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지역일자리 모델 만들기 지름길은?
⑥ 지역일자리 모델 만들기 지름길은?
  • 정다솜·손광모 기자
  • 승인 2021.11.29 14:57
  • 수정 2022.02.09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노동부-노사발전재단,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역일자리 모델 위한 실태조사부터 상생협약 체결 이후까지 지원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마지막 이야기는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의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사업이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A부터 Z까지.  지역 스스로 맞춤형 일자리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컨설팅 사업을 소개한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은 수많은 과정을 품는다. 일자리 모델 개발, 거버넌스 구축, 상생협약 체결 등 지역 노사민정이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자리 모델 개발에는 전문성도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을 지역에 지원하는 이유다.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은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2017년부터 5년째 진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공모사업을 통해 4개 지역, 2018년에는 8개 지역에서 컨설팅이 시행됐다. 이 기간은 “컨설팅 지원 체계의 미비 및 지역의 준비 부족으로 가시적인 성과에서는 미미했지만, 노사상생형 사업을 위한 기반 구축의 기간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개념 및 상생 협약 분석’, 노사발전재단, 2019)

2018년 1월에는 광주형 일자리 상생협약이 체결되고, 다음달 관계부처 합동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확산 방안’이 발표됐다.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도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사업 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2019년에는 전국 20여 개 지자체가 신청해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9곳이 선정됐다. 2020년에는 8곳이 도움을 받았다. 올해는 서산, 전주, 아산, 논산, 대구, 광산, 태백, 울주 9개 지역이 컨설팅 지원을 받고 있다. 아래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컨설팅 내용이다.

2017년
① 광주 자동차산업과 연계한 광주형 일자리 선도 모델 창출
② 전북 노사 및 원·하청 상생을 통한 상용차 중심 일자리 모델 개발
③ 시흥 매화산단에 지식산업센터 건립 및 중견기업 유치 등 시흥형 일자리
④ 속초 크루즈 입항관련 안전관리원 양성 및 관광서비스 일자리 특화

2018년
① 광주 광주형 일자리 핵심과제 구체화 및 협의기구 운영방안 개발
② 수원 수원산단의 청년친화적 고용특구 조성을 위한  방안 마련
③ 시흥 매화산단 내 지식산업센터 건립 중견기업 유치 등(사후지원)
④ 제주 이동에너지 현황 실태조사 및 이동노동자 쉽터조성 방안 연구
⑤ 충북 에너지신산업 관련 노동존중의 일터혁신 모델 개발
⑥ 충남 일·생활균형 실현을 위한 충남형 노동시간 단축 모델 개발
⑦ 아산 아파트 노동자, 입주민 등 사회적 취약층 고용노동 환경개선 컨설팅
⑧ 광양 청년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를 위한 컨설팅(광양제철소 외주사 중심)

2019년
① 울산 수소경제 및 미래차 관련 일자리 모델 개발
② 전남 이차전지산업 투자유치 일자리 모델 개발
③ 충주 국가산단 내 이차전지산업 등 기업유치를 위한 일자리 모델 개발
④ 군산 미래형자동차산업 육성에 필요한 일자리 모델 개발
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트 신설법인 일자리 모델 개발
⑥ 경주 소형전기차 특수목적법인 일자리 모델 개발
⑦ 구미 신산업 클러스트 내 기업유치를 위한 일자리 모델 개발
⑧ 밀양 뿌리산업 중심 친환경 스마트산단 관련 일자리 모델 개발
⑨ 횡성 이모빌리티 생산 조합 중시 상생형 일자리 모델 개발

2020년
① 울산 오토밸리 4.0 구조 고도화 통한 기업 혁신과 안정적 고용 확보 모델 개발
② 대덕 대전산업단지 기술 고도화를 통한 상생형 일자리 모델 개발
③ 울주 생태산업·사회적경제 기반 울주형 그린뉴딜 일자리 모델 개발
④ 부천 대장산업단지와 연계한 청년 일자리 모델 개발
⑤ 원주 레저관광산업 통한 기업 유치 및 일자리 모델 개발
⑥ 전주 협력적 탄소산업 생태계 구축 및 클러스터 조성 통한 일자리 모델 개발
⑦ 군산 일자리 모델 안착화 집중 컨설팅
⑧ 논산 도농복합도시형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 개발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의 노사상생형 컨설팅 사업 지원 대상은 ‘노사민정이 협력해 지역에 적합한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려는 지자체’다. 매년 2~3월 사업공모를 받는다. 사업기간은 지원 대상 지자체 선정 후 11월 말까지다.

