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안전, 일터혁신으로 만들다
일터의 안전, 일터혁신으로 만들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10.14 18:44
  • 수정 2021.10.14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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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노사발전재단 첫 컨설팅 영역 ‘안전 일터 구축’ 사례 발표
노동자가 참여해야 안전한 일터 만들 수 있다
14일 노사발전재단이 '안전한 일터 구축'을 주제로 제7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14일 노사발전재단이 '안전한 일터 구축'을 주제로 제7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좀 늦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안전하게 일하기’는 시대정신이 됐다. 자연스레 안전한 일터 구축이라는 과제가 뒤따랐다. 일터를 안전하게 ‘바꾼다’는 의미에서 일터혁신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일터혁신의 방법과 과정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4일 오후 노사발전재단이 ‘안전한 일터 구축’을 주제로 2021년도 제7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비앤디파트너스 서울역 강당에서 열었다. 안전한 일터 구축을 모범적으로 이룬 일터 사례를 공유하며 토론을 통해 일터혁신 성공 요인과 남은 과제들을 짚는 자리였다. 7차 포럼에서는 우수 사례로 우일정보기술(주)와 대명전선(주), 두 곳의 사례가 공유됐다.

위험성 평가→위험 요인 포착
개선 과제를 착실히 수행하다

특히 ‘안전한 일터 구축’은 노사발전재단의 컨설팅 9가지 영역 중 올해 처음 시작하는 컨설팅 영역이기도 해 두 사업장 일터혁신 사례가 주목받았다.

우일정보기술은 1976년 창업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소재하고 있으며 정보통신공사업이 주력 사업이다. 쉽게 말해 휴대폰이 잘 터지게 하는 기지국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하는 회사다. 2021년 6월 기준 272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기지국 구축이라는 작업 특성상 상당히 높은 곳에서 일하거나 전기를 다뤄야 한다. 환경적으로 안전사고 발생 시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현장직이 전체 노동자의 79%라 대다수의 문제이기도 했다. 또한 5년 미만 인력이 80%를 차지해 경험 부족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우일정보기술이 일터혁신 컨설팅을 신청한 배경이다.

물론 안전환경 진단 결과 안전환경 수준은 100점 만점에 70점으로 보통 수준이고, KOSHA 18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나 기업 내 안전문화 수준은 낮아 안전 체계 구축이 필요했다.

컨설팅은 노동자 및 경영진 인터뷰, 위험성평가, 안전보건진단,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준수 사항 체계화 등으로 진행됐다.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 느끼는 위험 요인을 선정하고, 위험성 평가를 통해 고위험 작업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라 개선 과제를 도출했다. 과제를 풀면서 안전한 일터로 나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예를 들어 안전작업을 위한 표준가이드를 만들었고,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자재 창고를 정리하고 지게차를 구입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 조항을 활용한 안전 진단

대명전선은 전북 익산 소재의 전선 및 절연선 등을 제조하고 생산하는 기업이다. 2014년 9월에 설립돼 66명의 노동자(이주노동자 11명 포함)가 일하고 있다

대명전선 역시 작업 특성상 위험 요인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전선을 만들기 위해 대형 고속 회전체가 필요한데, 고속 회전체에 말려들어가는 끼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에 노동자가 손가락이 끼이는 산업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전한 일터 구축이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에 일터혁신 컨설팅에 지원했다.

컨설팅은 수행기관인 한국표준협회에서 개발한 안전진단 툴을 활용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총 175개 조항을 모두 대조하며 현장 안전이 어떤 수준인지 살피는 툴이다.

진단을 통해 몇 가지 중대한 안전 사고 요소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고속 회전체 주변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 안전 통행 유도선이 없다는 점, 지게차 운전 면허 없는 작업자들이 지게차를 운전하는 점, 위험 표식이 부족한 점 등이었다.

또한 고위험 공정에 대한 위험 요인을 세부적으로 나눴다. 하나의 공정에 하나의 위험 요인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위험요인을 나열해 어떤 위험 사항이 예상되는지 모두 살폈다.

이러한 진단 및 분석으로 안전한 일터 구축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안전 펜스처럼 장치 설치로 안전 문제를 상당히 경감시킬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조치를 취했다. 이주노동자를 제외한 전 직원이 지게차 운전 면허를 회사 지원으로 취득했다.

무엇보다도 현장 팀별로 안전 일터 조성 실천 그룹을 만들어 안전 활동을 진행한 것이 눈에 띈다. 안전 일터를 조성에 기업 임직원 모두가 참여해 안전을 전사적인 문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안전한 일터 구축,
노동자 참여가 전제돼야

사례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패널 토론은 활발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터혁신에서 노동자 참여가 중요하다”며 “노동자들이 위험한 부분을 발견하고 안전관리자나 경영진에게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수용되면서 새로운 작업장 규칙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기업 모두 컨설팅 사례 발표가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해 수행한 진단과 개선 활동에 집중돼 있다 보니 노동자 참여에 대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조기홍 대한산업보건협회 실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안전한 일터가 조성되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위험성평가와 같은 안전 진단이 전문가들의 것만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험성평가가 어려운 방식으로 고도화되면서 노동자가 직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참여도 어려워질 뿐더러 중요한 부분인 위험성평가 역량이 기업 내부에, 노동자들에게 축적되지 않아 일회성 안전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례 기업에서도 노동자 참여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무엇이 위험한지는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정 우일정보기술 부사장은 “현장이 지정된 한 곳이 아니라 하루에 많으면 20곳이고 항상 작업 환경이 바뀌어 실사를 해도 작업하러 막상 가면 위험 요소가 바뀐다”며 “그 때는 작업 현장 노동자들이 위험성 평가를 다시하고 위험 대책을 세워 회사와 논의 후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작업한다”고 전했다.

정요상 대명전선 팀장은 “안전보건 담당자가 노동자들과 같이 안전 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보호구 설치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며 “노사협의회에서 안전 이슈를 토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은 일터혁신 소감을 나누고 패널들이 안전한 일터 구축이라는 일터혁신의 의미를 짚으며 마무리됐다. 이정 우일정보기술 부사장은 “일터혁신을 통해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장요상 대명전선 팀장은 “안전한 일터를 위한 일터혁신 컨설팅 이후에도 사후관리가 돼 안전 정착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안전관리체계가 잘 구축되면 기업의 생선성도 오른다”며 “컨설팅이 외부 자극이었다면 이어서는 참여적 안전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은 내부 인사제도와 노동자들의 역량을 키우는 평생교육 등 많은 영역과 연결돼 있다”고 일터혁신 영역인 상호보완적 관계를 짚었다.

조기홍 실장은 “일하는 노동자가 죽고 다치지 않는 것이 혁신”이라며 “안전 문화가 정착되려면 단기간이 아닌 긴 호흡으로 봐야 하고 참여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는 우일정보기술, 대명전선, 우일정보기술 컨설팅 수행기관 한국생산성본부와 대명전선 컨설팅 수행기관인 한국표준협회가 참석했으며, 토론자로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기홍 대한산업보건협회 실장, 최관병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 과장, 노사발전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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