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노동자 기술교육 역점
중소기업 노동자 기술교육 역점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12.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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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노동운동 살려야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호흡 가능
시민과 함께하는 거리법률상담으로 지역민과 거리 좁혀
경기도 성남-한국노총 경기도본부 성남지역지부

과거 경기도 성남은 서울 외곽 슬럼가의 대표적 도시였다. 70, 80년대 서울 여러 곳이 재개발 혹은 도시 미화 작업을 하면서 밀려났던 빈민들이 당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에 하나 둘 모여들었고 평지 없는 이곳에 야산을 이용해 판자 집들이 생기기 시작해 현재의 성남이 이루어졌다.

성남은 빈민과 서민들의 주거지역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예부터 정치적 성향이 매우 강했고, 이러한 명성(?)으로 지역적 혐오의 대상이 되는 오해도 있었다. 또한 성남 상대원 공단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은 마창지역, 울산지역과 함께 강성으로 분류될 정도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분당신도시 건설로 성남은 인구 98만(2008년 현재)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와는 달리 상대원 공단은 오리엔트, 풍국산업, OPC 등 대형 사업장들이 폐업, 해외 공장 이전 등으로 떠나 현재 1공단이 폐쇄되고 2, 3공단에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밀집한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고 있는 상태다.

한국노총 경기도본부 성남지역지부(이하 성남지부) 김선영 의장은 “87년 노동자대투쟁에서 성남지역 노동운동이 보여주었던 강력한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노사가 상생하고 협력하는 모범적인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복지회관을 근로자교육의 중심으로

현재 성남지부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근로자 훈련교육이다. 현재 100인 이하 영세사업장이 대부분인 성남지역 근로자들은 직무관련 교육을 따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나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상태다. 각 사업장마다 적은 인원이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사측에서도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교육시설이나 재정적 지원이 충분해 충분한 직무교육을 수행하고 있지만 영세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러나 이를 지원해야 할 노동부나 인력관리공단의 근로자 교육은 대부분 재취업에 맞추어져 있어 현재 고용보험을 납부하고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교육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성남지부 김선영 의장은 “미취업자나 재취업자에 대한 교육은 많이 있으나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는 근로자의 능력향상을 위한 교육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노동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해소하기 위해 성남지부는 시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근로복지회관을 이용해 다양한 근로자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지역 산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자반을 야간에 운영하고 있다.

ⓒ 성남지역지부 제공
미용, 컴퓨터, 영어 등 총 15개 과목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수강료와 소모성 재료 일체가 무료로 지급된다. 물론 주간을 이용한 일반인 교육도 18개 과목에서 진행되고 있다. 산업체 노동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지역근로자복지회관을 위탁운영하는 한국노총 각 지역지부 담당자들은 전국복지시설협의회(회장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김준영 의장)를 결성해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노동부의 지원 절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충분한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반적으로 재정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자복지회관은 지자체에서 부지를 조성하고 노동부가 50%의 재원을 지원해 회관을 건립한다. 그러나 회관 건립 이후 운영에 대해서는 위탁기관이 재정사업을 통해 운영하라며 아무런 지원도 없는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근로자복지회관은 사무실 임대료 수입 등으로 벌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지역 근로자 교육 등에 쓰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수도권은 그나마 지자체의 재정상태가 좋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방의 회관은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인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성남지부는 김선영 의장과 문현군 정책실장이 상근활동을 하고 있고 교육강사도 공개모집을 통해 21명이나 선발해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성남지부 김선영 의장은 “공간은 충분하지만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 강사, 관리인원이 부족해 교육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노동부가 회관 건립에 지원한 것이니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고용기금으로 90조가 적립되어 있지만 이것이 현재 근로자 훈련교육에는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이를 노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노사발전재단에 일부 기금사용권을 넘겨줘 지역 근로자 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역 노동부나 상공회의소, 인력관리공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근로자교육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내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지역 거버넌스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집중적 형식주의 해소 위해선 지역지부 활성화해야

지난 9월 3일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에서는 한국노총 시군구 지역지부 의장단 워크숍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 소속 16개 지역본부, 53개 지역지부 의장들이 참석해 지역지부 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노총 중앙상집임원들과 지역지부 의장들은 점차 퇴색되고 있는 지역 노동운동을 살리는 것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현장 속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 성남지역지부 제공
과거 노동운동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연대활동 속에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군사정권의 반노동자성을 폭로하며 노동자 권익쟁취에 앞장서왔고, 이러한 활동의 결과가 노총, 산별연맹의 형성이었다. 그러나 점차 노동운동이 중앙집중적 형식주의에 매몰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노동운동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에 커다란 이견은 없다.

특히나 성남지역은 산별연맹 중 해상항운노련을 제외한 모든 산별의 사업장이 있는 곳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와 다양한 사안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지역 상근 활동가들은 각 산별을 이해하고 사업장을 이해하는 일에 매달린다.

성남지부 상근 활동가인 문현군 정책실장은 “이제는 조금 있는 노동자들이 어려운 노동자를 배려해야하는 시기”라며 “노노 간에 서로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역 노동운동”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 활동가들은 자기의 단위사업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욕심이 없다”며 “지역의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역지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문제가 바로 재정적 지원 문제다. 지난 지역지부 의장단 워크숍에서도 각 지역지부 의장들은 재정적 지원의 문제를 한국노총 중앙에 호소했다. 김선영 의장은 “지역 노동운동의 쇠락은 지역 대표자들이나 사무처 상근자들이 노동의식이 낮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재정적인 문제가 뒷받침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각 지역지부의 열악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노총에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역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한국노총이 지향하는 ‘현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실천은 성남지부에서도 엿보이고 있다. 성남지부에 소속된 성남지역법률상담소(이하 상담소)는 올해 ‘길거리 법률상담’을 개소해 지역주민들의 커다란 환영을 받았다.

지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2주일간 진행된 ‘길거리 법률상담’에는 상담소 협력변호사인 박용준 변호사와 사법연수원에서 사회봉사활동에 나선 연수원생 3명, 상담소 이정익 부장 등이 참여해 총 531건의 법률상담을 완료했다.

ⓒ 성남지역지부 제공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길거리 법률상담이어서 노동법률 상담은 38건으로 적었지만 생활법률 상담은 493건을 처리했다. 특히 길거리 상담이 열린 장소가 성남시청 앞, 야탑역, 이천 중앙로, 여주 장날 등은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여서 법률상담에 나섰던 상담원들은 점심도 못 먹고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상담에 참여했던 사법연수생 김도영씨는 소감문을 통해 “비록 가지고 있는 법률지식은 별로 없지만 기본적인 법률 지식만으로도 많은 경우 시민들의 법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법률써비스의 확대와 법적 지식의 홍보와 교육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에 성남지부는 의장을 비롯한 각 조직 위원장이 사법연수원장에게 “길거리 법률상담에 참여한 연수생들에게 치하와 격려를 당부하는 친필 편지를 보냈고, 사법연수원장은 이들을 불러 노고를 치하했다.

성남지역법률상담소 이정익 부장은 “자리에 앉아있기 보다는 찾아가는 상담소를 지향한다”며 “길거리 상담소도 그렇고 각 사업장에도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한국노총이 지향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역 노동운동의 활성화는 단지 구호로서 달성되는 문제는 아니다. 노동계 모두가 지역 운동의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땀 흘려 조직하고 현장의 아픔을 함께하는 지역 활동가를 육성하지 않는다면 이는 구호에 그칠 뿐이다. 과거 연대와 단결의 상징이었던 지역운동이 어느새 대기업 중심, 중앙정치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운동을 다시 재건하려는 성남지부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 노동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