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고용 보장해야 대화의 문 열린다
총고용 보장해야 대화의 문 열린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02.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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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희망과 계기 부여할 때 위기 돌파 가능
상호존중과 배려 있다면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김종석 지부장

자동차업계가 심상찮다. 금융에서 시작된 위기가 건설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은 자동차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런 가운데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예측하기 힘들었던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는 하지만 기아자동차도 만만하지 않은 여건이다.

이 와중에 당선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김종석 지부장은 어깨가 무겁다. 김 지부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고용만큼은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9개월의 짧은 임기가 무색하게 산적한 현안에 둘러싸인 김종석 지부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당선을 축하드린다. 일반적으로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선택할 때 경영이 어려우면 강성 이미지를 주로 선택하는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가장 강성 이미지로 비춰지는 후보하고 결선을 했는데도 조합원들이 지부장을 선택했다. 조합원들의 선택이 어떤 의미라고 보는지.

"김종석이가 가장 세다고 소문났는데. (웃음) 항상 조합원들의 선택은 현명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겉으로 내용 없이 해선 안 된다. 조합원들의 선택은 그거다. 무분별하지 않고 준비되지 않고 아무런 정책적 대안도 없이 무조건적인 투쟁을 할 경우 이 상황 속에서 어려움이나 혼란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 추진력도 있고 투쟁경험도 있고 정책적 대안 있는 조직과 후보를 선택한 것 아닌가?"

-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지부와 지회를 분리했는데 그 결과를 보면 두 조직이 각각 세 곳씩을 집행하게 됐다. 집행을 하면서 이런 부분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조합원들과 직접적으로 밀접한 고용이나 생산 이런 내용들은 지부집중사업으로 배치해 혼란의 고리들을 사전에 차단을 시키겠다. 오히려 이원화 되면서 좋아진 부분도 있다. 러닝메이트 시절엔 단일조직이 집행하다 보니까 한 개 조직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힘들다고 할 때 그래도 우리 조합원들이 현명하게 두 개 조직에 3개씩 정확하게 분할을 해줬다.

어차피 지회 따로 지부 따로 평가받을 수 있는 상황들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 집행의 책임을 지고 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더 큰 힘들을 두 개 조직이 갖고 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장에 집행부 책상 놓겠다

- 임기가 9개월 밖에 되지 않는데, 짧은 기간 동안 많은 현안과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지.

"지금 시기에 자본이 노동에게 내놓을 수 있는 건 없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현장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어떻게 보면 자판기였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대로 성과 위주, 인기 위주 집행들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이 원초적, 기초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판단 하에 현장에 집행부 책상을 배치할 것이다. 그래서 조직부장들이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토론을 하고 의견을 받아서 노동조합 사업과 정책에 반영시킬 것이다. 야간에도 간부들이 번갈아가면서 퇴근하지 않고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생활하겠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준비를 하지 않으면 철저하게 밀릴 수밖에 없다. 노조는 아무리 ‘쎈 놈’이 지부장이나 위원장을 해도 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대응할 수 없다. 노동조합의 힘은 현장 조합원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노동조합으로 모아내는 사업을 진행하겠다.

아무리 어려워도 자본의 위기에서 오는 이 상황을 우리 노동자 일방의 희생을 담보로 돌파하는 것에 대해서 용납하지 않겠다. 아무리 어려워도 사람을 지키고 보듬어 안는 집행을 하겠다. 사소한 거, 양보할 마음은 있다. 다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우리 전체 구성원들에 대해 단 한명이라도 탄압이 들어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그 힘은 조합원들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현장에서 하겠다. 그렇게 사업을 집행하겠다."

- 기아차의 최대 현안은 아무래도 10/10 임금보장 문제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잔업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당을 받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조합 입장에서 10/10 임금을 요구하는 근거를 뭐라 설명할 수 있나.

"우리는 고정급 비율이 높지 않고 수당 같은 것들에 의해 임금이 채워지고 있는 시급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노동자들은 예전부터 월급제를 계속 주장해왔던 거다. 회사는 2009년 1월 1일부로 월급제를 시행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고정잔업 두 시간을 보장해주겠다고 그동안 회사가 합의를 해왔고 관례적으로 해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 하지 않고 놀면서 받아가는 의미가 아니라 그 두 시간이라는 잔업시간이 결국은 평소의 근무시간하고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중국하고 슬로바키아공장은 4시간, 6시간밖에 라인 가동이 되지 않는데 동일자본 하에서 그들은 월급제를 적용받고 있다.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은 심야노동하면서, 주야간 라인 타면서 잔업 1시간, 특근 하나 더하기 위해서 목을 매고 있다. 그럼 결국은 그게 실질임금이란 것이다. 잔업수당 개념이 아닌 실제 기본급의 개념으로 관례적으로 해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집행부 교체시기에 여론을 호도하고, 협의도 하지 않고 조합원들 퇴근시키는 것은 노사합의를 파기하는 일방적 행위인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단호하게 합법적인 투쟁경로 하에서 반드시 돌파할 것이다. 노사상생을 얘기하면서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가 잘못됐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시간 단축 통해 총고용 보장해야

- 작년 합의사항에 올해 9월에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한다는 게 있는데 전반적으로 물량이 모자라는 상황 속에 이게 가능하냐는 우려도 있다. 1개 조만 돌리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는지.

