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공약 비교①] ‘노동 없는 대선’의 노동 공약은?
[대선 후보 공약 비교①] ‘노동 없는 대선’의 노동 공약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1.31 14:41
  • 수정 2022.02.14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심상정 후보, ‘일하는 사람 기본법’, ‘노동시간 단축’ 등 공약
윤석열·안철수 후보 노동 관련 발언은 많았으나···공약은 텅

대한민국의 5년, 예비 대통령의 공약

코로나19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노동 취약계층을 집중 타격했고, 대면 서비스업 등은 침체기에 빠졌다. 전 세계 경제가 K자형 회복을 보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플랫폼노동 등 비정형 노동자가 급속히 늘어가며 기존의 제도는 한계를 보인다. 한국은 디지털화와 기후위기 국면에서 빠르게 산업을 재편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전환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은 누구여야 할까.

20대 대선은 ‘노동 없는 대선’이라 불릴 만큼 노동 의제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27일까지 밝힌 각 후보의 노동 공약과 발언 중 주요 내용을 <참여와혁신>이 정리했다. 공약은 ▲일하는 사람 모두 노동법 ▲노동시간 단축 ▲노동시장 격차 해소 ▲안전·건강 ▲기타 노동 공약으로 나눴다. 주요 20대 대선 후보의 노동 공약은 무엇이며, 어떤 차이가 있을까.

ⓒ 참여와혁신
ⓒ 참여와혁신

일하는 사람 모두 노동법
근기법·노조법 개정대신 새로 법 만든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하겠다는 공약은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내놨다. 먼저 심상정 후보는 공약으로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Worker’s Law, 이하 신노동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신노동법 체제에서 모든 일하는 시민은 일할 권리와 여가의 권리, 단결할 권리라는 신노동3권을 가지게 된다. 신노동법이 제정되면 일해서 번 돈으로 삶을 영위하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소상공인 모두 노동권을 보장받게 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신노동법 제정으로 그동안 노동법 보호 밖에 있었던 1,00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명 후보도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가)’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누구나 공정한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고 일터에서 불합리하게 차별받지 않으며, 안전과 보건에 대한 보호, 모성보호, 직업능력개발 지원 등 보편적 권리를 보장받을 원칙을 법 제정으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기존 노동법을 건드리지 않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 공약에 대해 민주노총은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고속도로를 놔두고 돌아가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따로 법을 만들어 해결할 것이 아니라 현재 노동자의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상의 정의규정을 확대하면 된다”며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현재의 법과 제도 안에 존재하는 대상에 대한 차별 규정을 삭제하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노동관계법 제·개정 공약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다만 후보들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확대에 대해서는 단계적 찬성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2월 한국노총과 간담회에서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대원칙은 찬성한다”며 “어느 부분까지 시행할 것인지는 실태를 잘 확인해서 사회적 합의나 절차를 존중해서 진행해 나갔으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철수 후보도 ‘2022 대선 불평등 끝장넷’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필요하나, 약 8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을 관리·감독할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 코로나19로 산업계와 노동계 전반이 타격이 큰 상태를 감안해 고용노동부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결과를 살펴보며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
주4일제와 주4.5일제

윤석열 후보는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1년 평균으로는 주 52시간제를 시행하지만, 3개월이나 6개월 단위 등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후보는 11일 신년 기자회견 전 인천 남동공단을 방문해 “주 52시간은 1년 평균으로 유지하되 집중적으로 일해야 할 때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좀 줄여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철수 후보도 윤석열 후보와 입장이 비슷하다. 안철수 후보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주 52시간 근무는 나라가 발전하면서 가야 하는 방향이지만, 너무 경직된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기업의 생산성을 위해 유연성을 말했다면, 심상정 후보의 노동시간 유연성은 쉴 권리에 초점을 둔다. 심상정 후보는 ‘주4일제’와 ‘생애주기 노동시간 선택제’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노동시간 단축은 워라밸을 되찾고,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무체계를 주4일 근무제(주 32시간 근무)로 전환하고, 생애주기별 노동시간 선택제를 도입해 누구든 육아, 돌봄, 학업 등 필요가 생길 때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게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다.

