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눔 공유로 위기 타개"
"일자리 나눔 공유로 위기 타개"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8.12.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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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투입, 충분한 공감과 인식전환이 우선
우리은행은 연기금이 인수해야
[인터뷰]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박상권 위원장

전세계가 온통 '위기'라는 단어로 들썩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곳곳에서 위태로운 경고음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 바로 금융산업이다. 미국에서 출발한 위기의 시작점도 금융이었고, 국내에서의 위기도 금융이 도화선이 되고 있다.

여러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작 금융산업의 핵심 주체 중 하나인 금융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오히려 위기론 속에서 무조건적 양보와 희생만을 요구하는 목소리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금융위기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하고 또 전문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금융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는 금융노조 산하 각 지부 위원장들의 연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현실진단, 그리고 대안 모색 속에서 위기 탈출의 열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금융노동자들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KB국민은행지부 유강현 위원장, 신한은행지부 이건희 위원장, SC제일은행지부 장장환 위원장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은행지부 박상권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해 임기를 시작한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박상권 위원장. 임기 첫 해에 그는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비정규직의 실질적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해 왔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과 금융위기 발발로 인력 구조조정 및 생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과 노동조합의 향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금융 유동성 위기, 일자리 나누기로 극복

- 2008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있을 우리은행 단위노조 교섭의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대표자 회의에서도 항상 이야기 했던 것이 현실을 빨리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만큼 심각하다. 권익보다 사회적 참여를 통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고용안정이 전제된 안에서 다양성을 열어놓고 교섭하자고 했다. 임금이 문제가 아니다.

지부별 다양한 환경의 차이 안에서 빨리 선택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조합원들이 보기에 등 떠밀려서 했다는 식의 소극적인 형태의 협상이었다는 오해를 살 만했다. 이번 교섭은 고용안정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것이다. 고용에 대한 거취가 제일 중요하다. 좀 더 시의적절한 판단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졸속 타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세부적인 것들은 지부에서 풀어야할 문제다. 근무시간 변경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만만치 않은 저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노사간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고 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빨리 퇴근하자는 문화의 확산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관심도 참여도가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선 육아문제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공동 탁아반 운영, 반일 휴가 등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을 하면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자면 우선 공감대 형성이 전제조건이 되야 할 것이다."

-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 생존이 관건이 되고 있다. 고용안정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위기가 격화될 경우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은행측과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일자리를 공유하고 지켜야 한다. IMF에 40% 그만두게 했던 전례를 볼 때 구조조정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 불가피하다면 안식년 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때로는 고통 분담도 해야 할 것이다.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는 전직제도가 시스템화 돼 있다. 직원들이 일정한 기준에 의해 다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택적으로 전직지원제도를 운영한다. 현재 큰 기업에서도 일자리 나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유동성 위기의 근본적 요인은 종사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경영리스크, 판단의 오류와 관리능력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얼마 전 국민은행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가입이 큰 이슈가 됐다. 당선 당시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전환 사례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지.

"일단은 그 당시 다들 왜곡된 정규직 전환이라는 지적을 했다. 아무래도 급조를 하다 보니 일괄적으로 했을 때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우선적으로 정규직 전환자의 사기진작이 필요하다. 현재 직위, 호칭 문제가 마무리됐다. 정규직이 됐는데 아직도 00씨로 불리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우선 금전적인 보상 보다는 사기 진작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 가고 있다.

또한 이번 임단협을 계기로 전환된 창구직원 중 과장을 배출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과거에는 승진이 하늘의 별따기였다. 인사승진 시스템을 통해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부분을 시작하려 한다. 또한 완전 정규직화를 일괄적으로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일정 인원을 완전 정규직화 하는 시스템을 이번 임단협에서 만들어 낼 것이다. 은행도 공감을 하고 있다. 마무리 되게 되면 애환들을 조금씩 덜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삶의 질, 그래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

