서 신자유주의의 시장화, 경쟁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공익보다는 수익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노동자들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게 지분매각이란 형식으로 정식 상장해서 매각하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문호 금융의 경우 아무래도 이번 금융위기의 한가운데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서민 경제에 대한 산별노조차원의 대응, 역할이 있다고 보는지?

양병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 서울은행노조 위원장
▲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
▲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

양병민 최근 저축은행 PF대출 연체가 증가하고 있는데 문제가 돼서 건설사가 넘어가면 은행에 직접적으로 피해가 올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카드 대란 사태가 다시 올 수도 있다. 단기외채와 결부해서 은행간 빅뱅도 일어날 것이다. 이합집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지난 번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상당한 경험들이 있다. 금융 전반에 대한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한 대정부 투쟁이 필요할 것이고, 이것이 산별노조의 역할이다. 국민 경제의 차원으로 넘어가면 산별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내셔널센터에서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산별노조는 산별대로 금융 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기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지부의 미시적인 부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어려움을 감수하는 용단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내년부터는 특히 정부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노동조합을 맡아가고 있는 리더라는 사람들의 각오가 비상할 것이다.

이문호 경제위기 닥치면 자본의 위기보다 노조의 위기가 더 크다. 역사적으로 경제위기를 노조가 기회로 삼은 예가 있는가? 항상 경제위기는 노조가 더 위기로 빠지고 더 양보해야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힘들지만 여기에 대한 대처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왜 산별노조인가?

돌파구이거나, 의무감이거나
고용불안 심화와 산별 당위론 맞물려

이문호 산별이 대세라는 흐름이 잡혀 있는 것 같다. 산별로 가야하는 전체적인 명분이 있을 것이고, 산별마다 특수한 차원의 명분이 있을 것이다. 산별로 가는 이유, 명분은 어디에 있는지 얘기해 봤으면 한다.

정갑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 현대자동차노조 6대 위원장
▲ 현대자동차노조 8대 위원장
▲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맹 8기 위원장

정갑득 가장 큰 것은 IMF 후유증이라고 생각한다. IMF 때 싸워 봤다. 하지만 자본이나 정부에서 원하는 대로 다 실현됐다고 본다. 정리해고 법 만들어 놓고 비정규법 만들어 놨다. 98년 이전에는 같은 회사에 들어가서 당연히 같은 일하면 같은 임금 받는 것이고, 당연히 정년퇴직 때까지 일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부분을 정부에서 들어낸 것이다.

회사는 IMF 이전에 부채비율이 400~500% 됐다. 10년이 지났는데 잘 나가는 기업들은 이 두 법에 의해서 무차입 경영으로 돌아섰다. 10년 동안 두 법에 의해서 뺏어갔다. 노조는 파업으로 투쟁했지만 결국은 뺏길 것 다 뺏겼다.

기업별로는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산별로 전환한 것이다. 산별로 전환된 뒤에 조합비가 한 곳으로 집중되고, 힘이 중앙으로 집중됐다. 정부에 압박을 가하지 않고는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는다. 이 정책을 바꿔내기 위해서는 결국 큰 힘으로 전 국민적 여론을 조성하지 않고는 어렵다.

그렇지 않고는 자본의 이해를 위해서, 자본의 조건에 맞는 구조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을 하나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기업별 체계에서 회사를 압박해서는 더 이상 고용이나 후생복리 부분, 기타 여러 가지 부분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산별노조운동이 필요하다. 금속노조에 외자기업이 상당히 많은데, GM대우 외국인 경영진들을 만나보면 한국노사관계 불안하다고 한다. 지부장이 누군가에 따라서 노사관계가 오늘은 조용했다가 내일은 시끄러워진다. 자기들은 산별노조와의 협상밖에 안 해봤다. 산별노조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산별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저급한 노사관계 극복을 위해서도 산별 노사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법리적인 부분에서 올바르게 법을 해석해주고, 지원도 필요하다.

현장에 팽배한 위기의식

이문호 보건의료노조는 한국에서 가장 선도적인 산별노조라고 할 수 있다. 건설 중이거나 또는 건설됐다 하더라도 잘 안 되는 곳에 해줄 말이 많은 것 같은데?

