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회사가 책임은 노동자가?! 삼성웰스토리노조 ‘성과급 미지급’ 규탄
잘못은 회사가 책임은 노동자가?! 삼성웰스토리노조 ‘성과급 미지급’ 규탄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2.01.24 20:45
  • 수정 2022.01.25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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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삼성그룹 계열사에 과징금 2,349억 부과
​​​​​​​삼성웰스토리, 역대 최대 매출에도 과징금으로 경영성과급 ‘미지급’ … “경영진의 책임전가”
24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삼성웰스토리 성과급 미지급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역대 최대 매출이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 때문에 삼성웰스토리 노동자들의 경영성과금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삼성웰스토리 노동자들은 “경영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만재)과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위원장 이진헌)은 24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삼성웰스토리 성과급 미지급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6월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가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확인해 과징금 2,349억 2,700만 원을 부과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2013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은 사내 급식 물량 전부를 삼성웰스토리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했는데, 공정위는 이를 삼성웰스토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과도한 경제상 이익’을 가져다 준 불공정 거래 행위(부당지원)라고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2,349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삼성전자에 1,012억 원, 삼성디스플레이에 229억 원, 삼성전기에 105억 원, 삼성SDI에 44억 원, 삼성웰스토리에 960억 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부과의 여파 중 하나는 경영성과급 미지급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전년도 실적에 따라 매년 1월 성과인센티브(OPI)와 7·12월 목표달성장려금(TAI)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 실적에 따라 OPI로 연봉의 0~50%를 지급해왔다.

그런데 이번 과징금으로 인해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에 따라 경영성과급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삼성웰스토리의 입장이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최저 3%의 OPI를 지급한 바 있었지만, 아예 지급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삼성웰스토리의 모회사 삼성물산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1년 1분기 각각 5,280억 원, 250억 원(영업이익 +4.7%), 2021년 2분기 5,720억 원, 340억 원(영업이익 +5.9%), 2021년 3분기 5,730억 원 160억 원(영업이익 +2.8%)을 기록했다.

2021년도 4분기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과징금 960억 원이 손해로 잡힐 경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삼성웰스토리노조는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과징금은 경영진의 실책이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삼성웰스토리노조는 “최근 사측은 성과인센티브(OPI) 지급율이 0%라고 발표해 노동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줬다. 이유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공정위 과징금을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영진의 책임을 땀 흘려 일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모회사 삼성물산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웰스토리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배당금으로 3,358억 원을 지급했다. 매년 약 560억 원이 삼성물산으로 흘러간 것이다. 이는 삼성웰스토리 영업이익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공정위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 평균 영업이익은 957억 원에 달한다.

이진헌 삼성웰스토리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업계가 힘든 와중에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징금 때문에 OPI를 못 준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면서, “아직 2021년 배당금이 공시되지 않았지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배당금으로 3,358억 원이 쓰였다. 일감 몰아주기의 책임이 경영진에 있는 만큼 삼성물산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경영책임을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작태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 시킬 것이 아니라 삼성웰스토리 경영진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같이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웰스토리노조는 2월 4일 오후 2시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삼성웰스토리 본사 앞에서 경영성과급미지급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