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①-2] 영혼 없는 공무원? “진짜 문제는···”
[특집①-2] 영혼 없는 공무원? “진짜 문제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7.18 11:15
  • 수정 2022.07.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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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화와 공직사회의 역할,
적극행정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은? 국회 토론회

특집① 공무원·학계·시민·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적극행정 

지난 6월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사회변화와 공직사회의 역할, 적극행정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은?’ 토론회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DB

복지부동, 탁상행정. 공무원이 사회적으로 뭇매를 맞을 때 흔히 등장하는 단어다. “하여튼 공무원, 공무원들이~”로 시작하는 문장도 그렇다. 공무원의 소극성과 수동성을 비판할 때 쓰이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같다.

수년간 계속돼왔던 공무원의 ‘소극행정’ 인식에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적극행정’이라는 제도였다. 공무원이 창의성과 적극성을 발휘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제도로 뒷받침하겠다는 목표다.

적극행정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흘렀다. 공무원의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서울시의 따릉이, 경기도와 세종시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충청남도의 100원 택시 등이 잘 알려진 사례다. 공무원이 지역과 국민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고심하고, 직접 참여해 만든 결과들이다.

전문가들은 적극행정을 확대하려면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행태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인사관리·교육훈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 공무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공무원 개인에게 채찍질을 해서 ‘만들어내는’ 적극행정은 성공할 수 없다. 공무원이 행정에 소극적이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개인에게 적극행정을 떠넘기지 말고, 구조적 문제를 먼저 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적극행정과 공직사회 제도개선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6월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사회변화와 공직사회의 역할, 적극행정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은?’ 토론회를 통해서다.

토론회의 발제는 조태준 상명대학교 행정학부 교수가 ‘공무원의 적극행정 촉진을 위한 제언: 전문성 관리를 위한 인사혁신 전략의 공헌과 한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김태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 본부장, 김정수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예종원 인사혁신처 적극행정과 과장이 참여했다. 토론회 좌장은 서원석 세종대학교 국정관리연구소 연구교수가 맡았다.

지난 6월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사회변화와 공직사회의 역할, 적극행정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은?’ 토론회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DB

토론회, 공직사회 나아갈 길
제시할 기회 되길

이번 토론회는 2004년 7월 12일 창간한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 참여와혁신의 창간 18주년을 맞아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현진),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한국노총 공무원교원위원회(위원장 이충재), 참여와혁신이 함께 주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이형석 국회의원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정책 환경의 다각화 등 사회변화에 따라 공직사회의 지향점과 가치가 변하고 있다. 이에 공직사회의 역할 변화와 공직자의 적극행정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필요한 시기”라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 토론회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며, 토론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의견들이 공직사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진 위원장도 “이번 토론회는 시대와 국민의 변화 요구에 행정과 공직사회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는 것이 좋을지 모색해 보는 기회”라며 “공직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우리 공무원노조에 있어서도 사회변화에 따른 성찰과 도약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호일 위원장은 “업무가중, 악성민원, 잦은 시간 외 근무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 적극행정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보건, 복지, 소방, 공공행정인력을 더 늘려야 적극행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토론회를 통해 제안된 내용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돼 젊은 인재들이 공직을 보람 있는 평생의 직업이라 여기며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충재 위원장도 “60여 년 동안 바뀌지 않은 계급체계와 보수체계가 이대로 좋은지, 시대변화와 민간의 전문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무원 채용과 교육훈련 시스템은 이대로 좋은지, 공직사회는 엄중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공무원의 적극행정 촉진을 위한 발전적인 제언이 인사정책에 반영되기를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적극행정 촉진
키워드는 전문성과 행태 개선

적극행정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정이 필요하다는 고민 속에서 나왔다.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지방소멸 등 ‘대전환의 시대’에서는 중앙에서 정책을 일방적으로 내리기보다는, 공무원이 현장과 만나 적절한 대응을 하는 방식의 행정도 중요했다. 이러한 상황 속 적극행정을 촉진하려면 공무원의 전문성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발제한 조태준 교수의 의견이다.

조태준 교수는 “과거의 행정수요는 비교적 단순했고, 정부와 공무원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역할에 주목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과거보다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요구받으며, 동시에 새로운 수단(기술혁신에 따른 요구 등)을 활용해 변화와 발전을 유인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같은 사회 변동 상황에서 새로운 혁신적 수단을 활용하기 위한 전문성을 더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정책 환경의 복잡화와 문제해결수단의 다각화가 병행하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전문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정부는 인사혁신처 등을 중심으로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이는 크게 채용과 보직관리로 구분된다. 먼저 민간 부문의 전문가를 채용해 그들이 가진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력경쟁채용과 개방형직위 확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정 직무에 대한 장기근속을 지원해, 해당 직무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성, 네트워크를 극대화하는 보직관리 전략도 있다.