홍명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 CMC노동조합 성모자애병원지부 위원장
▲ CMC노동조합 위원장
▲ 병원노련 부위원장

홍명옥 민주노총이 산별을 대대적으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구체화해서 집행한 것이 2006년부터다. 우리가 98년 2월에 산별을 만들었는데 준비 기간만 4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면 왜 보건은 그 때 집중적으로, 대중적으로 고민도 되지 않은 먼저 논의를 시작한 걸까. 이것이 주는 시사점이 대단히 크다고 본다.

보건이 먼저 고민을 한 건 집행부가 건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보건의료노조가 산별을 가장 먼저 검토했고 힘 있게 추진되고, 대병원들이 앞장서서 추진했던 그런 건강성이 있는데, 가장 우선으로 꼽는 게 지도부들의 의지, 건강성, 중앙과 현장의 신뢰와 집중성이 관건이었다.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한데 산별노조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생소하고 어려운,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개념이 없었다. 그런 것을 연구하고 대중화시켜나가는 것이 너무나 치열했다. 외국 산별의 사례는 있지만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건설 경로나 추진 과정이나 의무금 배분 문제나 여러 가지에 있어서 논란의 제동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다 소화가 되고 해소가 되면서 준비를 한 것이다.

단결 투쟁이라는 것이 노동자의 대원칙이고 진리인데 그것을 실천적으로 보여 준 것이 지도부의 의지라고 본다.

그 다음에 집행이 가능했던 것은 연맹 시절부터 남들이 하지 않는 공동투쟁, 공동사업, 공동교섭이 집단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거다. 98년도에 건설을 완료한다는 목표가 잡혔기 때문에 바로 직전 97년에는 전체 노조가 연맹에 교섭권을 위임하고 공동투쟁을 했다. 그렇게 작은 단위부터 산별적 실천들이 끊임없이 이뤄지면서 준비가 진행된 게 지금 산별을 추진하는 조직하고 차이가 크다.

고용을 위해 절박했던 산별

이문호 먼저 경험한 금융노조 입장에서 많은 노동조합과 연맹들이 산별노조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또 조합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왜 산별노조인지?

양병민 전체 노동운동의 침체기에서 돌파구가 없다 보니까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편이라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하나는 관성적으로 산별을 해야 된다는 무게 없는 의무감을 갖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시기적으로 구분을 해 볼 필요가 있는데 금융노조가 출범할 때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가야겠다’고 했다. IMF라는 외부적인, 당시 개별 노사로 풀 수 없는 고용의 문제, 구조조정의 문제 등 외적인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에 출범에 대해 절감을 했다고 본다.

그래서 당시에는 그런 부분들에 대한 당위성에 있어서 큰 흐름에는 동의를 했다고 보는데 산별이 되고 나서 8년차가 되는 이 시점에는 당시의 절박했던 부분을 많이 망각해 가는 측면이 있다.

또 하나는 조직이 안정되다 보니까 산별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는 부분들, 그래서 또다시 기업별의 이기심에 종속되는 측면도 있다.

큰 변화는 조합원 구성의 변화라고 본다. 당시 조합원들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등 현대사의 격동기를 많이 겪은 이른바 386 위주가 주축을 이뤘는데. 2000년 이후 IMF 이후 세대들이 많이 들어왔고 신세대들의 진입으로 산별의 필요성에 대한, 또 산별보다는 노동조합의 필요성도 못 느낀다.

이문호 세 조직과는 달리 전력은 지금 산별을 추진하고 있는 단계인데?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김주영 우리는 회사 대표가 사용자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고 정부가 사용자다. 그래서 이것은 노사관계 아니고 노정관계인데 정말 노정관계에 있어서 정부를 이긴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쟁의권 자체가 없었던 거고 또 전력이 멈추면 세상이 멈추기 때문에 많이 자제를 했는데 계속해서 분할, 사유화 정책으로 가다보니까 개별기업으로 어느 정도 커버는 하고 있지만 산별노조로 전환해서 같이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제로 발전노조가 38일 동안 파업했는데 발전소가 멈추지 않았다. 대체인력 투입하고 간부인력 동원해서 비상체제로 운영하니까 돌아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체가 산별이 돼서 힘을 모은다면 정부하고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계속되는 분열정책에 있어서 노동조합이라도 통합해서 우리가 먼저 실천적으로 전력산업 통합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산업의 통합도 이루어내자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고용의 방패막이란 건 착각

이문호 건강성하고도 연관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합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또는 개별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여러 가지 의견이 많은 것 같다. 최근 들어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많은 것 같고. 산별노조 바라보는 조합원들이나 개별기업의 입장이 어떻다고 보는가?

