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한국문화진흥(주)노동조합
<20> 한국문화진흥(주)노동조합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12.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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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회사의 주인이다”
민간 매각의 위기, 고용안정이 우선
정치권 낙하산 인사 뿌리 뽑아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뉴서울컨트리클럽(이하 뉴서울CC)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00% 출자한 한국문화진흥(주)(대표이사 전봉우)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과거 문화예술 진흥 작업을 주도했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뉴서울CC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으로 변경됐다. 한국문화진흥(주)은 문예진흥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목적회사로,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뉴서울CC의 수익금은 전액 문예진흥기금으로 조성된다.

▲ 한국문예진흥(주)노동조합 창립식 ⓒ 한국문예진흥(주)노조 제공


민간 매각 이득 없어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한국문화진흥(주)이 소유하고 있는 뉴서울CC에 대한 매각을 결정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왜 체육기관을 소유하고 있느냐는 것이 매각의 주요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문화진흥(주)노동조합 임석규 위원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각에 대한 이야기는 매번 나왔다”며 새로울 것은 없다면서도 “뉴서울CC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도 아니고 매년 약 60억원의 문예진흥기금을 조성하고 있는 공익기관인데 민간이 이를 매각할 경우 기금조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문화진흥(주)노조가 민간 매각으로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은 당연히 고용안정이다. 현재 외주용역 없이 전원 회사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계약직을 최대한 줄여 고용안정을 이루고 있는 뉴서울CC가 민간으로 매각될 경우 많은 수의 조합원들이 직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만약 매각이 이루어질 경우 고용보장 합의서를 요구하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문화진흥(주)노조는 가능한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 매각 대금이 대략 4천억 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뉴서울CC 주변 토지는 상수보호권역 1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건물을 새롭게 증축할 수도 없고, 종합부동산세 실시 이후 골프장에 대한 세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매각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 한국문화진흥(주)노조의 주장이다.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은 계속

정부기관으로 출발한 한국문화진흥(주)은 정치권의 보은 인사로 매번 골머리를 앓았다. 골프장을 운영하다보니 권력 창출에 충성했던 인물들이 한 번씩 거쳐 갔던 곳이기도 했다. 한국문화진흥(주)노조 임석규 위원장은 “낙하산들은 골프장 운영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여기 와서도 할 일이 없었다”며 “막말로 오전에 나와 바둑 두다가 오후에 코스 돌고 퇴근하는 것이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문화진흥(주)노조는 2005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문예진흥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바뀌자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당시 조합 간부들은 삭발을 한 채 청와대 앞 항의시위까지 진행했고, 그 결과 2006년 사장 공모제가 시행됐다. 이에 현 대표이사인 전봉우 사장이 선임됐다.

▲ 한국문화진흥(주)노동조합 임석규 위원장 ⓒ 한국문예진흥(주)노조 제공
이후 뉴서울CC는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갔다. 남, 북 코스를 정비하고 노사가 합심해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 확대에 노력했다. 임석규 위원장은 “노조위원장으로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현 사장이 재임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현재 공석인 상임이사에 대해 정부가 이사 선임을 강행하려고 하자 한국문화진흥(주)노조에서는 내부 인사가 승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펼치고 있다. 이미 기회재정부, 문화관광체육부 등에 탄원서 등을 접수하며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보조원 문제, 현장 소리 들어야

골프장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경기보조원(일명 캐디)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들에 대해 특수고용직이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를 특수고용직 투쟁에 대한 일정한 성과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현장의 목소리와는 다르다고 한국문화진흥(주)노조 임석규 위원장은 주장했다. “각 골프장마다 전동카를 사용하고 있고, 전동카에 GPS시스템이 있어 핀과의 거리에서부터 방향, 풍속 등이 다 나타난다”며 “만약 각 골프장의 경기보조원에 대해 4대 보험을 가입시키라고 하면 골프장 측은 경기보조원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가평 마이더스CC의 경우 경기보조원 없이 라운딩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몇몇 골프장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보조원들이 더 싫어한다는 것은 조금 의외였다. 뉴서울CC도 노조를 통해 4대 보험 가입 희망자를 받았지만 168명 중 한명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이 여성 주부인 경기보조원의 경우 순번제로 돌아가며 라운딩을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시간대에만 나와서 일하면 되는데 4대 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회사 소속이 되어 일이 없어도 나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임석규 위원장은 “경기보조원의 4대 보험 적용이 자칫 대규모 해고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정부와 노동계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문화진흥(주)의 임원은 3년마다 교체된다. 그래서 노조에서는 임원이 아닌 조합원, 직원들이 뉴서울CC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 간의 마찰보다는 상생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이런 노사상생, 협력시스템으로 한국문화진흥(주)은 2005년 노사평화대상을 수상했다. 임석규 위원장은 “회사가 튼튼해야 조합원도 튼튼할 수 있고, 어려움은 함께 헤쳐 나가야 이겨낼 수 있다”며 “아직 서민들과는 동떨어진 골프장이지만 한국의 문화예술 증진을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는 목적에 부합하게 조합원 모두 열심히 일해 나라에 이바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