"어려울 때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총고용을 확보해왔다. 10여 년 전부터 주간2교대를 주장해왔는데 가장 큰 것이 심야노동 철폐였지만, 자동차산업이 재편되면서 잔업하고 특근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었다. 지금의 인원을 가지고 생산 체계를 가져가서는 결국 구조조정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서 총고용을 확보해내고 실질임금을 삭감되는 걸 월급제를 통해서 확보한다는 것이 노동조합 투쟁의 방향이었다. 2006년도에 합의를 이끌어낸 것인데 지금 자본이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하리공장 발전전망위원회 만들 것

- 지난해 집행부를 상당히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던 게 세일 앤 리스백 문제이다. 그것도 원래는 지난 연말까지 정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안 된 걸로 알고 있다. 그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직 회사의 경영 설명을 정확하게 받지 못했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이 잘 파악이 안 되고 있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사안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꺼번에 갚았을 때 10%의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는데 전 집행부 때 회사에 재협의를 하자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협의할 생각을 갖고 있다. 설비를 담보로 대출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 금액을 갚지 않으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회사를 매도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발상으로 보면 안전장치가 돼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노사가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회사가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불안해하는 부분은 ‘기아차 소하리공장 발전전망위원회’를 통해 돌파해 나가겠다. 소하리공장 주변으로 아파트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고 조합원들이 심리적 압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 회사, 광명시의회, 지역 국회의원 그리고 각 정당, 지역에 있는 상가번영회 이런 단위들과 함께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리겠다.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의 발전을 통해서 지역주민들도 함께 발전하는 이런 구조를 만들겠다. 소하리공장을 도심 속에서도 지역 주민과 발전해나가는 공장으로 만들기 위한 제안을 지역 주민부터 시작해서 정당에 하고 있다."

- 전임 지부장은 신차발표회에 참여한다든지, 기아자동차의 경쟁력에 있어서는 협조입장을 밝혔다. 그런 기조는 유지가 되는 건가.

"노사관계는 상호 존중과 배려라고 본다. 일방적으로 회사가 진행하는 사업에 노조가 협조할 수 있겠나. 노조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회사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움직인 것에 대해서 원상복귀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한다면 이 시기에 얼마든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내용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솔직히 임투 시기에도 지부장이 신차발표회에 참여를 해서 투쟁 시기에 최고 지도부가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냐는 질타를 받았다. 조합원이 반대하는 혼류생산 합의까지 해줬다. 그렇지만 결과가 어떤가. 회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데 또 노동조합에게 희생하라는 건 맞지 않다. 그만큼 했으면 회사에선 총고용부터 시작해서 어떤 대안을 제시해줘야 노동조합도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

노동자 코너에 몰아넣고 대화하자는 건 안 된다

가슴 속의 꿀 한 병

김종석 지부장은 86년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입사한 인천 경동산업에서 처음 노동운동을 접하게 됐다. 87년 소용돌이를 중심에서 겪었고 군 제대 후에는 미조직 영세사업장에서 연월차, 잔업수당 등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91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김 지부장은 생활 근거지가 서로 달라 술 한 잔 마시기 힘들던 화성공장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연말에 몸보신 하라며 사다준 꿀 한 병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산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그러하듯이 그도 역시 가족이 가장 밟힌다. 장남이면서도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꺼낼 때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가가 붉어지기도 했다.

그는 마흔둘의 나이에야 겨우 빚을 내서 16년 된 낡은 아파트를 1억7천만원에 장만했지만 들어갈 돈이 없어 아직 전세를 주고 있다며 아내와 세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놨다.

- 최근에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고, GM대우도 조업률이 떨어지고, 전반적으로 자동차 상황이 안 좋다. 현대 기아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데,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보는지.

"자본의 방만한 경영이다. 우리가 가게를 운영하더라도 적금도 들고 보험도 들고 생활비도 쓰면서 어려울 때 대비하지 않나. 노조는 그렇게 해외공장에 대해서 반대해왔다. 물론 해외공장이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국내공장에 그렇게 영향을 미쳐가면서까지 막대한 수 조원의 돈을 들여가면서 해외공장을 3개, 4개 가동할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

지금 해외공장에서의 손실들이 결국은, 국내공장이 땀흘린 대가들이고 이것이 해외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생산하라고 하면 생산했고, 팔라고 하면 팔았다. 그 죄 밖에 없다. 사람을 내치고 임금을 삭감하고, 이런 식으론 위기를 돌파하지 못한다고 본다.

사람이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할 때만이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계나 설비가 이 위기를 타파할 순 없다. 사람한테 긍정적인 희망과 계기를 부여해줄 때, 그 사람들이 더욱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 최근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 거냐를 놓고 금속노조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고용과 임금의 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무조건적인 투쟁은 맞지 않다. 대화, 협상을 제안하되 나오지 않으면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총고용을 담보하기 위해 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대화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든 회사든 일방적으로 진행해서 노동자들을 코너에 몰아놓고 어쩔 수 없이 대화에 나오게 하는 행태들은 맞지 않다. 동등한 조건 속에서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은 투쟁으로 사안들을 돌파해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98년에도 봐왔듯이 무조건적 투쟁은 실패했고 국민적 지지도 받지 못했으며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 가는 아픔들이 있었기 때문에 금속노조도 그런 차원에서 사회적 교섭을 요구하고 대화를 제안하고 국민들의 여론을 받아들이기 위한 그런 노력들을 하는 것이다."

-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할 것은 어떤 부분인지.

"조합원들의 총고용 보장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 조합원만큼은 지킨다. 김종석이를 밟지 않고서는 우리 조합원들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한다는 게 신념이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보듬어 안는 투쟁, 조합원들 지키는 투쟁을 목숨을 걸고 반드시 그것만큼은 지키겠다. 그게 신념이고 조합원들과의 약속이다."