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노사 대화, 3번 만에 끝··· 노동부 ‘5자 간담회’ 제안도
대우조선 하청노사 대화, 3번 만에 끝··· 노동부 ‘5자 간담회’ 제안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7.05 22:35
  • 수정 2022.07.05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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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 파업 34일째···
노조-협력사 대화, 집단교섭에 대한 입장차로 중단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5자 간담회’ 제안은 원청이 거절
6일 국회 ‘긴급 좌담회’ 예고
ⓒ 금속노조
지난 7일 경남 거제에서 열린 민주노총 7.2 노동자대회 ⓒ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조합과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단 간 최근 세 차례 대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차가 여전히 커 추가 대화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정부는 ‘5자 간담회 제안’ 등 중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정부, 지자체의 역할을 촉구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조선업 불황시기에 줄어든 실질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2일엔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 건조대)에서 건조 중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안으로 들어가 끝장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 이하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단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일, 3일에 이어 5일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세 번째 대화를 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노사 간 약속한 대화 테이블은 없다. 

협력사 대표단 관계자는 “대화에 진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도 “(협력사 측과) 당분간은 볼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금속노조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 위 고공 농성 중인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 ⓒ 금속노조

‘집단교섭’ vs. ‘개별교섭’
입장차 못 좁혀

이번 대화가 중단된 배경은 집단교섭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조선하청지회는 22개 협력사가 교섭대표단을 구성해 집단교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협력사들은 개별교섭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하청지회가 집단교섭을 요구하는 이유는 집단교섭을 해야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결정권은 사실상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 주요 결정권은 산업은행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선하청지회는 “조선하청지회와 22개 하청업체 사이에 단일한 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지면 교섭 타결을 위한 대우조선해양 구성원 및 지역사회의 시선은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며 “반면 개별교섭을 하면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이 방관하면 그만이다. 즉, 개별교섭은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 임금 인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알리바이를 제공해 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김춘택 사무장은 “노동조합의 9대 요구안* 중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뺀 8가지는 개별교섭해야 한다는 사측의 입장이 오늘(5일) 명확히 확인됐다”며 “이는 개별교섭과 다를 바 없다. 사측이 9개 사항에 대해 집단적으로 같이 정리하자는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협력사들은 회사마다 다른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해 개별교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력사 대표단 관계자는 “협력사별 경영 상황이 달라 임금을 똑같은 비율로 올려줄 수는 없다. 또한 협력사 대표마다 의견이 있을 텐데 대표단이 교섭권을 위임받아 협상을 진행할 수도 없다”며 “노동조합은 협력사의 지불 범위를 벗어나는 임금 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어느 회사에서 임금 30%를 올려줄 수 있겠나. 대화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노동과세계
5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사태 올바른 해결 촉구! 제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 기자회견’ ⓒ 노동과세계

노동계, 시민사회 
사태 해결 촉구 목소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정부, 지자체 등의 역할을 촉구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전국민중행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등은 5일 민주노총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사태 올바른 해결 촉구! 제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더욱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양심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할 것을 결정했다”며 산업은행, 고용노동부, 국회 등과 적극적인 소통과 협의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8일에는 ‘함께살자. 함께버스’를 전국적으로 운행해 투쟁 현장을 방문하고, 다양한 연대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은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의 역할도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조선소 수주 호황에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소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청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대행 체제가 끝나고, 정상적인 도정을 시작한 경상남도가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에 나서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지자체장이 지역의 경제와 고용을 살피는 건 당연한 의무다. 지난 1일 조선하청지회 집행부에 경찰이 검찰에 체포영장도 신청한 상태다.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박완수 경상남도 도지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이 사태의 심각함을 중앙정부에 알리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등 도지사의 역할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목소리에 대해 경상남도 측은 “도 차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당연히 나설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쪽 편에 서서 다른 한쪽에 양보나 해결을 경상남도가 촉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 금속노조
지난 1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간담회 제안···
아직 성과는 없어