적극행정에 필요한 전문성은 무엇일까. 조태준 교수는 공직 전문성을 ①전문지식과 기술 ②직무수행능력 ③경험 ④공직윤리 등으로 구체화했다. 공직 전문가로서 공무원이 갖추어야 할 속성은 지식적인 측면과 태도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태준 교수에 따르면, 전문지식과 기술은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 역량, 지적 상태 등을 의미한다. 정부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공무원을 채용하기 위해 전통적인 공개경쟁채용과 다르게 특정 분야에 대한 학위와 업무 경력 등을 임용의 근거로 활용하는 경력경쟁채용 등의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직무수행능력은 업무수행과 관련한 다양한 성공요소와 역량을 뜻한다. 전통적인 보직관리 방식인 순환보직을 통해 공무원이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면서 개발되는 전문성 요소다.

경험은 일종의 업무 노하우로, 동일·유사한 직무를 두루 경험하면서 발전하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 숙련성을 의미하지 않으며, 특정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업무처리를 위한 네트워킹 역량 등을 포함한다. 경험은 공직 전문성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지만, 인사혁신처 출범 후 장기근속을 촉진하는 제도들을 도입하게 되며 그 중요성이 인식됐다.

마지막으로 공직윤리는 공직자가 직업상 갖추어야 할 윤리적 규범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문성을 구성하는 하위요소의 이름으로 ‘공직윤리’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그러나 “공직 전문성을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행태적 측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과 동시에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조태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조태준 교수는 “적극행정의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공직 구성원인 공무원의 행태적 특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행동이 없다면 적극행정은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태준 교수는 “행태의 관점으로 공무원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직 전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개인의 지적 수준과 역량, 그리고 직무수행과 관련한 지식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공무원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태도, 행동 등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태준 상명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 참여와혁신DB

행태 개선 위한
제도개선방안은

이어 조태준 교수는 “업무에 대한 경험과 능력, 구체적인 지식이 풍부하더라도 해당 능력을 업무에 반영하는 행태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을 때 적극행정이 지향하는 성과가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며, 공직사회가 공무원의 행태적 차원의 전문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조태준 교수는 “최근까지도 공무원의 불성실한 근무태도 등의 문제가 소극행정 이슈로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이 지각하는 공무원의 불성실성 등은 주로 공무원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업무태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며 “친절성에 대한 중요성이 계속해서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적극행정이나 소극행정 행위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행정서비스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인지하는 친절성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향후 공무원 교육훈련의 새로운 관점으로 CS(Consumer Satisfaction) 교육 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게 조태준 교수의 생각이다.

또한 조태준 교수는 “공직 가치와 관련된 재검토, 교육훈련 내용의 개편도 필요하다”며 “보다 구체적으로 교육성과에 대한 점검, 평가에 기반을 둔 교육전달의 방식, 강사 교육역량의 제고와 같은 미시적 차원의 개선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공무원의 ‘신분’에 대한 개념적인 논쟁이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헌법이 강조하는 봉사자 신분(public servant)을 계속 강조할 것인지, 또는 정부에 고용되어 공적인 직무를 처리하는 사람(public employee)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말한다.

전문가 집단은 공무원의 ‘봉사자’로서의 의무를 강조하는 반면, 공무원 집단은 상대적으로 봉사자로서의 자각 등을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조태준 교수의 의견이다. 조태준 교수는 “그럼에도 현재 헌법이 공무원의 신분을 봉사자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직업과는 다른 직업적 가치관과 봉사자로서 인식 및 책임·의무 등을 수행하려는 노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적극행정의 책임
왜 공무원에게 지우나?

조태준 교수의 발제에 양대 노총 공무원노동조합을 대표하는 토론자들은 “공무원 개인에게 문제가 있어서 적극행정이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태신 본부장은 “발제자인 조태준 교수는 적극행정을 위해 공무원의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한다. 적극행정의 책임을 왜 공무원에게 지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적극행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아서”라고 말하며 토론을 시작했다.

김태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 본부장 ⓒ 참여와혁신DB

공무원은 현재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칠 수 없다는 게 김태신 본부장의 주장이다. 공무원들은 아프리카 돼지열병, 산불, 코로나19, 수해, 구조·구급 등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대형 재난·재해 현장에 동원된다. 각자의 고유한 업무를 가진 채 ‘비상’ 업무가 추가되다 보니 매번 시간 외 근무를 하기 일쑤다.