정갑득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조합원들은 산별노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산별노조가 되면 비정규직, 정규직 똑같은 조합원인데, 정규직 조합원들은 비정규직이 내 고용문제의 방패가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돈을 덜 가져가기 때문에 내가 더 많이 가져간다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 회사도 끊임없이 산별노조를 깨기 위해 그런 여론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산별노조가 왜 필요하고, 산별노조 아니면 노동조합 활동이 어렵다는 걸,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시간이 없었다. 내가 1년7개월째 집행을 하고 있는데, 거의 반 정도가 체포영장이 떨어져 있거나 구속을 당한 기간이었다.

정부에서도 법은 만들어놨지만,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이문호 산별노조가 더 안정적이다, 그런 경험을 한국 자본가들에게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인가?

정갑득 처음 산별교섭 할 때 완성차 4사의 입장이 중요할 거라고 봤다. 기아, 현대 자본 입장에서 보면 가장 많은 돈을 줬는데, 가장 많은 파업을 했고, 노사관계 불안에 대해서 가장 많은 지탄을 받았다. 그렇다면 산별노조 못할 이유가 없다.

왜 <주유소 습격사건>이란 영화를 보면 ‘한 놈만 팬다’는 얘기가 있지 않나. (일동 웃음) 그간 기업도 제일 세다고 생각되는 현대차 하나만 계속 팼다. 그런데 올해하고 작년에 산별교섭을 했는데, 현대차가 가장 적게 맞았다. 이런 게 기업 입장에서의 산별노조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가 중장기적으로 정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노동조합에 긍정성과 부정성이 있다고 하는데 긍정성을 극대화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걸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구시대적 노사관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본다. 극복을 위해서는 노조가 정책을 가질 수 있게, 실력을 가질 수 있게 구조조정 해야 한다. 그게 산별노조라고 본다.

금속노조에서 정책연구원과 교육원을 설립했다. 기업별노조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기업이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예측하고 연구한다. 이런 게 한국 노사관계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 기업별 노사관계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기업도 산별체제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노사관계 선진화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대상화되는 조합원들

이문호 보건은 어떤가? 여러 평가들이 있는데 현재 조합원들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하다.

홍명옥 산별을 지켜내는 것은 조합원들이다. 우리가 산별을 맨 처음 만들어놓고 산별 대세론이 이렇게 대중적인 시절이 오기 전에 거의 7~8년을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난과 욕을 먹었다. ‘그게 뭐 산별이냐’는 거다. 하지만 실제 산별을 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이 많다.

무늬만 산별이라는 말을 들을 때 ‘그래 그럼 무늬라도 만들어 봐라’ 이런 얘기를 우리끼리 했다. 막상 무늬를 만들려고 하니까 그렇게 어렵다는 것을 이제사 느끼는 거다.

민주노총이 2006년도에 전략적으로 산별 전환을 선언하면서 추진되는 과정을 볼 때 제일 걱정됐던 것이 하나가 있었다. 우리 경험으로 볼 때 산별 건설은 건설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집을 짓고 나면 갈 길이 구만리다. 없는 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만들 그 당시에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어있지 않으면 앞으로 못 나가는 상태에 직면한다.

그런데 산별 건설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상당히 대상화되고 있다. 지도부가 그냥 당위적으로 결정해서 밀어붙이는 거지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은, 특히 예들 들어 대기업은 왜 우리 노조가 산별이 돼야 되고 산별이 되면 어떤 전망이 있고 거기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과정들이 전혀 없이 정해놓고 투표를 위해서 교육하고 선전하는 정도다.

당시 ‘보건은 조합원 둘만 모이면 산별을 얘기한다’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로 조합원들에게 산별이 무엇이고 왜 산별을 하고 산별이 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간담회를 하고 교육을 하면서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고 나니까 본인들이 교육받고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한 산별이고 또 산별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갔다고 본다.

어느 날 뚝딱 날짜 정해서 건설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치열하지 않으면, 만들어서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워낙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에 한 걸음 갈 때마다 논란 지점들이 너무나 많이 나온다. 그러한 논란을 건강하게 수습하고 정리하고 갈 수 있는 것은 이 과정에서의 힘이다. 이것이 없이 만들어 놓으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조합원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은 우선은 한 명의 조합원도 놓치지 않는다는 목표까지 세워서 교육해야 한다. 그것과 동시에, 산별의 개념을 알았다고 하면 이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 없으면 어렵다. 그래서 산별적 실천들, 공동 투쟁을 한다든가 공동 교섭을 한다든가 공동 요구를 한다든가, 공동 사업을 한다든가 이런 두 축이 병행되면서 한 축에서는 교육을 진행하고 한 축에서는 실제 사업과 투쟁에서 실천적으로 보여주면서 조합원들이 느끼게 해야 한다.