이재명 후보는 주4일제 대신 ‘주4.5일제 단계적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공약했다. 법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을 명시하지 않고, 주4.5일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더불어 이재명 후보는 포괄임금 약정 제한과 퇴근 후 SNS를 통한 업무지시 금지 등 초과노동 개선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두 후보 모두 노동시간 단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다. 심상정 후보의 주4일제는 전 산업의 근무체계를 한꺼번에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주4.5일제를 도입하는 곳에 대한 지원이다. 작은 사업장에서는 주5일 노동이 그대로 유지되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에만 주4.5일제가 먼저 시행될 가능성도 높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도 “미래사회에서 지향해야 할 핵심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주52시간 근무제도 잘 안 된다. 어떻게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끌고 갈 것이냐의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계획은 없어보여서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 일부와 공기업만 혜택을 받는 게 당분간의 현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격차 해소 방안

① 노동시장 이중구조

초기업교섭을 정부 차원에서 촉진하고, 단체협약의 적용범위와 효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조직된 노동의 단체협약을 미조직 노동자에게도 확대 적용해야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에서다. 심상정 후보는 이 주장을 공약으로 받았다. 노동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 확장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지역과 업종에서 1/4 이상의 대표성을 지닌 협약이 마련되면 해당 노동자들에게 의무 적용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후보도 초기업단위 교섭활성화를 유도하고, 단체협약의 적용범위와 효력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른 대선후보들은 이 의제를 공약으로 발전시키지 않았다. 초기업교섭 촉진 및 제도화,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 실질화에 대한 후보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 후보 측은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제20대 대선 후보 한국노총 정책 평가표). 최연숙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밝혔다.

② 비정규직

비정규직과 관련, 이재명 후보는 상시·지속적 업무와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법에 명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경기도에서 1년 미만 단기 계약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중앙행정 및 공공기관에 확대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공정임금위원회’를 설치해 직무에 대한 객관적 가치평가, 고용 평등임금 공시제, 표준임금체계를 도입해 임금제도의 종합적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도 마찬가지로 비정규 노동자를 대상으로 ‘평등수당’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업이 단기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계약종료수당을 노동자에게 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심상정 후보의 ‘평등수당’이 이재명 후보의 ‘비정규직 공정수당’과 다른 점은 정부가 아닌 기업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복지에 가깝지만, 평등수당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고용해서 실익을 얻지 못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심상정 후보는 주 15시간 미만 노동을 없애는 ‘최소노동시간보장제(주 15시간)’를 도입하고, 임원들의 지나친 임금을 제한하는 최고임금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의원의 임금은 최저임금의 5배, 공공기관 임원은 7배를 넘지 않도록 하고, 이 기준을 넘는 민간기업 임원의 경우 고율의 소득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③ 젠더

일터에서 젠더 격차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다. 심상정 후보는 성평등임금공시제를 실시하고 성평등교섭을 의무화해 성별 임금 격차, 육아지원, 교육 및 승진 기회 균등,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등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건드리지 않은
안전·건강 공약

심상정 후보는 “산재사망을 없애기 위한 모든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에는 하청과 원청 기업주를 공동의 경영자로 규정하고, 경영자의 책임을 명료하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재명 후보도 지난해 12월 “땀 흘려 일하는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노동의 결과가 죽음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하며 노동안전보건청 설립, 원청과 하청을 통합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존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보지 않고 따로 안전과 관련된 노동행정부서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전체를 관통하는 안전·건강공약 대신 소방공무원만의 일터에 집중했다. 윤석열 후보는 7일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을 조문하고 “더 이상 소방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최첨단 위치추적 장비를 완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공개한 ‘소방공무원 심신건강 예산 확대 심쿵공약’에서는 소방공무원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마음건강 강화프로그램 운영예산 250억 원 확보와 국립소방병원·소방심신수련원 건설을 공약했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기타 노동 공약으로는 이재명·심상정 후보의 교원·공무원 정치활동 보장이 있었다. 아울러 이재명 후보는 지역의 노동행정을 강화하는 공약을 몇 개 더 내놓았는데, 현 근로감독 제도를 지역과 연계할 방안을 찾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에는 대다수 후보가 미온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26일 노동공약을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타격받을 영세자영업자라든지 한계기업에 대해 지원방침을 해놓고 했으면 충격이나 타격이 적었을 텐데 너무 급격하게 하는 바람에 을 간의 전쟁이 벌어졌다”며 “노동법 확대적용에 따라 압박을 받을 영역에는 일정한 지원·회피·전환 정책을 적용해가면서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지 않게 서서히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도 “향후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야 한다”며 “1∼2개월 단위로 평균을 내 유연하게 적용하는 근로조건을 노사가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소상공인에게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충분히 제공하면서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게 심상정 후보의 입장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