김태신 본부장은 “밤을 꼬박 지새우며 현장대응에 나서는 것에 공무원들은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국민들도 이런 모습을 외국과는 달리 당연한 일로 여긴다”면서도, “하지만 공무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각종 공무상 재해와 과로사다. 여기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명분으로 공무원 연가보상비 전액삭감, 임금동결, 연금 삭감 등이 해마다 되풀이돼 공직사회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동강도는 높아지는데 충분한 대가도 회복할 시간도 없다. 공직사회를 떠나는 공무원이 늘고, 공채 경쟁률도 예전 같지 않다. 공무원이 더 이상 좋은 직업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맡긴 일을 그저 ‘해내기’가 최선인 지금의 공무원들에게 행태개선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결책이다. ‘힘들지만 더 열심히 하라’와 같은 말로 느껴질 뿐이다.

김태신 본부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적 동력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산업적으로는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심화되는 시기”라며 “이런 변화의 시기 공직사회와 공무원들의 역할이 중요시 되지만, 공직자들의 처벌을 능사로 아는 공직문화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직문화를 개혁해 공직사회 분위기를 전환하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한 일들은 무엇일지 같이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적극행정을 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먼저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직문화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태신 본부장의 ‘공직문화 개혁을 위한 5대 제언’에는 추락한 공권력 회복, 처벌주의 철폐와 공직문화 혁신, 공무원노조법 개정, 정치기본권 도입, 경제적 안정과 독립 등이 담겼다.

추락한 공권력 회복을 풀어 말하면, 정치권과 언론의 ‘공무원 때리기’를 멈춰 공무원에게 자부심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적극행정을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처벌로 해결하려는 ‘처벌주의’ 문화가 공무원을 복지부동으로 만든다는 점도 김태신 본부장의 지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적극행정을 해야 한다고 다그치지만,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소신 있는 행정을 하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무원은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기 십상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태신 본부장은 공무원의 잃어버린 정치기본권과 노동3권을 되찾으면 ‘영혼 없다’는 시선은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정치기본권과 노동3권은 공무원이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만들 장치라는 것이다.

아울러 김태신 본부장은 “공무원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지 못한 상태에서 공무원에게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무원의 경제적 안정은 고품질의 행정서비스와 직결된다. 공무원 연금이나 수당 등 공무원의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없이 국가 운영이 가능할 것인지 사려 깊은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창종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도 토론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정부가 공무원을 당근과 채찍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공무원은 일선에서 겪은 행정의 문제점과 시민들의 고통과 염원들을 알고 있다. 공무원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바꿀 수 있는 환경이 없는 한 적극행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공감했다.

김정수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 참여와혁신DB

‘창의적·능동적’ 적극행정
강제로 되는 것 아냐···높은 자긍심 있어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의 이해와 범위에 혼선을 겪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정수 수석부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 적극행정의 문제점 및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에는 적극행정을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법 규제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인사혁신처는 적극행정의 행태를 ①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노력이나 주의의무 이상을 기울여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행위 ②업무 관행을 반복하지 않고 가능한 최선에 방법을 찾아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 ③새로운 행정수요나 행정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정책을 발굴·추진하는 행위 ④이해충돌이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해 조정 등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로 구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적극행정을 하라고 하면 현장에서는 그게 뭔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김정수 수석부위원장의 설명이다. 김정수 수석부위원장은 “인사혁신처에서 말하는 행태적 측면에서의 적극행정의 개념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기존의 업무혁신이나 업무 효율성 개념과 구분하기 쉽지 않은 문제점도 있어 적극행정에 대한 개념적 혼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규제 개선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정수 수석부위원장은 “지자체 공무원의 경우 정책설계 및 수립 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달리, 주어진 법과 정책의 집행업무를 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업무 특성상 규제 개혁 대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또한 규제로 피해를 보는 집단과 혜택을 보는 집단이 있기에 재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규제 자체도 주로 법령의 형태로 존재해 지자체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통해 재량의 범위 안에서 법령상의 규제를 개선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공무원의 적극행정을 돕고, 현안을 심의하는 ‘적극행정지원위원회’는 “목적에 맞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인사위원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행정현장에서는 적극행정위원회가 구색 맞추기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규모 시군구의 경우 전문가 인력풀이 적고 지자체 사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전문가들도 많아 다양한 전문가를 위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규제나 불명확한 법령 때문에 공무원이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곤란한 경우 적극행정 사전컨설팅 제도를 활용해 의견 제시를 요청할 수 있다. 컨설팅을 거친다면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면책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사전컨설팅을 담당하는 감사부서는 인원부족과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다양한 부서의 컨설팅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도 답변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조건부 답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있는 컨설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김정수 수석부위원장의 문제제기다.