그랬을 때 머리로도 느껴지고 실제 사업과 투쟁에서도 확인되면서 토대가 쌓이고 산별이 만들어진 후 어떤 논란이 붙더라도 건강하게 정리해 나갈 수 있다.

이문호 무엇이 조합원들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고 보는지?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양병민 금융노련이 산별을 추진한다는 것은 매년의 화두였다. 산별을 언급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을 모르는 것으로 치부되면서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 실천은 없었다. 하나의 구호일 뿐이고. 그렇게 연례행사로 ‘산별전환~’ 입으로만 했다.

그렇게 했지만 막상 산별로 추진하려고 했을 때 그간의 기업별 노조에서 갖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저항이 굉장히 강했다.

그런데 이것을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A은행 노조에 ‘조합원을 교육시켜라’라고 하면 안 한다. ‘위에서 내리꽂는’ 식으로 하니까 반발도 심했고 참여도 하지 않고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는가 하면, 집단탈퇴를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싸움이 엄청나게 벌어졌다. 금융노조 사상 처음으로 이른 바 노선투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조합원이 주체에서 밀려나 버렸다.

칼날이 우리에게도 올 것이라는 우려

이문호 전력에서는 산별에 대한 조합원들의 입장은 어떤지, 그리고 참여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김주영 우리는 분화되어 떨어져나가서 그렇지 원래 기본이 한 조직이었다. 그런데 한 조직도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더 잘게 쪼개고, 외주화 뭐 이런 쪽으로 가다보니까 조합원들도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상층부에서만 산별로 가자고 했지만 이제는 조합원들도 산별의 당위성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 입에서 ‘산별이 언제쯤 될 거냐, 빨리 돼야 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계속해서 산별 교육을 하고 있다.

산별추진위원장이란 직책을 따로 두고 교재를 만들어서 교육하고 있다. 결국은 조합원들도 외적으로는 사용자하고의 관계로 나타나지만 번번이 정부에 대해서 깨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칼날이 우리에게도 올 것이라는 우려들을 하고 있고 산별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2008 산별노조 무엇을 했나

여전히 물꼬는 안 트이고
무엇을 논의할지부터 정리가 필요한 때

이문호 금속노조의 경우 올해 완성차를 포함하는 교섭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교섭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정갑득 올해 목표가 산별교섭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올해 반드시 책상 앞에 앉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업이 정부 눈치 안 보고 노조 눈치를 보게끔 힘 있게 밀어붙여야 했다. 정부를 설득해서 산별노조가 결코 이 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했다.

금속노조가 96개 사업장 2만4천여 명이 산별교섭을 하고 있다. 산별교섭에 참가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2시간 파업 외에는 파업을 하지 않았다. 거의 무쟁의였다. 산별교섭에 불참하는 사업장을 집중 압박했다. 작년보다 불참사업장에서 파업도 4~5배 정도 했다.

정부에서 노사관계 대화의 채널 끊고 나니까 잘 안 됐다. 작년에는 85%가 휴가 전에 임단협이 타결됐는데, 올해는 85%가 휴가 후에도 타결 못했다. 추석 지나고 나서도 50%가 타결을 못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하니까 잘 안 풀렸다. 올해 산별교섭은 실패했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다.

이문호 보건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홍명옥 올해 평가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최악의 정세 속에 최대의 과제를 안고 많은 어려운 과정에서 나름 선방했다고 본다. 물론 나름 선방했다 뒤에는 투쟁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잠재돼 있던 수많은 과제가 최대로 노출된 한 해였던 것 같다.

산별 교섭 5년차인데 흐름이 쭉 있다. 2004년도에 14일 파업 하면서 처음 만들었고. 2005년도에는 역사적인 산별 교섭을 이어가야 하는데 직권중재를 맞으면서 교섭이 무산되고 합의가 무산됐다. 2006년도에는 산별교섭 할 수 있겠냐, 사용자들이 나오겠냐는 회의론이 팽배한 상태에서 어쨌든 산별교섭을 성사시켜서 했고 5대 협약을 만들어 냈고 2007년에는 사용자단체가 구성이 됐다.