- 그 간 직원들의 삶의 질과 관련해 중점적인 사업 추진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2008년도에 추진한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첫 임기 동안 삶의 질에 포커스를 맞췄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가장 먼저 수요일 가정의 날을 만들어 평균 퇴근시간을 7시 이전으로 맞춰 만성적인 야근에서 주기적으로 하루는 7시 이전 퇴근이 정착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제는 시스템이 형성이 돼 있다. 바쁜 영업현장에서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여가 선용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제는 93% 이상이 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질적인 개선도 있었다.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굴레로 그간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보상이 안됐었다. 지금은 거의 마음 놓고 대가를 지불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또한 고객만족센터는 있지만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줄 곳이 없다는 데 착안해 직원만족센터를 만들어서 삶의 질 변화 시키는 데 일조했다."

- 직원만족센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직원만족을 위한 마음의 쉼터를 개소했다. 18층에 상담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성했는데 은행에서 독자적으로 하기에는 스킬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전문가를 영입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지점 출장상담까지 진행한다. 스트레스, 가정문제, 자녀교육 상담까지 시행한다.

얼마 전에 한 직원이 심장마비로 사망을 했다. 그것도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사망해 남은 직원들이 정서적인 공황상태에 빠졌다. 몇몇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직원만족센터 내에 심리 치료사가 그 지점에 가서 상담하고 심한 사람은 희망부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담 뿐 아니라 장례토털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애사가 있을 경우 도우미를 파견해 전반적인 부분을 도와준다.

향후 고충상담을 시스템화해서 노사 4대 4 동수로 구성한 고충처리위원회에서 리뷰를 하고 협의해 실질적인 개선 방향을 만들어 낼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시스템적 문제, 금융 당국의 의지가 중요

- 다시 공적자금 투입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 위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일단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당국이 시장을 보는 시각의 문제라고 본다. 현재 금융당국은 IMF 이후 BIS 비율을 높이면서 중소기업 지원은 강화하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공적자금 투입해 줄 테니 중소기업을 지원하라는 압박을 해 오고 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에 출자해서 우회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면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경영진의 임금 삭감하고 평가 시스템 개선하고 자산을 매각하라고 하는 그 자체가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과거의 사고틀로 회귀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간금융을 관치로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추가 투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을 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외국의 사례와 같이 국유화 추진을 한다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도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외자가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 것인가. 은행 건전성의 기준 자체가 IMF 때와는 전혀 다르다. 연체비율이 1% 미만으로 형성돼있다. 그리고 자산의 건전성이 확보 돼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BIS 비율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최근 금융노조에서는 지주금융회사의 사용자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얼마 전에 국회에서 관계법령 개정 공청회를 했다. 사용자성 인정,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매트릭스 체제 하에서는 지주사 회장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그렇게 되면 은행에서의 의사결정 파이는 작고, 노사관계 문제를 풀 어낼 수 없다. 결국은 지주사 회장의 취향에 맞게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노사관계의 효율성, 연속성,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

현재 우리은행은 우리 지부에서 지주사 협의체 의장을 맡아 광주, 경남은행, 우리CS 등이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노사관계에서 효율적인 관리는 부족하다. 두 달에 한번 정도 모여 산하 노사협의회를 통해 요구사항 등을 전달해 답변을 받는 정도다."

-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은 어떠한가.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공적자금 투입의 폐단과 폐해로 인해 굉장히 많은 제재를 받아왔다. 노사 간 관계 형성, 효율성 협상 등 합의할 수 있는 것들조차 국가 기관의 통제를 받는다. 모든 예산, 인력, 판공비, 홍보, 공보 등을 모두 통제하다보니 실제로 가지고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미미하다. 그래서 우리는 민영화를 주장해왔고 금산분리 완화 되면 연기금이 은행을 수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수익이 1%가 채 안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매년 정부에 배당되는 액수가 수천억에 달한다.

연기금이 컨소시엄 형태나 소유형태로 바꾼다고 하면 연기금도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은행의 공공적 특성이 변질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기금 투자가 효율적인 대안이라 보고 이를 주장하고 있다. 분위기는 형성이 돼 있으나 자산가치가 하락이 되어서 참여할지가 문제다. 연기금의 재무적 투자, 최선의 민영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