선정된 지자체는 지역 적합 일자리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금을 받고 현장 자문단의 도움을 수시로 받는다. 올해 기준 컨설팅 지원금은 총 12.8억 원(지자체당 1~2억 원 이내로 지원)이다. 지원금은 선정된 지자체와 공동 수급 협정을 맺은 수행 기관(컨소시엄 기관)에 지원된다. 올해 현장 자문단은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김현철 군산대학교 융합기술창업과 교수다.

노사상생형 컨설팅 사업 지원 대상엔 수도권도 포함된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경우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수도권은 사업 대상이 아니다. 박은경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 서기관은 “이 사업은 외부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방식의 일반적 컨설팅이나 연구용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자치단체와 컨소시엄 기관이 중심이 돼 지역에 맞는 일자리를 기획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서 함께 논의하고, 투자까지 연결하는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 이러한 경험은 지역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수도권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하지는 않는 이유다. 다만, 지원 필요성이 같은 수준이라면 비수도권을 우선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STEP1. 실태조사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은 지역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컨설팅 기간 동안 지역의 속도에 맞춰 진행한다. 올해 지원을 받는 9개 지역 중 강원 태백시는 최근 실태조사에 들어간 반면 전북 전주시는 상생협약 체결을 위한 노사민정협의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보통 사업 지원 지자체가 선정되면 첫 단계에선 실태조사와 국내·외 사례연구를 통해 지역의 고용·노동 환경(산업구조, 임금수준, 노동시간 등)을 분석한다.

올해 컨설팅 지원을 받고 있는 광주 광산구는 공기 청정기 등 에어가전 산업에서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사)한국공기산업진흥회 회원사 등 공기산업 전·후방 기업 1,500개사(응답 152개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광주 광산구 관계자는 “실태조사는 설문지 조사뿐 아니라 20개 유력 기업에 직접 찾아가서 사업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일자리 모델 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2017년 광주시의 경우 일자리 모델 구체화를 위해 광주지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광주에 소재한 300여 개 자동차 부품기업은 열악하고 영세하며, 원청인 기아 광주공장 노동자의 평균 연봉에 비해 절반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청 관계 개선을 위해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부품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부품기업들을 집단화해 공동교섭을 구조화함으로써 부품기업들의 불평등한 교섭력을 극복하는 것도 필요했다. 실태조사로 구체화된 문제들은 모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설계하는 바탕이 됐다.

지난해 6월 전주시 노사상생형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협약식이 열렸다. ⓒ 전주시
지난해 6월 전주시 노사상생형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협약식이 열렸다. ⓒ 전주시

STEP2. 모델 개발 컨설팅

실태조사 이후 지자체-컨소시엄 기관-지역 노사민정-일자리 전문가들이 함께 지역 특성 일자리 모델을 만든다. 광주시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①적정임금 ②적정노동시간 ③노사책임경영 ④원·하청 관계 개선이라는 4대 의제로 광주형 일자리의 틀을 구체화했다.

김주일 교수는 “이 과정이 특히 까다롭다. 실태조사를 마치고 단순히 조사 보고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시의 컨소시엄 기관인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이강수 박사도 “이 사업은 연구용역이 아니다. 정말 사업화할 수 있는 모델을 발굴하고 실행을 해야 한다. 무척 힘들었다”며 “자문위원인 김현철 교수도 연구가 아니라 사업이라는 점을 자주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문단에게 지적도 많이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델을 많이 다듬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STEP3. 일자리 모델 이해 높이기

지역의 실태에 맞는 일자리 모델이 만들어졌다면 다음 단계는 실제 사업을 진행할 주체를 찾는 일이다. 잠재적 참여 주체들에게 일자리 모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단계이기도 하다. 박용철 소장은 “일자리 모델에 대해 이해 주체 간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 사업은 노사민정 등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서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을 시작한 광주 광산구는 일자리 모델 확정 후 참여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1호로 선정된 광주형 일자리로 지역사회에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대한 인지도는 높았지만, 현대차처럼 자본 및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일 것이라는 인식도 컸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에서 ‘적정 임금 3,500만 원’을 광주 광산구가 추진하는 사업에서도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사항으로 아는 경우도 있었다.