그러면 2008년도에는 협약 틀도 만들어졌고 사용자단체도 구성이 됐으니 안정된 교섭을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것이 상식적인 흐름인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고 한나라당 장악하고 민주노동당 분열 되고 이런 정세, 그리고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을 하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산별을 무력화하고 힘을 뺄 건가가 목표가 되면서 속수무책으로 6개월이 갔다. 교섭 요구안을 들이밀고 단 한 줄도 진도를 못 나가고 중노위 조정까지 갔다.

너무나 사연이 많았는데 그 와중에 성과적 측면도 있고 한계도 있다. 나름대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악조건 속에서도 산별교섭을 사수하고 협약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승리라는 평가다. 또 의료기관서비스평가제도도 현장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제도개선 틀도 만들어 냈고 인력 부족도 병원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의제로 이슈화 시켜냈다.

반면에 모든 노동계가 비슷할 건데. 현장 동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투쟁을 하려고 해도 조합원들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투쟁 조직하는 게 너무 힘들다.

산별 차원의 사회적 합의틀 필요하다

이문호 금융은 올해 산별교섭이 아직 타결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다. 사용자들의 일방적인 임금 동결 선언, 공단협 기간 2년으로 연장, 근무시간을 9시로 앞당기는 것 등이 있는데 금융노조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됐는지?

양병민 이것이 매듭이 빨리 지어졌어야 되는데, 답답하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의 사안의 측면보다는 적어도 노동조합을 끌어나가는 리더이고 한 조직의 책임자라고 하면 흐름과 변화를 읽고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것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노조의 경우는 산별에서 근로조건을 갖고 교섭을 하는 것은 한계에 왔다고 본다. 백 몇십 개의 조항들이 거의 완벽하게 돼 있고 지부별 보충교섭이 늘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산별이 근로조건을 갖고 교섭을 하면 할 게 없다. 여기에서 산별 본연의 정책적인 부분, 제도개선 부분을 얘기하면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일언지하에 거절당한다. 그래서 이것은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

내년에 자통법 시행되면 일부 은행에서 영업시간 변경에 대한 움직임이 포착이 된다. 한 은행이 변경 하겠다고 하면 줄줄이 다 하게 된다. 즉 내년에 하면 밀려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별교섭 차원에서 나름대로 전선을 펴면 많은 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산별단위 중앙노사협의회, 명칭은 중앙노사위원회로 하자고 했는데 이것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중앙노사협의회를 하자는 것은 산별 차원에서는 사례가 없다. 이것을 산별차원에서 만든다는 것은 산별차원에서의 노사 사회적 합의, 사회적 대화기구로 만들자는 거다. 그러면 여기, 산별단위의 노사협의회에서는 온갖 것을 다 다룰 수 있다. 그러면 금융 정책에 대한 문제가 논의 될 것이다.

이문호 전력은 아직 산별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김주영 아직 연대체니까 전력관련산업노동조합연대회의로 있다. 2006년에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 나오라고 요구했었는데 우리가 연대 상태니까 사용자측에서 응할 리도 없다. 그동안 임금이나 복지 등은 사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묶여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필수유지업무에 대해 작년에 정부와 같이 교섭을 시행했다. 정부하고 같이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쉽긴 하지만 우리의 의견을 반영해서 전체 조합원의 18% 정도만 필수유지업무 인원으로 두는 성과를 걷었는데 산별교섭을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산별조직을 만들면 잘될 수 있는 여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 산별노조, 어디로 가야 하나

‘법’부터 만들어야 ‘답’ 나온다
교섭의제에 합의점 만들어가는 노력 필요

이문호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기업 또는 정부가 왜 산별교섭에 소극적인지,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 어떤 유인책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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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득 현재 중앙교섭-지부집단교섭-지부·지회보충교섭까지 3중 교섭구조로 돼 있다. 3중 교섭을 2중 교섭 정도로 고쳐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아직 산별교섭체제가 안정화 돼 있지 않다. 그리고 사용자 측에서 중층교섭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한다. 중층교섭이 아니라 의제의 분리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정치적인 모든 부분에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와 사용자가 생각만 바꾼다면 산별교섭 못할 이유가 없다.

