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시대, 일터 교육훈련을 다시 고민한다
복합위기 시대, 일터 교육훈련을 다시 고민한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3.07 11:18
  • 수정 2023.03.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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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적인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한국노총 ‘노사공동훈련 필요성과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 열어

리포트_위기의 시대, 노사공동훈련의 필요성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뿐 아니라 일터에서도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투자, 시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가 지름길이다. 기업에게는 성장을,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상 수준을 높일 기회와 일자리 안정(안정적 이직 포함)을,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을 위한 지름길이다. 그래서 사람 투자, 일터에서 교육훈련은 사회적 의제이고 고용노동정책의 큰 축을 담당한다.

요즘을 일컫는 복합위기 시대(경제위기, 산업전환, 고령화 등)를 넘어서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시 일터 안 교육훈련을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기존의 일터 교육훈련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 2월 14일 ‘노사공동훈련 필요성과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고 1년 동안 진행한 5개 산업의 노사공동훈련 연구 결과와 노사공동훈련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더 나은 연구 결과를 만들기 위해 발표 이후에는 초청 토론자들의 제언을 들었다.
*5개 산업에 대한 노사공동훈련 연구는 5명의 책임연구원이 나눠 진행했다. 금융산업-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자동차부품산업-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석탄화력발전산업-허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영화산업: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노무사, 요양보호 및 간병업: 박성국 한양대학교 박사

대표 산업을 통해 본
교육훈련 현실

① 금융산업
금융산업은 스마트뱅킹으로 대표되듯 일찍이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권 진출로 디지털 기술 경쟁의 시대에 돌입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점포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IT인력 중심의 채용이 늘었다. 이에 따라 디지털 분야로 교육훈련의 내용도 변화하고 있다.

한편 금융산업 내 노동자들의 교육 관심도는 높은데, 업무 수행이나 승진을 위해서 각 직급별로 금융 관련 필수 자격증이나 학점취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육훈련도 상당 수준 기업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위한 직무전환 교육, 퇴직예정자를 위한 이·전직 교육훈련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발제에 대한 토론자로 나선 김중한 금융노조 금융정책국장도 조사 결과에 동의하면서 “금융노동자들의 교육훈련은 잘 이뤄지고 있으나 업무나 승진을 위해 필요한 자격증과 학점만을 취득하는 데 집중돼 있어, 교육훈련의 다양화와 숙련 심화 등은 모자라다”고 덧붙였다.

② 자동차부품산업
자동차부품산업은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주요 제조 산업임과 동시에 산업전환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산업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등 스마트카로의 완성품 변화는 기존 일자리 및 직무 통폐합의 결과를 초래하고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다만 새로운 일자리와 직무가 만들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산업전환에 대비한 교육훈련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나 현재 자동차산업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을 NCS 분류에 따라 구분해보면 전기차, 연구개발, 제품이해교육, 기타 미래차 관련 직무교육은 NCS 능력 단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훈련 준비를 위한 바탕이 준비되지 않은 셈이다. 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산업전환에 따른 교육훈련의 필요성을 느끼나 노동조합에서 이를 인지하고 교육훈련에 반영할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단체의 경우 교육훈련에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재직자 교육 시 대체 인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 우려, 교육훈련에 투자하면 더 조건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것이라는 걱정이 한몫했다. 이는 다른 산업의 중소기업군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덧붙여 토론자로 나선 나병호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부품사는 당장의 경영 여건이 어렵고 노동자들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먼 미래의 일로 인식함에 따라 퇴직을 앞둔 노사 의사결정자들의 교육훈련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③ 석탄화력발전산업
석탄화력발전산업은 탄소중립 정책, 정의로운 전환으로 가장 빠르게 노동의 모습과 고용의 형태가 바뀌고 있는 산업이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고용은 물론 재직자의 일자리도 사라질 예정이다. 특히 발전설비 운전 및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한전산업개발은 위기 최전선에 서 있는 당사자다. 고용 인원 3,084명 중 운전·정비를 맡고 있는 인원이 2,826명으로 대부분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없어지면 발전설비를 운전하고 정비할 일이 없으니 이들을 위한 전직 및 직무전환 교육훈련 제공이 시급하다.

석탄화력발전산업 교육훈련 조사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조사한 바와 같이 산업전환으로 일자리 갈등이 가장 큰 산업군”이라며 “석탄환력발전소 폐쇄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규모는 대략 5만 명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재직자 직무전환 교육훈련이 필요하나 교육훈련이 실제 직무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고, 그러다보니 교육훈련 유인효과와 실제 효과는 미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인데, 폐쇄예정인 석탄발전소의 90%는 발전공기업인 반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민간이 주도함에 따라 고용흡수력이 낮다는 게 남태섭 정책기획살장의 분석이다.

