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사업자, 현실은 노동자... '가짜 3.3' 노동자, 전 산업에 만연
계약은 사업자, 현실은 노동자... '가짜 3.3' 노동자, 전 산업에 만연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1.18 15:41
  • 수정 2023.01.18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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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통해 밝혀진 가짜 3.3 노동자의 현실
전 산업에 만연...구직 과정 후에야 위장고용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권리찾기유니온
권리찾기유니온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권리찾기유니온

실질적으론 사업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계약상으론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노동자, 이른바 '가짜 3.3' 노동자가 모든 산업과 직종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3은 개인사업자에게 원천징수하는 사업소득세 3.3%를 의미한다.

권리찾기유니온(위원장 한상균)은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회는 권리찾기유니온과 정혜영·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후원했다.

근로기준법 11조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의 적용을 면해주고 있다. 이 조항은 영세한 사업장의 원할한 운영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소속 노동자를 '가짜3.3' 노동자로 만들어 사업장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꼼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권리찾기유니온은 2019년부터 꾸준히 '가짜 3.3' 과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문제제기의 일환으로 '가짜 3.3'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노동실태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실시됐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6월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는 노동자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태조사 결과 '가짜 3.3' 노동자는 노동자의 인적 특성과 업종·직종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표준산업 중분류 77개 업종 중 66개 업종에서, 또 한국표준직업 중분류 52개 업종 중 48개 직종에서 '가짜 3.3' 노동자가 나타났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는 일부 산업의 특정 직군을 중심으로 전파됐다. 하지만 가짜 3.3 고용은 그런 구분도 없이 전산업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영세 사업장에서만 '가짜 3.3' 노동자를 위장고용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가짜 3.3' 노동자는 사업장 규모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가짜 3.3' 노동자 중 74.8%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25.2%의 '가짜 3.3' 노동자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짜 3.3'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탓에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가산수당·퇴직금 등을 제대로 받지 못 했으며, 연차나 휴게시간 등의 휴식도 보장받지 못했다. 아울러 '가짜 3.3' 노동자들은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등의 불이익도 겪어야 했다. 

4대보험 미가입 및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도 늦었다. 자신이 '가짜 3.3' 노동자라는 사실을 구직과정 이후에 인지한 비율이 71.4%나 됐다. 정진우 위원장은 "이번 조사 중 가장 충격적인 결과"라며 "자신이 개인사업자가 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취업해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이리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3.3' 노동자를 줄이기 위해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든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을 고용노동부와 국세청이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근로소득자만 계산하면 5인 미만인데, 사업소득자를 포함하면 300인 이상으로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의 사업체가 250개(2021년 기준)에 달했다. 이 중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의심되는 72곳을 근로감독하니 12개의 업체가 근로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신고하고 있었다"며 '가짜 3.3' 노동자를 사용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와 국세청 차원의 더 적극적인 실태 파악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은주 의원은 "가짜 3.3 노동자 문제는 결국 근로자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작년부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근로자의 범위를 넓히는) 노조법 2조 개정, 이른바 노란봉투법 제정에도 관심을 쏟아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오늘 이 토론회가 다룬 가짜 3.3 노동자 문제가 앞으로의 노동투쟁 전선에 있어서 최전선을 이루는 테마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짜 3.3 노동자 문제를 노동개혁의 주요 의제로 만드는 것에 정의당도 항상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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