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함께 미쳐 보실까요?
자, 이제 함께 미쳐 보실까요?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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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나라가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입니다. 봄부터 탄핵 아수라장에 총선 올인이라는 정치 난장이 벌어지더니, 뒤이어 국민연금의 비밀에다 불량만두 파동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을 열받게 하는 일들이 끊이지도 않고 이어집니다. 게다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놓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힌 김선일씨가 끝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경제상황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낙관론을 펼치던 정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은 여전히 ‘불투명’입니다. 내수 침체는 끝이 보이지 않고 고유가에 중국 쇼크까지 악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사관계의 불씨 또한 여전합니다.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개별 기업의 단협 체결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진통을 보여왔고, 비정규직, 사회공헌 기금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현재진행형’입니다.


개별 사안들을 놓고 보면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우리 앞에 놓인 힘든 가시밭길을 헤치고 지나온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칙을 바로세우고 지혜를 나눈다면 돌파할 수 있는 길입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이라고 했습니다. 어려워 보이는 말 같지만 간단한 이치입니다. ‘시끄러운 회오리바람으로는 아침 내내 계속 불지 못하고 퍼붓는 소나기로는 온종일 내리지는 못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참여와 혁신>은 ‘시끄러운 회오리바람’이나 ‘퍼붓는 소나기’가 아닌,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산들바람’이자 마음을 적시는 ‘이슬비’가 되고자 합니다. 한 호 한 호 연륜이 쌓여갈수록 노사관계의 발전과 함께 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는 ‘노동자를 말한다’입니다. 우리 사회의 노동자, 그 중 대기업 노동자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봤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잃은 채 임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가려는 시도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노동자, 중간 관리자 등 현장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겠습니다.


또다른 관심사는 업종별 노사협의제 도입에 관한 노사 담당자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군요. 새로운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 봤습니다. 아울러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업종 협의회의 속내도 들여다 봤습니다. 정부부처의 노사관계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담당관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담았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걸음이 이제 겨우 첫걸음일 뿐입니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큰 보폭으로 걷겠습니다.


不狂不及이라 했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되 그 길이라 생각되면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교훈을 잊지 않겠습니다. 좋은 첫인상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