광주 광산구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는 추진 기간이 워낙 길었기에 기업들이 봤을 때는 어렵다는 느낌이 있었다. 또한 현재 광산구에서 준비하는 모델은 중소‧중견기업이 힘을 모으는 모델인데, 지역 주체들이 먼저 대기업의 투자가 이뤄진 광주형 일자리를 떠올렸다. 두 모델의 성격이 아주 다름에도 상생형 지역일자리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지난 10월 7일 노사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례 모음 콘퍼런스를 개최해 관심 있는 기업체 13곳을 초청했다. 자문단에서 사례를 설명하면서 관내 기업들이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STEP4. 지역 차원의 공론화

참여 주체가 확정된 이후에는 지역단위로 논의를 확장하는 단계다. 박용철 소장은 지역 차원에서 공론화가 중요한 이유를 “형식적인 상생협약, 일자리 모델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하고 지켜야 하고, 실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역 시민들에게 공유하는 일 자체가 상생형 지역일자리의 성패에 필수불가결한 측면을 가진다. 김주일 교수는 군산의 사례를 들며 공론화 과정이 사업 진행에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를 이렇게 말한다.

“군산의 공론화 과정 초기에는 시민들이 참여 기업들에게 ‘언제 도망가실 건데요’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한국지엠, 현대중공업 철수를 겪으며 싸늘한 정서가 있었던 것이다. 참여 기업들에게 공론화 과정은 이러한 지역의 정서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또한 한국지엠에서 해고된 사람들 이야기, 군산 청년, 청소년들의 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모였다. 특히 청년, 청소년이 목소리를 내면서 노사 간 싸움이나 갈등으로 번지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자 측에서 ‘원·하청 양극화와 갈등을 없애려면 산별교섭 해야겠네’라고 자연스레 말했다. 그래서 산별교섭은 노조에서 하는 주장인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격차 줄이려면 해야지’라고 하더라. 노사의 입장을 떠나서 현실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솟아났다.”

2019년 7월 열린 ‘상생형 군산 일자리 공론화 숙의 토론회’ ⓒ 군산시
2019년 7월 열린 ‘상생형 군산 일자리 공론화 숙의 토론회’ ⓒ 군산시

지역 차원의 공론화 프로그램 자체는 특정 결과물을 내는 과정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주체들이 지역을 다시 돌아보고, 현재 진행하는 지역 일자리 사업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한다.

탄소산업의 활성화를 노리는 전주시는 지역 차원의 공론화 과정에서 환경오염 이슈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생생하게 전달받았다. 이러한 과정은 상생형 지역일자리 참여 주체들이 환경문제에 더욱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전주시 관계자는 “공론화 과정뿐만 아니라 실무추진위원회에서도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 이슈를 들을 수 있었다”며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선정된 이후에도 주민들과 기업들이 소통하는 채널을 많이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생협약 체결을 앞둔 전주시와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함께 고안하고 있는 이강수 박사는 “노사발전재단 컨설팅을 받으면서 사업계획서 및 상생협약안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상생협약안에 규정된 탄소협동조합, 공동복지기금, 일자리개선위원회 등이 내년에 실제 가동할 수 있도록 밑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강수 박사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실제로 추진하면서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고 전했다. 이강수 박사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문화가 정착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생산적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면서 “그런데 이번 사업을 하면서 해보니 정말 된다는 가능성을 실감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회적 대화기구가 만들어져 활성화되면 대안적 일자리 모델이 확립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의 핵심
지역의 역량 높이기

아울러 광주, 군산, 밀양, 부산, 횡성처럼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에 선정된 경우 ▲정부의 메뉴판 지원에 대한 분석, 매칭, 개발 ▲신규 참여기업 및 연계산업 발굴 등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안착을 위해 일자리위원회 및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 차원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컨설팅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별도로 구성된 평가위원단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은 1년 단위로 진행되지만, 1년 안에 실태조사-일자리 모델 개발-공론화 과정-상생협약 체결-상생형 지역일자리 선정 등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실태조사만 진행하다 1년이 흐르는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역에서 의지가 있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지자체에 성과를 계속해서 이어주기 위해 사업 재신청을 독려하고, 최대한 재선정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만 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사업의 취지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은경 서기관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역 일자리 관련 거버넌스의 구축이나 사회적 대화의 경험과 관계자 역량 축적도 의미가 있다”라며 “물론, 컨설팅이 밑거름이 되어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선정까지 이어지면 가장 성공적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서 논의된 일자리 모델이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지역 내에서 계속 추진되고 발전하기를 바라며 컨설팅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