홍명옥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을 기피하는 이유로 이중교섭, 이중쟁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중앙교섭도 해야 하고 지부 가서 현장교섭도 해야 되고, 중앙교섭 하다가 산별파업으로 했다가 또 가서 지부파업 해야 하고 또 이러면 못하겠다고 한다. 정치의제들, 예를 들어 광우병 문제, 의료 공공성 문제 등을 다루는 것에 대한 엄청난 부담, 거부감이 있다.

그나마 다행히 5년 오면서 이것을 거부하거나 거스를 수 없는 지경에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와서 앉긴 하지만 이것을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할 정도까지 성숙한 단계는 여전히 아니다.

산별교섭 법제화가 과제

이문호 기업들도 산별노조로 바뀌고 파업일수가 줄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산업의 경우 수직계열화되어서 CR을 하고 있는데 중앙교섭에 들어오면 이 문제가 바로 드러나 버린다. 그것 때문에 기업이 꺼리는 건 아닐런지.

정갑득 원하청 불공정 거래 이야기하면 자동차산업이 살기 위해서는 3고로 가야 한다고 한다. 고비용, 고효율, 고가. 지금은 그렇게 안 돼 있다. 납품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착취구조다. 현실적으로는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퇴보라고 본다.

홍명옥 기업들이 산별교섭에 참석하게 하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 제일 한심한 게 노조는 산별이고 교섭도 산별로 하는데 이것과 관련한 법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기업별노조에서는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받지만 산별교섭에서는 안 나오면 그만이다.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은 노사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선 산별 관련한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사용자단체를 강제화해야 한다. 그 다음에 교섭 대상과 쟁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아직은 꿈같은 얘기지만 산별협약 효력확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양병민 일단은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정비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가 중앙노사협의회다. 예를 들면 자통법, 보험 하면 업종 간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다. 은행연합회가 이익단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노사간 협조 구조가 불가피 할 것이다.

과거처럼 모든 것을 집단적인 힘에 의해서 해결하려던 부분들을 사회적 대화의 형세로 풀어나가면 교섭의 비용 등 상당한 부분들이 좋아질 것이다. 이런 부분으로 유인할 수밖에 없다.

이문호 전력은 어떤가, 사용자가 기업이 아니라서 특별히 꺼리는 이유가 있는가?

김주영 사용자가 자기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예를 들어 노사가 합의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에 가서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봐야 하니까 정부의 지나친 개입 때문에 사용자가 위축되어 있는 상태다. 임금교섭에 있어서도 1%도 자기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일단은 산별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불러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산별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나오라고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는데 실제 산별의 역할을 해주는 것도 있다. 그룹사 조합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나서서 해결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같은 울타리 안에서 계속 불안정하다. 자회사 문제 때문에 시끄럽고 모회사 문제 때문에 시끄럽고 해서 자기들도 원스톱으로 해결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노사정이 무얼 내놓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문호 교섭구조의 문제에 있어서, 산별차원의 의제와 이슈가 있고 개별사업장 차원의 이슈가 있을 텐데 매치시키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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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득 15만 내에는 비정규직도 있고, 임금 격차가 3배까지 차이난다. 2명 있는 사업장도 있고 4만5천 명 있는 사업장도 있다. 완성차도 있고 부품업체도 있고, 다양한 사업장이 있다. 여기서 임금을 가져가려면 지금은 엄두를 못 낸다.

산별노조의 정책은 높낮이를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높낮이를 완벽하게 하나로 하지는 못하지만 동일노동동일임금은 추구하는 목표이다.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내년에는 경제적 여건이 최악의 상태일 거라고 본다. 조사해보면 대다수 사업장에서 구조조정 문제, 고용 위기가 있다. 정부를 흔들 정도다. 지금의 노사정위원회 형태는 아니지만, 노사정이 타협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붕괴될 거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탄탄하게 준비할 것인가? 10년 전처럼 우리 것만 내놓는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이 무엇을 내놓고 정부는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게 담보가 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할 수 있다. 10년간 우리만 내놨다.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가지 않고 불안정한 노사관계로는 선진국으로 가기 어렵다.

홍명옥 사회 공공성 의제를 제기해야 산별의 정체성이 살아난다고 본다. 산별교섭이 끝나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가장 자부심 느끼는 게 임금 인상이 아니고 의료 민주화, 의료 공공성 투쟁이었다. 제주 영리병원 막아내고 광우병 쇠고기 병원 식탁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전 병원이 합의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2007년 산별 협약에서 정규직 임금의 1.8%, 330억을 양보해서 24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다. 물론 한 쪽에서는 정규직 양보론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산별교섭이 아니면 불가능한 의제들이다. 이미 정규직들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구조 자체가 기득권화 돼버렸다.

