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경험에서 함께 사는 길 배운다
다른 경험에서 함께 사는 길 배운다
  • 김종휘 하자센터 기획부장
  • 승인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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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목표와 경쟁에 ‘창의’는 사라진다
여럿이 몸으로 부대끼는 진한 경험 늘어야

김종휘
하자센터 기획부장, 노리단 단장, 문화평론 및 기획
저서 <아내와 걸었다> <일하며 논다, 배운다> <내 안의 열일곱> <너 행복하니?> 등
지난 한 해 동안 이 지면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주제로 연재글을 실었습니다. 먼저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20가지 공통점” 5회 연재, 이어 “촛불집회를 통해서 살펴본 청소년들의 자발적 성장” 5회 연재.

글을 접하신 독자들께서 부모이자 교사로서 혹은 인생의 선배로서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계하는 태도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으셨을지 궁금하네요. 그간의 제 이야기가 얼핏 보면 입시의 쳇바퀴를 벗어나기 힘든 대다수 청소년들의 냉정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적용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읽혔을 수 있지 싶어서 제 궁금증이 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구호로는 경제 못 살리듯이

그러나 2009년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저는 좀 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잘못된 가치와 작동 방식이 종점에 거의 다다르지 않았나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지금 “경제를 살리자”는 패러다임 갖고는 그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지요. 세계 곳곳에서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경제가 아니라 우정과 환대의 경제에 대한 새로운 발상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우정과 환대의 경제란 “경제를 살리자”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고, 서로 남남이 되고 적이 된 너와 나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나오는 것입니다.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한 돌아보기는 이런 것이겠지요. 같은 직장의 상사와 부하 직원, 우리 집과 옆 집, 이 학교와 저 학교, 도시와 농촌,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국민소득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등의 관계가 파탄이 나서 각자 제 살길 찾자고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위기의식에서 나오는 관계의 새로운 회복입니다.

그 회복을 가로막지 않고 촉진하는 경제가 무엇인지 하는 모색이지요. 이 모색이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나 “1%가 99%를 먹여 살린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걸 다 알게 되었으니 다른 경험들에서 나온 사례들을 보며 배우게 되는 겁니다.

너 죽고 나 살기 아닌 함께 살기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입시 시험의 높은 점수 따기와 명문대 들어가기로 요약되는 현재의 줄 세우기 초중고 교육 역시 공교육과 사교육을 포함해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것 같거든요. 최종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맨 앞에서 1등으로 달려온 사람부터 차례대로 뒤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인파에 밀려 압사하게 될 겁니다.

이런 참극을 피하려면 결국엔 우리 교육에서도 대대적인 유턴을 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나만 살고 너만 죽는 그런 길은 이제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함께 사는 방법, 그것은 교육에서도 적이 되어버린 너와 나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나오겠지요.

1등과 꼴찌, 강남과 강북, 우리 학교와 경쟁 학교, 인문계와 실업계, 서울과 지역, 교사와 학생, 진보와 보수 등의 파탄이 나버린 관계를 회복하려는 일들이 일어날 겁니다. 이것은 “경제를 살리자”와 마찬가지로 “교육을 살리자”는 구호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거예요.

봉재석 기자 ⓒ jsbong@laborplus.co.kr
우리 교육도 공룡의 거대한 파멸을 피하기 위해 결국 다른 경험들에서 배우게 될 겁니다. 내 자녀와 이웃집 자녀가 시험 점수와 명문대 입시의 우열 게임이 아닌 우정과 환대의 상생 관계를 배우면서 공부하는 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2009년 올해 우리 사회의 교육 정책과 현장의 모순이 더욱 극에 달할수록, 저는 새로운 관계 회복의 움직임들이 그만큼 더 가까이 다가와 우리들에게 손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 생각에 공감하신다면, 2009년 새해에는 내 자녀나 내 학생과 함께 그 아이들의 초중고 청소년 시기가 다 가기 전에 새롭게 공유해볼만한 관계의 회복이 무엇인지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부모와 자녀든, 내 자녀와 엄친아든, 공교육과 사교육 울타리 바깥에 있는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든, 자연 속으로든, 집-학교-학원의 쳇바퀴에서 나와 우정과 환대로서 관계를 맺고 소박하게 내 몸과 마음으로 웃어볼 수 있는 그런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그 경험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지금과 다른 20대와 30대 청년기의 삶을 꾸려갈 새로운 힘을 기르고 지혜를 얻을 것입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