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형 지역일자리 ‘시즌2’, 어떤 방향으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시즌2’, 어떤 방향으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2.09 09:27
  • 수정 2022.12.09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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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지역일자리 포럼’ 3부
‘환경변화에 따른 상생형 지역일자리 발전 방향’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은 “그냥 지역에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면 되지를 넘어선 기획”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Top-down) 일자리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주체가 사회적 대화(상생협약)를 통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은 내년이면 5년차를 맞는다. 지난 2일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노사발전재단이 개최한 ‘2022 지역일자리 포럼’에선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성과와 과제가 논의됐다. 포럼 참석자들은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방향이 더 지역 중심으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지역 차원의 ‘내생적 성장’을 기다리기 위한 충분한 시간, 제도 유연화 등의 요구와 중앙정부가 지원을 위해 내거는 사업 기한, 투자금액 등 ‘외생적인 조건’ 간 긴장 관계를 조화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 노사발전재단
지난 2일 열린 ‘2022 지역일자리 포럼’에서 배규식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 노사발전재단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4년
성과와 보완 과제

이날 포럼에서 배규식 박사(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는 ‘환경변화에 따른 상생형 지역일자리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배규식 박사는 각 지역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과정을 단계별로 조사·분석하고, 사업 참여자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성과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상생형 일자리의 성과는 ‘지역 특화 산업·업종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배규식 박사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통해 지역노사민정이 맺은 상생협약을 지렛대로 새로운 투자 모멘텀을 만들어 괜찮은 일자리 창출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여러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성과가 광주를 중심으로 투자, 고용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밀양, 부산, 구미 등에서도 투자가 진행돼 고용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등 성공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점진적 쇠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와 자신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지역주도적 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다는 점도 성과로 꼽혔다. 배규식 박사는 “그간 중앙정부가 기획한 각종 사업과 프로그램을 지방정부가 이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이원화된 구분(구상과 실행의 구분)에서 벗어났다”며 “중앙정부가 사업 기준을 마련하되 지자체가 사업 발굴, 기획을 해야 하는 구상기능과 상생협약, 사업준비, 사업선정 후 이행 등 실행기능까지 해야 해 지역 주도성이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통해 구상과 실행 역량을 증명한 광주시의 경우 중앙정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과 유사한 형태로 지자체 재정을 이용해 광주형 일자리 기업 발굴과 컨설팅 지원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월 기준 18개 건에 대한 지원이 있었다. 

사업 과정은 곧 ‘지역주체들의 역량 축적 기회’이기도 했다. 배규식 박사는 “연구를 통해 살펴본 11개 지역 거의 모두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학습이 이뤄졌고 역량이 축적됐다”며 “지자체 공무원, 지역의 전문가, 기업과 노조들은 산업과 지역에 대한 심층적인 학습, 상당한 조정과 협력 경험, 기획, 문제 해결 역량을 쌓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는 향후 지역 주도의 사업 기획, 사업 수행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사업 선정 기준 맞추기 중심 △사업 선정 후 상생협의 동력 상실 △상생협의회(노사민정협의회)의 미흡한 운영 등은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보완 과제로 꼽혔다. 

토론자들이 지난 2일 열린 ‘2022 지역일자리 포럼’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노사발전재단
토론자들이 지난 2일 열린 ‘2022 지역일자리 포럼’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노사발전재단

상생형 일자리조차 양극화 
중소기업도 참여 기회 확대해야

이어진 토론에선 다양한 사업 개선 방향이 제시됐다. 우선 중소기업에도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3년 내 투자 200억 원과 고용 100명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사업 선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대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현철 군산대학교 융합창업기술학과 교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은 투자 기업 중심으로 돼 있다. 투자 기업이 중심이 되면 당연히 대기업, 대규모 투자 중심이 된다. 중소기업이 연합체로 투자해도 결국 규모가 커져야 상생형 일자리가 되는 구조”라며 “그렇게 되면 지역 간 능력 차이에 의한 격차가 발생한다. 상생형 지역일자리조차도 지역 간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현철 교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투자 기업 관점에서 지역 기업 관점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동차 산업 중심이 아닌 여타 제조업, 농수산품 가공, 서비스업 등에서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며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해당 지역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로 기능하는 사업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현철 교수는 군산형 일자리의 추진 단장이기도 하다.

