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본드 앞세워 엔화 영향력 키워
사무라이 본드 앞세워 엔화 영향력 키워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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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경제질서 속 통화 통합 노림수

IMF이후 국내의 금융 시장은 전면 자유화돼 은행권 및 제2금융권의 외국인 지배가 이미 강화됐다. 때문에 한일 FTA에서 금융 시장의 개방은 큰 쟁점이 아니다.
오히려 양국의 금융부문 관련 논의는 통화 협력에 초점이 있다.

 

한일 FTA 공동연구회 보고서는 ‘아시아의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양국 간 통화스와프 매커니즘이나 아시아 역내 통화 활용 등을 통해 양국 간 또는 지역 수준의 금융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히고 있다. 통화 스와프 매커니즘이란 두 나라가 필요에 따라 자국의 통화를 상대국가의 통화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 불안 등의 외환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통화 전략이다.

양국 공동 보고서와는 달리 일본의 아시아경제연구소가 2000년 발표한 ‘일본의 FTA 전략’ 보고서에는 양국간 통화금융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엔의 국제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금융경제연구소 이찬근 소장은 “양국의 통화 협력 강화는 명분일 뿐 사실상 엔화의 지배력 강화라는 일본의 포석이 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IMF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아시아 국가 은행들의 외부차입금 중 일본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의 비율은 태국 54%, 인도네시아 39%, 말레이시아 36% 등 절반에 가까웠고 한국도 23%를 일본으로부터 빌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은행들은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97년 한해에만 210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당시에 해외차입의 상당부분을 제공한 일본은행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과정에서 이익만 챙겼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는 일본의 통화협력 요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힘을 싣는 근거다.

 

사금융 시장, ‘악마의 포식’
일본이 FTA 체결 이후 사무라이 본드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경기회복 조짐과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이미 사무라이 본드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2003년 4월 일본정부가 사무라이 본드 발행요건을 대폭 완화, 이 시장의 회복을 제도적으로 받쳐주고 있다.

 

한신대학교 국제학부 이해영 교수는 “사무라이 본드 시장이 확대되면 양국에서 엔 통화의 실질적 사용량이 증가해 결국 통화종속을 심화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지배가 강력하다. 일본계 사금융 업체의 대표주자인 A&O크레디트, 프로그래스, 해피레이디, 파트너크레디트, 여자크레디트, 예스캐피탈 등은 대표이사가 모두 같은 거대한 그룹체제로 자산규모가 5천여 억원에 달한다. 

일본계 사금융은 현재 국내 지하금융의 ‘형님’격이다.
한일 FTA 체결로 인한 제조업의 대일 종속도 심화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통화 및 채권, 사금융 시장에서의 일본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