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한 죽음 멈춰 달라” 국회 찾은 마루시공 노동자들
“비참한 죽음 멈춰 달라” 국회 찾은 마루시공 노동자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3.31 13:09
  • 수정 2023.03.31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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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구 동구 건설현장서 일하던 마루시공 노동자 숨져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일해와···‘가짜 3.3 노동자’라 노동법 적용도 안 돼
31일 오전 9시 30분 국회 소통관에서 ‘하루 13시간 노동 마루시공 과로사에 대한 입장발표 및 대책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과로에 시달리던 동료를 떠나보낸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국회에 “비참한 죽음을 멈추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31일 오전 9시 30분 국회 소통관에서 ‘하루 13시간 노동 마루시공 과로사에 대한 입장발표 및 대책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과로로 죽지 않고 일할 순 없나”고 물었다. 마루시공 노동자들은 아파트, 사무실, 공공시설을 비롯한 공간의 마루를 시공하는 일을 한다.

앞선 21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해링턴플레이스 신축 현장에서 마루시공 업무에 종사하던 노동자가 숙소에서 숨졌다. 고인은 지난 4개월 동안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7시까지, 주말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일했다. 주말 없이 한 달에 하루나 이틀만 쉰 것으로도 알려졌다. 마루시공 업무는 건설 공사에서 마지막 공정에 해당해 노동자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쫓겨 일해야 한다.

마루시공 노동자들은 사업주와 3.3% 사업소득세를 내는 계약을 맺은 이른바 ‘가짜 3.3 노동자’들이다. 위장된 자영업자가 된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다. 한 달의 반은 일용직 근로계약을 하고 나머지 반은 3.3% 계약을 맺는 등의 계약도 마루시공 업계에 만연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루시공 노동자들은 ‘과로사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하루 13시간 근무한다고 사실대로 기입한 내용이 수정테이프로 지워져 8시간으로 바뀌어버린 건강진단문진표는 우리의 진짜 죽음을 막아낼 수 있나”며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절박한 외침을 전해달라”고 밝혔다.

최우영 한국마루노동조합 위원장은 “4개월 동안 같이 일했는데 단 한 번도 우리 좀 쉬자는 말도 못하고 고인을 떠나보냈다. 고인에게 너무도 죄송하다”며 “제대로 된 사과도 없고 책임지겠다는 회사가 아무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멈추자고 나섰다. 8시간 넘는 연장근로부터 멈추고, 일요일 작업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은 전국 마루시공 노동자들의 불법하도급 실태를 조사하고, 파악된 모든 업체의 명단을 발표하는 등 권리 찾기를 위한 활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기자회견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권리찾기유니온,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가 함께 준비했다. 이은주 의원은 앞선 2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 청장에게 마루시공 노동자의 죽음을 알리고, 장시간 노동 등 사망 원인에 대한 기초조사 약속을 받은 바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마루시공 노동의 현실을 전체적으로 조사해 이분들이 노동자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지도하는 등 행정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마루시공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보장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관련 상임위에서 해당 문제점을 정부를 상대로 질의하고, 해결에 대한 다짐을 받아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