물론 이것은 정권과 자본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이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몫이 뭐냐라는 사회적 의제를 던지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들이 나서서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 거다.

그러한 사회 공공적 의제, 의료 공공성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과감하게 산별에서 의제화하고 실제 산별적 정신으로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들이 대단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이문호 개별 은행에서 풀기 어려운 사항들을 공동 현안으로 풀고 국민 경제 등 대승적 차원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점 등 산별 건설의 주요한 목적이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으로 치환되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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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민 애당초에 산별이라는 것이 어떤 지부의 개별 근로조건보다 거시적 측면에서의 정책적인 부분, 제도개선 부분에 집중을 하는 것이 맞는데, 나름대로 금융노조 차원에서는 추진을 하려고 하는데 실제 지부와 산별의 괴리감이 상당히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결국 큰 틀에서의 노동운동의 침체 부분과 연관이 돼 있다고 보는 것이고 또 하나 구조적인 면에서 금융노조가 외부적으로는 공고한 산별의 틀을 갖췄지만 내부적으로 진정한 산별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산별이 지부를 규정하면서 장악하고 가야 하는데 지금 현재의 조직 구조로 봤을 때 각 은행들마다 단위사업장 위주의 지부로 구성이 돼 있다 보니까 지부는 결국 자신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그것을 최우선 가치로 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노조 행태를 답습하고 있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것이 증폭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걱정이 많다.

정부정책에 맞설 수 있는 산별의제 필요

이문호 전력산별노조는 아직 구성은 안 됐지만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김주영 전력산업 정책에 관련된 것이 산별의 주요의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3년 ILO 노사정 공공성 회담에 초청이 되어서 가보니 일주일 동안 토론하고 노사정이 모여서 결론을 내린 것이 전기는 잘 살거나 못 살거나 보편적으로 누려야할 인간의 기본권이란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전기는 인권’이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다.

전력산업의 공공성, 전력을 인권으로 다룰 수 있는 의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인데 실제 그 부분이 개별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정책에 맞설 수 있는 산별의제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경우는 2004년에 850명을 정규직화 시켰고 작년에는 450명 가까이 정규직화 됐다.

그래서 우리 사업장에는 비정규직이 거의 없다. 또한 단협에 비정규직으로 일을 줄 때는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도 만들었다. 비정규직이 양산 안 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만들었기 때문에 우선 전력산업 정책을 중시할 것이다.

이문호 금속노조 조직형태와 관련해서 완성차의 경우에 공장은 지역으로 편재가 가능할 건데, 판매나 정비는 어떤 형태를 통해서 해소를 할 생각인가?

정갑득 판매, 정비가 지역지부로 재편됐을 때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인데, 기업지부의 장점이 있다고 본다. 지금도 산별노조 안에서도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도에 걸쳐서 있는 사업장은 대표지회를 선출해서 대표지회를 중심으로 교섭하면 된다. 구조조정 문제나 고용문제가 왔을 때도 그렇게 하면 된다.

판매나 정비처럼 전국적인 조직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체계를 만들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기업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산별의 강점을 강화했을 때 산별노조가 강화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문호 앞서도 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산별노조의 가장 큰 정신이 연대인데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크다.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정갑득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완성차 같은 경우는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1사1조직이 된다면 해결 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갈등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결 될 것이다.

과거 현대차노동조합에 4개의 직군이 있었다. 대학 나온 일반직, 고등학교 나와서 사무직에 근무하는 생산사무직, 기능직, 청소나 식당 같은 단순직이 있었다. 지금 1개로 묶였다. 같은 노동조합 안에 묶어버리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로 된다. 비정규직 문제도 그렇게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회사에도 충격을 완화할 시간적 여유 줘야 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갈등요소는 있지만 서서히 접근해갈 것이다. 낮은 차원에서 연대가 시작되지만 높은 차원으로 갈 것이다. 임단협 시기에 일시적으로 하다가 상시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너무 빨리 서두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인식 아직도 낮아

이문호 보건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작년에 성과가 있었는데 앞으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홍명옥 정규직 임금 320억을 양보해서 2400명 정규직화 했는데 어느 위원장이 묻더라. ‘그거 타결하고 집행부가 괜찮았냐, 정규직 조합원들한테 맞아 죽지 않았냐’. 그런데 설문 결과는 조합원들이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게 그거였다.

