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8.12.03 18:1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10일, 수많은 시간을 딛고 현장으로 돌아가다
이랜드 투쟁의 마지막 문화제 “
지금 이 순간, 그 많은 날의 고통보다 함께 했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투쟁이 뭔지도, 그리고 투쟁으로 얼마나 고통 받을지도 알지 못했던 저희가 어느 순간 매장을 점거하고 구사대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랜드 투쟁의 주체가 조합원이었다면 그 원동력은 함께 해 주셨던 수많은 동지들의 힘이었습니다. 저는 함께 싸웠던 그 어느 한 순간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11월 14일, 510일의 투쟁을 마치는 이랜드일반노동조합의 마지막 문화제 현장. 편지를 읽기 위해 무대에 선 월드컵분회 황선영 분회장 직무대행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둑한 저녁, 상암에 180여 명의 조합원, 그리고 문화제를 함께 하기 위해 찾아 온 학생과 시민들 3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모여 앉았다. 한켠에서는 파전이 익고 있었고, 문화제 뒤켠에서는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또 지도부들과 함께 하지 못해 섭섭하기도 하다”며 “현장에 돌아가지만, 노동조합을 살릴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위원장님, 마음고생 많이 하셨는데 너무 안쓰럽다”며 눈물을 비쳤다.


눈앞에 빛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먼저 간 사람들의 빛을 따라 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스스로 빛이 될 차례야.

이제 끝이라고 희망은 없다고 길을 찾을 수 없어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 쉬고 절망하지 마.
그건 우리가 옳은 길을 걸어온 걸 확인하는 거야.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들 차례야.
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야. 그렇게 왔잖아.
우리 당당하게, 이제 진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이경옥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이 앞에 나섰다. “내가 여기서 울면 난장판이 될 것”이라며 담담하게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녀를 지켜보던 조합원들은 하나 둘 고개를 떨어뜨렸다. 안간힘을 다해 참고 있던 이 부위원장도 “저는 돌아가지 못하지만, 여러분들과 보냈던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끝내 눈물을 쏟았다.


“복직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다함께 들어가지 못해 하나도 기쁘지 않다”는 조합원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집행부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촛불을 들고 손을 잡으며 그들은 모두 눈물로 문화제를, 투쟁을 마쳤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한켠에서 묵묵히 문화제를 지켜보던 김경욱 위원장은 “현장을 떠나는 나보다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앞으로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 노동조합과 현장을 지켜달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