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은 근로기준법 빼앗긴 ‘가짜 3.3 노동자의 날’”
“3월 3일은 근로기준법 빼앗긴 ‘가짜 3.3 노동자의 날’”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3.03 18:02
  • 수정 2022.03.0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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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찾기유니온,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열어
사업소득세 3.3% 납부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투쟁 알리는 날 돼야
3일 오전 11시 전태일기념관에서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이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3월 3일 ‘납세자의 날’, 4대 보험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는 노동자들이 모였다.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이지만 사용자의 노무관리에 의해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가짜 3.3 노동자’들이다.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고 사업소득자가 된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권리찾기유니온(위원장 한상균)과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3일 오전 11시 전태일기념관에서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노동자를 사용자로 둔갑시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고, 정부는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사용자로 위장되는 상황을 방치해왔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이들은 3월 3일을 ‘가짜 3.3 노동자의 날’로 만들어 가짜 3.3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회복 투쟁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간 권리찾기유니온과 가짜 3.3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 공동진정을 제기하고, ‘일하는 사람 모두나 근로기준법’ 입법운동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가짜 3.3 노동자의 날을 기념하지 않는 것이다. 사업장 규모·계약의 형식과 무관하게 누구나 노동자로 노동절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날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든 산업에서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위장방식 등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념식에는 분양상담사, 스포츠구단 유소년감독, 미용실 스태프, 단역배우, 방송작가, 학원 강사 등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가짜 3.3 노동자들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다양한 직업으로 종사한다. 우리는 가짜 3.3 노동자의 날을 제정하며 세금의 종류와 계약의 형식으로 부정할 수 없는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한다”며 “사업주가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고, 노동자가 일해 벌어들인 소득의 원천이 사업으로 바뀔 수는 없다. 어떤 세금을 납부하든 노동자는 노동자”라고 밝혔다.

노동자성 인정을 위해 힘쓴 사람·단체를 위한 ‘제1회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 시상식’도 진행됐다. ▲분양상담사 노동자성 인정 투쟁에 힘쓴 김소연 씨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공동진정에 참여해 방송연기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연보라 씨 ▲가짜 3.3 위장노동과 관련해 최초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전라북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타다 드라이버들의 노동자성 인정 판정을 이끌어낸 민주노총 법률원 등이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 상을 수상했다.

3일 오전 11시 전태일기념관에서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이 진행됐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참여하게 된 이혜령 씨가 영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또한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3.3 노동자의 날’을 맞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추가로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진정에 참여하게 된 이혜령 부산 ㅁ영어유치원 강사는 “분명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였는데, 나도 모르게 사업소득세가 떼이는 프리랜서가 된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며 “나의 권리를 찾는 것은 물론,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이러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공동진정을 넣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심지우 ㅇ인력공급업 사무직 노동자도 “일했던 곳은 사업장을 쪼개 상시 근로자수를 5인 미만으로 만든 곳이었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피해가려 각종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기본적인 노동환경조차 보장받지 못하거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데, 전태일 열사께 가짜 3.3 노동자의 날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프리랜서와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짜 3.3 노동자의 날이 없어져서 노동자들이 진정한 노동자의 날로 하나 되는 세상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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