하지만 영구히 비정규직 문제를 그렇게 풀 수 없다는 대 전제 하에 그렇게 하는 것이고. 지금 현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은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에 대해서 비정규직들로 안 본다.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임금 적게 받아도 좋으니까 정규직화 시켜 달라는 것이 굉장히 강하다.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고 찬반투표 결과에 있어서 90% 이상 찬성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비정규직 형태가 너무 다양하다는 거다. 정규직화 한 사람들은 직접고용비정규직들만 가능한 거다. 같이 일하는, 내 옆에 있는 동료가 정규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건데 문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은 아직도 멀었다. 이 사람들은 우리 조합에 가입시키는 것도 거부감이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굉장히 난제다.

김주영 내 밑에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대리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나하고 똑같이 된다고 하는 것에 대한 뭔지 모르는 거부감이 있다. 그동안 이에 대해 계속 설득해오고 작년 같은 경우는 임금도 대폭적으로 인상했다. 그런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것을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

이문호 가장 행복감을 느낄 때가 남을 도와준 경험을 했을 때라고 한다. 경험이 없어서 못 느끼는 것이지 한 번 경험해보면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보건에서 가장 큰 성과를 실질적으로 남을 도운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산별 추진과 관련해서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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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마음을 비워야 할 부분이 있다. 분할되기 전에 10년간 조직싸움을 심하게 했었다. 이제 그런 부분들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됐고 모회사 노조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있었는데 일정부문 해소됐다고 본다. 그런데 상급단체 문제가 어렵다. 상급단체가 다른 문제는 조합원 총투표에 붙여서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다음에 기존에 전력노조 같은 경우 기득권 내놔야하는 문제도 있다. 과거에는 지부였지만 지금은 단위노조의 장이 된 상황에서 지도자들이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홍명옥 처음부터 노조를 다시 만드는 심정으로 산별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으로 들어가서 조합원들로부터 결단되지 않고 조직되지 않은 산별은 앞으로 나갈 때 좌초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조합원들은 기업별 노조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거기에서 얻는 기득권들이 몸에 배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혁신을 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더디더라도 다시 현장부터 새롭게 준비하고 추진하지 않으면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교섭과 투쟁과 의제와 모든 것들이 논란으로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산별노조 만든 지 10년이고 교섭한 지 5년 됐다. 지금까지 달려온 10년을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10년을 전망을 해야 하는데 제일 답답하고 어려운 것은 닦여진 길이 없고 모델이 없다는 거다. 보건의료노조가 추구하는 산별노조, 산별교섭은 한국적, 창조적 산별교섭과 산별노조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는 길이 멀고 힘들고 시행착오도 많고 어렵지만 앞으로 반드시 가야 될 길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씩씩하고 당당하게 나아가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길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실력 있는 노조 있어야 노사관계 안정된다

정갑득 87년부터 민주노조 운동을 21년 동안 하면서 안 해본 싸움이 없다. 깨져도 봤다. 그런데 이긴 기억이 별로 없다. 노동조합운동이 계속 약화돼 왔다고 본다. 극복하는 길은 산별노조밖에 없다. 정부도 노사관계에 계속 실패해 왔다.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극복하는 길은 산별노조를 인정하는 것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본 측에서도, 요즘 하루하루 국제 경제상태가 바뀌어 가는데 여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가려면 지금처럼 실력 없는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해서는 적응 못한다고 본다. 실력 있는 노동조합 육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산별노조라고 본다.

산별은 노나 사나 정부나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반드시 지나야 할 길이지 이것을 우회하거나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 입장에서 본다면, 조합원이 전부 고령화돼 있다. 자기 자식은 전부 비정규직밖에 없다. 이 문제는 내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야 한다.

10년에 걸쳐서 비정규직 양산해 놓으니까 물건을 만들어도 팔아먹을 데가 없다. 이게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경제의 근원적인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산별노조밖에 없다.

앙병민 산별이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되레 산별 자체만의 논리에 빠졌을 때는 노동운동의 질곡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산별을 접근해야 된다.

이문호 오랜 시간 동안 감사드린다. 노조가 한국사회를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고, 그런 투쟁이 언론을 통해 소개됐을 때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알고 토론의 장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