여기에 지방자체단체 조직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는 적극행정을 더 실현하기 어렵게 한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부하 등의 문제다. 김정수 수석부위원장은 “자치단체장은 선거로 선출되는 구조이므로 지역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집단 민원이나 지역 내 이익집단의 목소리와 적극행정이 상충하면 담당자가 지역 여론을 벗어나 적극행정을 수행하기 어렵다. 만약 지방자치단체장이 법 위반 사항이 포함된 민원을 적극행정으로 요구하면 담당자가 거부하기 어려워 자칫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또한 지자체 공무원들은 절대적인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야근, 휴일 근무가 만연한 가운데 본인의 업무를 벗어나 적극행정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각 지자체는 매번 적극행정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우수사례를 분기별로 제출하고, 월별로 추진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부서별로 제출을 강제하고 단체장의 공약사업이나 관심사업 중심으로 (적극행정 페이퍼를) 제출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현장의 상황이라고 김정수 수석부위원장은 말했다.

적극행정 제도개선방안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인력확대 ▲적극행정 전담부서 설치 ▲구체적 우수사례 및 컨설팅 사례 공유 ▲적극행정에 대한 포상 등이 제시됐다. 김정수 수석부위원장은 “창의적이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라는 개념 자체는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의 높은 자긍심과 긍지가 있어야 한다. 과중한 업무로 쫓기듯 업무를 처리하는 공직자에게 무조건적 행정서비스 요구는 또 다른 압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자체단체 공무원 인력을 확대하고, 적극행정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전국의 공무원들이 공감하고 좋은 사례로 추천될 경우 본인뿐 아니라 함께한 공무원들에게도 포상이나 인센티브를 줘 적극행정에 대한 긍정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개혁 방향은 ‘융합형 정부’ 돼야
정부 평가에 시민참여도 필요

박수정 사무총장은 시민의 관점에서 공직사회를 바라보고, 앞으로 공직사회 운영에 몇 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먼저 박수정 사무총장은 “발제자가 제시한 적극행정 촉진을 위한 공직 전문성 관리방안인 CS교육의 강화, 공직가치 교육의 재검토 등의 방안은 공공수요에 따른 공직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고 보고 이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인사행정의 목표는 지속적으로 사회변화와 행정수요의 변화에 따라 발전될 수 있어야 함과 동시에 (공무원의) 근무의욕이나 사기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게끔 도와야 하는 것”이라며 “공직사회에 대해서도, 공직가치와 바람직한 공직자상의 정립, 그 내면화와 체화를 통한 자구적 노력, 능력발전을 위한 각별한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 참여와혁신DB

박수정 사무총장이 말하는 공직사회 혁신의 방향과 분야는 ▲융합형 정부, 협업체계의 지향 ▲공공부문 소속원들의 자율혁신을 위한 정부 업무평가 체계의 개선 ▲평가에 있어 시민참여의 영역과 방법의 제시 ▲실천적 매뉴얼, 소통의 변화 ▲재정분권을 위한 노력 ▲규제개혁 등이었다.

특히 박수정 사무총장은 “정부업무평가에 있어 각 평가의 과정에 국민들이 실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영역과 방법의 제시가 필요하다”며 “일반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토대는 문재인 정부에서 조금 보완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부혁신평가나 적극행정, 지역혁신평가 등 부문별 과제별 단순 참여에 그쳐 실효적이지 못했다”라며 시민참여의 필요성을 말했다.

토론자들의 발표를 들은 예종원 인사혁신처 적극행정과 과장은 “경청을 위해 나왔다”며 “인사처 등에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들을) 충분히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앞선 6월 공직사회 행태와 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공직문화 혁신방안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무원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익·실용·공정·상식이라는 국정운영원칙을 적극 실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의식·행태 변화 등 근본적인 공직문화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인사혁신처의 의견이다.

이에 좌장을 맡은 서원석 교수는 “인사혁신처의 로드맵 마련에 오늘 토론 내용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계의 포괄적인 입장, 현장 공무원의 문제제기와 시민이 생각하는 개혁방안이 토론회에서 충분히 나온 것 같아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유익한 내용들을 시스템으로 만들어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의견들이 추진되려면 정치와 행정, 공무원, 국민 모두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