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선욱 간호사 4주기] “더이상 간호사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용하지 말라”
[故 박선욱 간호사 4주기] “더이상 간호사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용하지 말라”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2.15 16:56
  • 수정 2022.02.15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연대본부 추모 성명 “그때와 지금, 현장이 바뀐 것이 없다”
ⓒ 의료연대본부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는 고 박선욱 간호사 4주기를 추모하며 서울아산병원 앞 성내천다리에 추모리본을 묶었다. ⓒ 의료연대본부

2018년 2월 15일, 박선욱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입사 6개월 만이었다. 당시 간호사들은 ‘나도 너였다’며 공동행동에 나섰다. 신규간호사 교육문제, 직장내괴롭힘의 근본원인인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나와 남을 태우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간호사의 노동환경이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4년이 흐른 오늘, 간호사들은 “그때와 지금, 현장이 바뀐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장 이향춘)는 15일 ‘故 박선욱 간호사 4주기’ 추모 성명을 내고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간호사들이 처한 어려움은 더욱 증폭됐고 간호사들의 신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며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으려면, 간호사들이 환자 곁을 오랜기간 지키고 환자들 또한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려면 간호사들에게 주어진 조건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해 말에도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8개월 차 신규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여러 문제가 곪아있었다. 간호사가 부족함에도 무리하게 병실을 열었고 간호사 1명이 병동 전체(약 40명 환자)를 감당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의료연대본부는 “(고인은) 매일 3~4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했지만 본인의 업무 능력 부족으로 퇴근시간이 늦어진 것이라며 초과근무 수당을 병원이 신청하지 못하게 했다고도 한다”며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개인 간 괴롭힘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병원이 만든 최악의 조건들에 주목하고 이를 바꿔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연대본부는 최근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등 공동연구진이 의료인 건강수준을 평가해 발표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 2002년부터 2017년까지 간호사 사망원인 중 자해와 자살이 2위(10만 명당 6.33명)를 차지했다. 1위는 암(10만 명당 11.43명)이다. 일반인 사망원인 중 자해와 자살은 4위다. 

이를 두고 의료연대본부는 “자살이 직업적 특성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직업을 선택할 때 자살위험이 높아지는 직업이라면 누가 그 일을 선택할 수 있을까, 더욱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그러하다면 이렇게나 모순적인 현실이 있을까?”라고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4년간 고 박선욱 간호사 유족에게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 서울아산병원에도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아산병원은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며 “이런 무책임하고 뻔뻔한 행태들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간호사들의 현실을 더욱 바꾸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서울아산병원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는 병원들은 반성해야 한다”며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제대로 병원을 고쳐 나가야한다. 더이상 간호사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는 고 박선욱 간호사 4주기를 추모하며 서울아산병원 앞 성내천다리에 추모리본을 묶었다. ⓒ 의료연대본부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는 고 박선욱 간호사 4주기를 추모하며 서울아산병원 앞 성내천다리에 추모리본을 묶었다. ⓒ 의료연대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