배규식 박사도 “사업에 지역(특히 기초자치단체)의 중소기업들이 선정될 수 있도록 요건을 대기업형과 지역 특화 중소기업연합형으로 구분해 후자에게는 요건(투자액·고용규모)를 완화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노사발전재단
김종한 경성대학교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 ⓒ 노사발전재단

속도 느린 지역도 
충분한 기다림 필요

구상과 실행 역량을 축적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을 더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산형 일자리를 지역과 함께 준비한 김종한 경성대학교 경영금융물류학부 교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은 지역의 여건 속에서 지역이 주도적으로 기획·구상해야 하는데 작은 단위산업도 아니고 지역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해서 굉장히 어려운 사업”이라며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지자체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김종한 교수는 “이 사업이 너무 3년 이내 투자금액과 고용계획이라는 양적 성과에 치중하지 않았나 싶다. 3년 안에 신생법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엔 너무 많은 현실 속의 변수가 있다. 특히 투자 기업 입장에서도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도 못 했다”며 “3년을 기본으로 하더라도 5년, 10년 등 단계적인 목표를 잡고 지역의 시행착오를 고려하는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좌장을 맡은 김주일 한국기술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도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은 진짜 버텀업(Bottom up·상향식)이다. 그래서 어렵다”고 덧붙였다.

ⓒ 노사발전재단
김현철 군산대 융합창업기술학과 교수 ⓒ 노사발전재단

김현철 교수는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한) 군산형 일자리는 자동차 부품도 아니고 전기차만 하고 있어서 사업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군산의 고용률은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이 군산을 떠난) 2018년 51%에서 올해 56%가 됐다”며 “상생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사업 추진이 느리게 되는 것 같아도 전기차 산업의 집적효과를 기대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모여들어서 고용률은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여러 효과도 고려해 3년이라는 조건을 좀 더 장기간으로 확대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재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진흥과 과장은 “사업을 담당하며 고민스러운 지점은 지역별로 속도와 성과가 차이가 난다. 공교롭게도 광주, 구미, 부산 등 대기업·중견기업이 끌고 나가는 곳은 비교적 잘되고, 밀양·횡성·군산 등 중소기업 위주는 성과가 다소 더딘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가시적인 성과가 빨리 드러나는 지역이나 기업 위주로 지원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이 남는다. 더딘 지역도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사회에서 소위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지역도 열심히 격려하고 응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재은 과장은 “투자와 고용 조건에 관한 지적 관련해선 사업을 정성적으로만 평가하면 선정의 공정성 문제 등이 있다. 과도한 정량 평가는 완화하면서 최소한 정량 조건은 유지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며 “3년의 사업 기간이 짧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 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 노사발전재단
김재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진흥과 과장 ⓒ 노사발전재단

공무원 인사와 지자체장 의지
사업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지방 공무원들의 인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배규식 박사는 “상생협약 체결과 사업 선정 과정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승진, 전보 뒤 후임 공무원들은 사업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인수인계받아서 사업의 지속성, 책임성, 전문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사업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승진이나 전보한다면 후임 공무원들이 원래 담당 공무원과 6개월 정도의 사업 인수인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교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추진에 있어서 담당 공무원도 중요하지만 사실 지역에선 지자체장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이 바뀌면 추진되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장을 찾아가서 이 사업이 어떤 정신과 희망으로 지역에서 만들어가려는 사업인지 설명하고 지자체장이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각 부처와 지역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필요성 제기

사업의 컨트롤 타워가 강화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연구하면서 보니 지역의 자발성, 내재성 강화 측면의 접근과 중앙정부가 내거는 지원 조건 등 외생적인 요인 사이에 긴장이 계속 있다”며 “지역은 나름대로 독자성 등을 주창하면서도 사실 역량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 이를 중앙정부가 보완하면서도 다른 지역과 형평성, 사업의 취지 달성 등을 잘 조화시켜야 하는데 쉬운 과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있었던 일자리위원회 같은 곳이 사업의 헤드쿼터로써 다양한 부처를 조율하며 지역마다 관심을 두고 사업을 끌어내는 장면을 많이 봤다. 사업의 헤드쿼터가 필요하다”며 “물론 산업부의 담당 공무원이 있지만 담당 공무원의 의지와 전체 시스템을 만드는 건 다른 문제”라고 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상생형 일자리는 ‘그냥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면 되지’를 넘어선 기획”이라며 “이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업이 기술적으로만 흐르지 않고 이 가치를 중심으로 유연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지역의 주체들과 중심을 잡아주는 기관에서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김주일 교수는 “지역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조정과 학습 과정을 통해 지역의 사회적 대화도 레벨업되는 것 같아서 반갑다”며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시즌2가 제대로 준비돼서 잘 진행됐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