④ 영화산업
영화산업은 외부노동시장이 발달한 대표적인 업종으로 영세한 영화제작사들이 영화 스태프들을 단기 고용하면서 사업장 수준의 교육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영화아카데미를 통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면접조사 결과 노사단체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영화 스태프 양성을 위한 초급과정, 재직자 교육훈련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으로는 영화 스태프라는 자신의 직업을 바라보는 영화 스태프 노동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감독이 되기 위해 거쳐 가는 직업으로 영화 스태프를 인식해 40대 중반 이후 감독이 되지 못하면 다른 직군으로 이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후에도 영화산업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이 81.2%에 달했다. 영화 스태프를 전문 직업인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직업 생활과 단기 고용으로 노동시장 외부에 있을 경우 재진입을 위한 향상 기회 제공을 위해 제대로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발제에 대한 토론자로 나선 문병석 IT사무서비스노련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영화스태프의 경우 조사 결과 수준이 떨어지나 교육훈련은 진행되고 있고, 반면 보조출연자는 교육훈련체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의 경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이 없을 때는 교육받기보다는 다른 직종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기 때문에, 생계 유지의 제도적 고민 없이는 교육훈련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⑤ 요양보호 및 간병산업
요양보호 및 간병산업의 경우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일할 사람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자격증 취득 이후 재직자 훈련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숙련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고,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임금(저임금)이 동일해서 교육훈련이 임금 및 직급 상승의 기회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요양보호라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노하우와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업무능력 향상 교육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많았다. 제도적인 한계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무 보수교육은 월 60시간 이상 근무한 재가기관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급여제공지침 보수교육도 장기요양시설 평가에 반영될 뿐 법적 의무대상이 아니다. 토론자로 나선 박양주 공공사회산업노조 국장은 “교육훈련을 통한 중간관리자 승급제도를 도입해 교육을 통해 자신의 경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저임금 직군으로 교육훈련 시 공백에 대한 교육수당 지급도 검토돼야 한다고 봤다.

노사공동훈련 제도화 방향은?

노사공동훈련 제도 개선 방향을 발제한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교육훈련 기회가 제한적 △사용자 37.4%는 노동자의 직무능력 향상 지원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 △교육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필요 숙련과 역량 갖춘 노동자 채용을 선호 등이 실태조사로 나타났다며 “현재 직업능력개발 훈련 체계에서는 재직자 훈련 참여가 쉽지 않은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 투입 측면에서도 향상 및 이·전직 교육훈련(재직자 교육훈련)보다 노동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시키는 양성훈련 비율이 높았다.

과거 산업 성장 시기 필요 인력을 노동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양성훈련이 많이 진행됐다면 이제는 비중이 달라질 시기다.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으로 산업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어 재직자의 향상훈련이 보다 필요하다. 표준과 보통 수준의 사람이 많이 필요했던 시대는 지나고 창의적이고 전문화된 사람이 필요하다. 이에 송관철 연구위원은 △’교육훈련 공급자-양성훈련’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재직자 교육훈련 수요 맞춤으로 △작은 규모 사업장에서도 가능하도록 전환돼야 하며 직업능력개발훈련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사 리더십을 발휘하는 노사공동훈련 제도화의 방향성을 주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별 노사관계,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 등에 종속되지 않도록 초기업 노사단체 중심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노사공동훈련의 절차는 ‘훈련 수요조사-기획-실행-평가’로 이뤄지는데, 기존과는 다른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참여율 및 이수율 위주 평가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평가일 뿐이라는 뜻이다. 노동자가 교육훈련 참여율이 저조하면 이유는 무엇인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노사공동훈련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분석이 들어간 평가여야 지속가능한 노사공동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와 전달체계 제도화 방안에 대해 발제한 박운 워크디자인 전문위원은 직업능력개발훈련 거버넌스를 민간 주도, 수요자 중심이라는 방향성에 맞게 통합 재편해야 한다고 봤다. 10개 법률에 혼재 돼 있는 거버넌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언했다. 나아가 노사공동훈련원을 만들어야 하고, 지역별-업종별 위원회를 만들어 사업장-초기업-중앙 단위의 노사공동훈련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공동훈련 사업을 위한 독립계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거버넌스에 주체로 참여하는 노사 단체의 교육훈련에 관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사공동훈련원은 별도 독립기관을 설립하는 방법, 노사발전재단을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전자는 노사 참여와 정부 재정 지원이 없으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는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는 극복 지점이 있다.

박운 전문위원은 노사공동훈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향상 교육훈련 기회가 충분하면 노동자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나은 노동조건의 노동시장으로 이동 기회를 획득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
실효성을 더할 필요가 있다

물론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를 구축한다고 복합위기 시대를 대응할 순 없다.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에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교육훈련 작동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훈련뿐 아니라 임금 체계 즉, 보상 체계와의 연동 없이는 교육훈련이 효과가 없다. 2차 노동시장에 있는 경우 1차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가능성이 높다든지, 더 나은 임금 수준 혹은 승진이 보장돼야 교육훈련에 임할 동기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의 지역 중심성 강화도 고려해야 한다. 산업전환이 많이 일어나는 곳은 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다. 자동차부품업계, 석탄화력발전소 등의 분포 비중은 지역이 더 높다. 지역에서 이들을 어떻게 지역 내 노동시장에서 소화할지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지역 노사공동훈련 거버넌스의 역량과 더불어 교육훈련을 시킬 교육자도 지역에 다수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