고용노동부 통영지청도 중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통영지청은 지난주 대우조선해양 측에 5자 간담회를 제안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통영지청 관계자는 “지난주 5자 간담회를 제안한 것은 맞다”라면서 “하지만 원청이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라 직접 개입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간담회는 아직 개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5자 간담회에서 5자는 △조선하청지회 △협력사 △대우조선해양 △통영지청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 등이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통영지청이 5자 간담회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건 아니고 중재 차원에서 의견을 묻는 정도였다”면서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간담회 주체로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통영지청장이 지난주와 오늘(5일) 노동조합을 왔다 가긴 했지만, 5자 간담회를 제안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국회도 6일 간담회 열어 중재 노력
금속노조 “공권력 투입 시 총파업 돌입”

국회도 중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안호영·이수진(비례) 의원, 정의당 강은미·류호정·배진교·이은주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오는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상황 관련 긴급 국회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파업 34일차(5일 기준)를 맞은 조선하청지회는 이 자리를 통해 국회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한편 금속노조는 오는 6일 오전 11시 경남도청 앞에서 ‘공권력 투입 시 금속노조 즉각 총파업 돌입 긴급 기자회견’ 예고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경찰의 지난 1일 조선하청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은 20만 금속노조에 대한 도발”이라며 “기자회견에서 공권력 투입 시 즉각 총파업 돌입을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은 오는 8일 오후 2시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남문에서 ‘조선하청노동자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아래는 조선하청지회의 *9대 요구안 

1. 임금인상
① 임금(시급/직시급/일급/월급)을 30% 인상한다.
② 임금인상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며, 소급분은 임금협약 체결 다음 달 15일 지급한다.

2. 상여금
① 모든 노동자(물량팀 포함)에게 설, 추석, 여름휴가 때 상여금 각 100%를 지급한다.
② 상여금 100%는 시급으로 환산한 기본급 243시간으로 한다.
③ 상여금은 음력 12월 29일, 음력 8월 13일, 여름휴가 전날 각각 지급한다.

3. 성과금
① 대우조선해양 경영 성과에 따른 성과금을 모든 노동자(물량팀 포함)에게 매년 5월 중에 지급한다.
② 성과금 지급 기준 및 지급액은 임금협약에 포함해 결정한다.

4. 1년 단위 근로계약
① 시급제, 월급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한다.
② 직시급제, 일당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은 최소 1년으로 한다.
③ 직시급제, 일당제 노동자에게 법정 퇴직금을 지급한다.

5. 일당 지급 기준시간
① 일당제 노동자의 일당 지급 기준시간(1공수)은 1일 8시간으로 한다.
②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장노동수당을 지급한다.

6. 노동조합 활동 보장
① 22개 하청업체 소속 전체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근로시간 면제 등)에 따른 노동조합 활동을 근무시간 중 유급으로 보장한다.
※ 22개 하청업체 전체 조합원 수 : 약 400명
※ 노동조합법에 따른 근로시간 면제(300~499명) : 5,000시간 (전임자 2.5명)
② 노동조합 교섭위원의 교섭 준비, 교섭 및 교섭 후 회의 등을 위해 교섭 당일 교섭위원 활동시간 8시간을 유급으로 부여한다.
③ 조합원 교육시간을 월 30분 유급으로 부여한다.
④ 22개 하청업체 공동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며 사무실 유지관리비를 부담한다.
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임원, 집행위원, 대의원의 중 하청업체 소속이 아닌 인원의 ㈜대우조선해양 출입을 자유로이 허용한다.
※ 지회 임원 및 실무 담당자의 대우조선해양 무단출입 대법원 무죄 판결 확정
※ 현재 지회 임원(5명), 집행위원(16명), 대의원(16명) 등 총37명 중 하청업체 소속이 아닌 인원은 총 5명임
⑥ 회사는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위해 조선하청지회가 지정하는 방송차 1대와 업무용 승합차 1대의 ㈜대우조선해양 출입과 사내 운행을 자유로이 허용한다.
※ 사내협력업체가 아닌 사외업체로 구분되는 웰리브의 경우에도 금속노조 웰리브지회의 업무용 차량 2대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고 있음

7. 단체교섭
단체교섭은 ○○개 하청업체로부터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받은 교섭단을 구성하여 집단교섭으로 실시한다.
※ 현재는 22개 하청업체

8. 재하도급(아웃소싱) 금지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며 재하도급 또는 아웃소싱 업체에 물량을 재하도급(아웃소싱)하지 않는다.
※ 도장업체에 한정된 요구임

9. 생명수당
출근일×1만원을 생명수당으로 매월 지급한다.
※ 발판업체에 한정된 요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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