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해고...부당해고에 진심인 화인파트너스?
2년마다 해고...부당해고에 진심인 화인파트너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2.12.13 18:22
  • 수정 2022.12.13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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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020년, 2022년 2년마다 해고 당한 강소연 씨
구두 철회, 합의서 통한 사과 이후 또다시 계약만료 통보
쉬운 해고 뒤엔 거대 기업의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 꼼수 있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열린 '화인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열린 '화인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화인파트너스가 소유·관리하는 건물에서 2015년부터 회계 업무를 해온 강소연(60) 씨는 정규직인데도 별다른 이유 없이 총 3번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이면서도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사업장을 분리하는 기업을 고발하는 일을 해오고 있는 권리찾기유니온(위원장 한상균)은 강 씨의 해고 뒤엔 거대 기업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만들기' 꼼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 씨와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이면서도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기준을 완화해주는 법을 악용해 부당해고를 자행하는 화인파트너스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화인파트너스는 국내 100대 그룹에 속하는 선명 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화인파트너스는 투자전문회사로 부동산 임대업도 겸하고 있다. 강 씨는 화인파트너스에서 부동산 임대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관리를 위해 따로 설립한 회사 '선프라자 관리사무소'의 직원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의 주장에 따르면 선프라자 관리사무소는 화인파트너스가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유령 회사다. 선프라자 관리사무소의 대표는 화인파트너스 인사팀 과장이었고, 직원의 채용, 인사, 징계, 노동 조건은 모두 본사인 화인파트너스에서 결정했다고 권리찾기유니온은 말한다.

2018년 강 씨는 선프라자 관리사무소로부터 처음 해고당했다. 회사가 내세운 사유는 다른 노동자와 불화였지만, 제대로 된 이유는 아니었다고 강 씨는 이야기한다. 실제로 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강 씨의 항의를 받은 선프라자 관리사무소는 구두로 해고를 철회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0년 강 씨는 두 번째 해고를 당했다. 당시 강 씨의 해고 사건을 대리한 하은성 권리찾기노동법률센터 노무사는 "화인파트너스의 사업장 쪼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선프라자 관리사무소의 직원은 총 6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속 청소원 2명을 외부 용역업체 소속으로 변경시켜 선프라자 관리사무소를 4인 사업장으로 만들었다. 청소원들은 소속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같은 일을 했다.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볼 여지가 충분했다"며 "그 후 강 씨를 해고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된 후여서 해고 사유가 없어도 해고가 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해고를 당한 강 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2020년은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운동'을 시작한 해였고, 강 씨의 사건은 권리찾기유니온이 공동 고발한 사건 중 하나였다. 이를 통해 강 씨의 부당해고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사측에서 부담을 느꼈는지 강 씨에게 부당해고에 대한 사과와 함께 원직 복직, 정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등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2021년 새해 첫날 복직했다.

강 씨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강 씨는 선프라자 관리사무소 관리소장이 사측에 부당 해고를 당한 강 씨를 도와주기는커녕 집요하게 괴롭혔다고 말했다. 강 씨는 "관리소장은 '너를 그만두게 하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폭언은 점점 심해졌다. '주둥이를 찢어버릴라',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 이 돌대가리야' 등의 말을 서슴없이 했다. 다른 직원에게 나를 차별대우하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 사무실이 지하 주차장과 인접해 있어 자동차 매연에 자주 노출되는 탓에 상시적으로 환풍기를 작동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소장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환풍기를 꺼둘 것을 지시하곤 했다. 그 이후로 깨끗하던 피부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났다"고 말했다.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진단받은 강 씨는 현재 만 2년 가까이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당시 강 씨는 회사와 약속에 기대를 걸고 여러 차례 화인파트너스에 직장 내 괴롭힘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화인파트너스 측은 '본사(화인파트너스)가 선프라자 관리사무소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 후, 2022년 3월 돌연 선프라자 관리사무소의 사업주가 변경됐다. 강 씨의 사건을 맡은 여수진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그전에는 본사(화인파트너스) 과장이 돌아가며 선프라자 관리사무소의 사장을 맡는 식으로 가짜 5인 사업장을 만들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사업주를 용역업체 소속으로 바꿔 노골적으로 자신의 사업장이 아닌 척하려는 거다. 사업주만 바뀌었을 뿐 노동 조건 등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수진 노무사는 "용역업체로 사업주가 바뀌고 4일 후, 용역업체 사장이 사람을 3명이나 데리고 강 씨가 혼자 있는 사무실을 찾아왔다. 다짜고짜 사직서와 3개월 기간제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사장은 '나중에 실업급여를 편하게 받도록 해주려고 쓰는 계약서다'라며 강 씨를 회유했다. 백지를 주며 사직서 문구를 직접 불러주기도 했다"며 "당혹감을 느낀 강 씨는 자신이 3개월 뒤에 계약 만료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3개월 후 그는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강 씨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현재 사업주 변경 이전과 다름없이 일하고 있다.

여수진 노무사는 "계약서에 담긴 내용이 당사자의 진짜 의사가 아닌 경우 법원은 그 계약을 무효로 보고 있다"며 수년간 부당해고로 싸워온 강 씨가 3개월 계약직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강 씨의 진의라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사나 노무사같이 법률관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위·수탁 관계에서 진짜 사장이 누군지 알기 힘들다"며 강 씨가 용역업체 사장으로부터 부당한 계약을 강요당했음을 강조했다.

강소연 씨는 "수년간 말도 못 하게 힘들었다. 소장이 괴롭혀도, 회사에서 무언의 압박이 들어와도 부당하게 쫒겨날 순 없다는 생각 하나로 이 악물고 버텼다. 그런 내가 왜 자의로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겠나. 용역업체 사장은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볼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권리찾기유니온 측은 강 씨의 사례를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를 통한 근로기준법 회피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강 씨의 사건 외에도 총 130건(12월 13일 기준)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사건을 부당해고 구제신청 및 고발했다.

강 씨는 지난 8월 30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강 씨와 사측은 13일 열린 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화해 권고를 받았다. 이후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화해안을 강 씨와 회사 양측이 수락하면 화해는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강 씨 측은 "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은 62년생인 강 씨의 정년을 60세가 되는 올해까지로 보고 남은 정년까지의 임금상당액인 '5개월분의 급여'를 화해안으로 제시했다"고 알려왔다.

한편, 화인파트너스의 인사과장으로서 선프라자 관리사무소의 사장직도 맡았던 김상현 씨는 강 씨 주장의 사실 여부를 묻는 참여와혁신의 질의에 "사건이 진행 중이라 어떤 질문에도 답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화인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화인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열린 '화인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에서 화인파트너스 해고노동자 강소연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열린 '화인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에서 화인파트너스 해고노동자 강소연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열린 '화인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화인파트너스 해고노동자 강소연 씨와 하은성 권리찾기노동법률센터 노무사가 화인파트너스 측에 제출할 '합의 이행 및 복직 면담촉구서'를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열린 '화인파트너스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화인파트너스 해고노동자 강소연 씨와 하은성 권리찾기노동법률센터 노무사가 화인파트너스 측에 제출할 '합의 이행 및 복직 면담촉구서'를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