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정한 노동전환’? 노동계 반응 엇갈려
정부의 ‘공정한 노동전환’? 노동계 반응 엇갈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7.22 18:58
  • 수정 2021.07.26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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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노동계 참여 및 사회적 대화 진전됐다”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배제하려는 것”
고용노동부 ⓒ 참여와혁신 포토DB
고용노동부 ⓒ 참여와혁신 포토DB

정부가 22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저탄소 전환이 가시화됨에 따라 고용불안, 실직 등 노동자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노동을 들러리로 세운다는 날선 비판이 공존한다.

정부의 공정한 전환과
공정한 노동전환

①개념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노동전환’은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큰 노동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정한 전환’이라는 개념도 함께 사용하는데, 공정한 전환은 '공정한 노동전환'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는 기업과 지역에 대한 지원도 포함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정책으로 산업전환에 대응했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파편적이었다는 판단으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하게 됐다.

②방향

정부는 단기적으로 자동차‧석탄화력발전 부문에서 사업축소‧전환 및 고용의 크기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장기적으로는 철강, 정유,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기적으로 산업구조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재편 유도, 노동자 직무전환 및 재취업 지원 강화, 지역별 고용위기 대응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향성은 정부가 직접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영향을 책임지기보다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공정한 노동전환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대폭 부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전환 예상 사용자에게 신산업으로의 사업재편을 유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사업구조개편 지원협의기관 구성 ▲사업재편 전용펀드 신설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한 금융세제 규제완화 등을 발표했다.

전환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는 직무전환 훈련을 용이하게 받을 수 있게 하고, 전직‧재취업 준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장기유급휴가 훈련 확대 ▲상시 훈련과정 개설 및 훈련비 자부담 면제 ▲훈련기관의 훈련단가 상향 ▲대기업‧협력사의 공동훈련센터 지원 확대 ▲지역산단에 노동전환 특화 공동훈련센터 신설 ▲신산업 현장인력 양성을 위한 권역별 전문대학 확대 ▲사업재편 노사 컨설팅 및 파트너십 활동 지원 등이다.

지역차원에서는 자동차 및 석탄발전 밀집 지역의 신산업 전환을 돕기로 하고, 지역 주력 산업의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별 미래차‧신재생에너지‧녹색산업 육성 지원 ▲지역산업 위기 사전예방프로젝트 추진 등의 방안이 꼽힌다.

③방법

이를 위해 정부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선제적 기업‧노동전환 지원단’을 구성한다. 선제적 기업‧노동전환 지원단 아래에는 사업구조개편분과와 노동전환지원분과가 구성된다.

또한 ‘산업구조 변화에 다른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업을 높이고 사업재편과 노동전환 사업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더불어 산업전환으로 발생하는 불가피한 노동전환에 대해서 노사정 노력 의무를 부과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 및 협력을 위해 2021년 하반기부터 경사노위 산하 산업별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고, 지역노사민정협의회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엇갈리는 노동계 반응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명)은 이러한 정부의 안에 “노동계 참여, 사회적 대화 등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제시된 계획이 노동계의 실질적 참여하에 이행·실천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금속노조)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에서는 정부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먼저 금속노조는 정부가 제시한 ‘공정한 전환’이라는 개념을 비판했다. ‘공정한 전환’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Just Transition’이다. 이미 국내에서 ‘정의로운 전환’으로 통용되고 있다.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 대신 공정한 전환이라는 말을 사용한 데에 금속노조는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아닌 ‘공정한 노동전환’으로 개념을 축소했다”면서, “노동자를 보호할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사회공공성 강화 등을 실현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정작 정부는 ‘노동전환’ 대책에만 집중하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지원 방안’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 제목이 ‘지원 방안’이라는 것은 정부가 제3자의 위치로 비켜서 있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정의로운 전환을 책임질 주체인데도 우리 정부는 이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서도 금속노조는 ▲일자리 보호를 강제할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게 아닌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고 전직 지원에 맞춰져 있는 점 ▲원하청 전속관계 속 2~3차 하청업체에게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 ▲외투 완성차업체의 미래차 전환에도 실효적이지 않다는 점을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도 “오늘까지 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에게 덮어놓고 ‘다른 일을 배우라’는 것은, ‘노동전환’이 아니라 ‘해고’”라면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맞춰 ‘공공재생에너지발전’ 계획과 설비를 시급히 마련하고, 화력발전 노동자들을 이 공공재생에너지발전 분야에 종사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노총도 “이행 과정에서 산업전환에 따른 기업을 지원할 경우 반드시 고용유지를 전제로 해야 하며, 하청 부품업체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 방안 강화 등 충격 해소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책에서 고용유지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민주노총 배제?

올해 하반기부터 경사노위에서 공정한 전환을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민주노총 소속 산별조직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및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 원칙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19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내부에서 격론이 일었으나 끝내 무산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협력을 높이겠다며 내놓은 사회적 대화 활성화 방안에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민주노총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논의 창구로 못 박은 것은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마저도 정부의 엇나간 노동정책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이에 불응하는 이들은 벼랑으로 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도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경사노위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개시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민주노총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탄소 중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전환이 정의로우려면 정책에 노동의 의견이 반영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정책의 수립, 집행, 점검 등 전 과정에 노동의 대등한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6월 25일부터 ‘기술변화 및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공동결정법’ 제정을 국민동의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공동결정법은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목표로 산업, 업종, 지역별로 ‘민주적 산업전환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 골자다.

▶ 관련기사 :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금속노조의 공동결정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